[한중카페리협회] 한-중 해운 난제 해결사
[한중카페리협회] 한-중 해운 난제 해결사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4.03.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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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간 민간외교 역할도 톡톡히

[현대해양] 한중 외교 역사에서 한중간 카페리(Car Ferry) 업계를 빼 놓고 얘기할 수 없다.
대한민국과 중국과의 수교는 1992년 8월 24일에 맺어졌다. 하지만 한중 카페리는 이 보다 2년 앞선 1990년 8월 12일에 한중간 최초 민간 합작 카페리 선사(위동항운)가 세워져 인천-위해 간 운항을 시작했다.
그 이듬해 1991년에는 진천국제객화항운이 그리고 양국 수교 이후에는 십여 개의 합작 카페리 선사가 등장했다. 2024년 2월 현재 기준 한중 카페리 선사는 총 14개고 16개 한-중 항로에 선박을 투입해 운항하고 있다.
‘한중카페리협회(회장 박준영, 전 해양수산부 차관, 이하 협회)’는 이 카페리 선사들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한중 카페리업이 시작된 이래로 10여 년이 될 무렵 △카페리 선사들 간의 운항질서 확립 △여객 및 화주에 대한 서비스 제고 △한중간 인적·물적 교류 촉진 등의 요구가 있었고, 2000년 9월 1일 한국은 해양수산부 인가 하에 ‘㈔한중객화선사협의회’를 설립했고, 중국은 교통운수부 인가 하에 ‘중한객화반륜전업위원회’를 설립했다.
두 모임은 2003년 8월 1일에 ‘㈔황해객화선사협의회’로 통합했고, 2011년 11월 8일 오늘과 같은 ‘㈔한중카페리협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협회의 중요 사안은 14개 회원사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협회 사무국은 협회장, 협회 부회장(이용국 단동국제훼리 대표, 안경용 일조국제훼리 대표), 감사(김재윤 연태훼리 대표),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주요사업

지난달 6일 2024년 협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1월부터 3여 년간 중단됐던 여객운송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2023년 8월부터 부분적으로 여객서비스가 재개됐고 양국 모두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객수요가 정상화 되지 않고 있다.

박준영 협회장은 “중국 내수경기 침체로 부동산 기업 부도, 외국기업의 중국 이탈, 실업률 상승 등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카페리를 주로 이용하는 중국의 서민층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협회와 14개 회원사들은 여객서비스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객실 인테리어 개선 △침구류 교체 △객실 승무원 친절교육 등을 통해 여행객의 기분 좋은 카페리 여행을 도모하고 있다. 또 한중 카페리 이용 여객이 과거 단체여행객 위주에서 가족 단위 또는 소규모 여행모임 등으로 변모한 만큼 터미널 내 주차시설과 대중교통 편의성을 높이고자 지역 시청, 항만청, 항만공사와 협의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여행상품을 개발해 여객수요를 늘릴 방법도 찾고 있다.

2024년 10월 경 평택 신국제여객터미널이 준공될 예정이다. 과거 노후 터미널이 새로운 시설로 단장되므로 한국 입항해 하선 시 기분 좋게 첫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협회도 평택 신국제여객터미널 준공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발생되는 문제점들은 공론화해 사전에 문제를 해소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박준영 한중카페리협회장(왼쪽)과 최용석 협회 국장이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박준영 한중카페리협회장(왼쪽)과 최용석 협회 국장이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한중카페리 화물운송

카페리는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도 운송한다. 특히 카페리(RORO, Roll-on/Roll-off)를 이용한 복합화물운송은 화물 적·양화 항만에서 화물의 환적작업 없이 피견인 트레일러 자체를 카페리에 선적해 운송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운송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며 화물 파손위험이 낮아 LCD, 전자부품 등 고가화물이나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활어 운송 등에 특히 유용하다. 이 복합운송 사업은 2010년 12월 인천-위해 항로를 시작으로 한국의 인천, 평택, 군산항 등 3개 항구와 중국의 위해, 청도, 일조, 석도, 용안, 연태항 등 6개 항구 간 총 7개 노선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2023년 5월부터 6개월 동안 기존 복합운송방식에 추가해 피견인 트레일러 운송 방식이 아닌 윙바디(Wing body) 화물차량 자체를 운송해 ‘위해공항-위해항-인천항-인천공항’간 다이렉트 복합운송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한중해운회담

협회는 한중간 해상 화물운송과 관련해 숙제도 안고 있다. 2019년에 열린 제26차 한중해운회담에서 2023년 1월 1일부터 인천항을 포함한 모든 항만에서 한중 컨테이너항로 개방을 합의한 것은 한중 카페리업계의 도전적 과제다. 박 회장은 “2023년부터 한중 컨테이너항로를 개방하기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이 논의되지 않은 상태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며, “시장논리에만 의존해 항로를 개방한다면 중국의 내항선과 다국적 대형선들이 무분별하게 취항해 시장질서가 어지럽게 될 여지가 높으므로 올 한중해운회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논의가 주요 협의사항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카페리 업계 관계자도 “시장이 개방돼 일시적으로 운임 하락의 효과는 있을 수 있겠으나, 결국 서비스 질 하락 등으로 화주에게 피해로 이어지거나 결론적으로 운임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한진해운 사태를 교훈 삼아 적절한 규제를 적용하고, 신규항로, 기존항로 등을 구분해 구체적인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 업체 간 지분 비중 문제

한중 카페리 업체 간 지분 구조의 변화도 말이 많다. 한중카페리 항로가 개설될 당시 양국 정부는 한중 업체 간 동일 지분(50:50) 보유를 기반으로 법인 설립을 허용했다. 하지만 항로 개설 후 2~3년 동안 안정적인 경영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고, 이때 주주간의 증자 문제로 지분율이 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협회는 수차례 이 문제를 해운회담에서 거론했으나 민간 기업의 지분관계를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양 정부 입장에서 해결책은 요원한 시점이다.

이에 협회는 양국 기업 간 지분 조정이 발생할 경우 사전에 회원사간 정보를 공유해 가급적 자국의 지분은 자국 회원사간 투자를 통해 자국 지분율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박준영 한중카페리협회장
박준영 한중카페리협회장

협회의 민간 외교 역할

양국 정부는 양국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중 카페리 산업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보니 한중 카페리산업계는 양국 간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정책에 따라 여행수요가 급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중 카페리 산업이 엄연히 민간산업이므로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협회는 민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교류, 경제교류를 유지해 양국 간 자연스러운 관계 유지 및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이런 민간교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양국 대학생, 고등학생 등 수학여행 또는 문화탐방을 기획하고 각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지역 문화단체 간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2019년에 협회는 백두산 기행, 대학생 문화 탐방 등을 실시했다.


서울항 개항 앞두고

2026년 여의도에 서울항이 개항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28년부터 이곳에 국제여객터미널을 조성해 중국 등 외국과 서울항 간 오고갈 여객선을 기항시킨다는 계획으로 사업 2단계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5,000톤급 크루즈 투입을 예상하는데 만약 중국-서울항 간 크루즈가 운항될 경우 협회가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여객운송 재 정상화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협회는 “서울시의 동 사업의 구체적 추진 일정은 알지 못하나, 2028년 중국-한국 여객항로를 개설하려면 우선 한중해운회담에서 논의돼야 하고 이를 위해 선형, 운영사 선정 등 사전에 협의할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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