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정책,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어업정책,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4.03.1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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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처방 위한 특별법 필요”…“기후변화 연구도 시급”
정박한 오징어 채낚기 어선.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정박한 오징어 채낚기 어선.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_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기후변화 등으로 주어종과 주어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반면 수산 정책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오징어 자원 급감을 계기로 한 새 해외어장 찾기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수산정책이 기후변화 등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또한 제기되고 있다.


오징어 찾아 케냐 간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6일 해외어장 자원조사(1차) 사업대상자 선정 공모를 공고했다. 신(新)어장 개척을 통한 우리 어선의 해외진출, 안정적인 수산자원 확보·공급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붙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18일 해수부는 급감한 자원의 대체어장을 찾아 해외어장을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목적지는 케냐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지역이다. 이 신어장 조사사업을 위해 6억 원(1차)을 책정했다. 올해 신 해외어장 개척 예산은 총 24억 원으로 전년보다 10억 원 늘어난 금액이다. 이 금액을 올해 케냐 연안 등 동아프리카 수역 등에 투입해 새로운 어장 개척에 나선다는 것.

특히, 올해는 최근 오징어 어획량의 감소 추세에 따라 오징어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케냐 등 동아프리카 수역을 조사할 계획이다. 최근 오징어 어획량 감소 추세에 따라 채낚기·통발 어선을 이용한 케냐 수역의 자원조사(한치류, 게류, 오징어 등)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 옵서버가 승선해 어획량 및 단위 노력당 어획량, 어장환경, 주요 수산자원에 대한 생태학적 조사 등 과학조사를 실시하고 어업 비용, 어획물 가공 및 유통 비용·경로 등을 조사·분석하여 경제성을 분석하고 케냐 해역의 어장성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은 2014년 16만 3,000톤에서 2022년 3만 6,000톤을 거쳐 지난해 2만 3,000톤까지 줄었다. 원양어선 오징어 생산량 또한 2014년 16만 7,000톤이던 것이 2022년 4만 8,000톤을 지나 3만 1,500톤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 급감율은 전년 대비 36.2%, 최근 5년 평균 대비 53.8% 급감한 것이고, 원양 오징어의 경우 전년 대비 31,5%, 최근 5년 평균 대비 26.4% 각각 감소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징어 어획에 의존하던 채낚기, 동해구트롤, 대형트롤을 비롯해 통발, 정치망 어업인까지 해외어장 개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수부는 3월에 시범 조업선을 케냐 앞바다로 보내는 방향으로 케냐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어선이 케냐의 EEZ(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가서 우리나라의 채낚기 방법으로 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지, 오징어는 얼마나 풍부한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한다.

사업대상자는 「원양산업발전법」 제21조에 따른 국제공동 수산자원의 조사 및 평가, 새로운 해외어장 및 양식장 개발 등을 수행하려는 이로서 「원양산업발전법」 제6조에 따른 원양어업허가를 받은 이, 「수산업법」 제3조 제10호 및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어업인 또는 어업인 단체다.

해수부는 「원양산업발전법」 제21조에 따른 국제공동 수산자원의 조사 및 평가, 새로운 해외어장 및 양식장 개발 등을 수행하려는 사업수요자 중 해외어장 자원조사 사업대상자 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이들 중 사업수요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등에 따라 어장성, 파급성, 안정성, 경제성, 시급성 등을 평가 선정한 뒤 국고보조금을 6억 원(잠정)까지 지급한다는 취지다.

대체어장 개척 제안을 한 김성호 전 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은 ”케냐 오징어 어장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며, 케냐의 EEZ 안에서 조업을 하는 것이기에 싹쓸이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발길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수산자원이 풍부한 새로운 해외어장 개척을 통해 우리 어선의 해외 진출 기회를 마련하고,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징어 자원 감소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오징어 자원 감소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사진_박종면 기자

오징어 줄고 방어, 삼치 늘었다

오징어 자원만 감소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 어업생산동향’에 따르면 청어 23.3%, 참조기 7.8% 등으로 전년 대비 각각 감소했다. 그렇다고 생산량이 줄기만한 것도 아니다. 반대로 어획이 늘어난 어종도 있다. 멸치(11.8%), 고등어(8.3%), 갈치 (12.2%), 정어리(299.2%), 삼치류(28.2%), 붉은대게(27.9%), 꽃게 2.7만 톤(24.5%) 등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특히 정어리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양만 계산해도 무려 3배 가까이(299.2%) 증가했다. 2022년, 2023년 남해안 정어리떼 폐사 또한 이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한다. 늘어난 어획(혼획 포함)에 비해 처리 능력 부족, 혼획금지 등의 이유로 잡은 고기를 다시 바다에 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삼치의 경우 올해는 유례없는 대풍으로 일찌감치 TAC 할당량을 모두 소진해 어군을 보고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징어 대체어장을 찾아 인도양 건너 먼 타국 연안까지 진출해야 하는 현실을 호의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트롤어업을 하는 A 어업인은 “케냐까지 가는 데만 4~5개월 걸린다. 비용은 20억 원 정도 소요된다고 보는데 30%를 국가에서 보조해준다고 해도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해역에서 원양어업을 했던 B씨는 “FRP선의 경우 배를 분리해 컨테이너선에 보낸다해도 2개월은 걸릴 것이고 라이센스 받고 이거 저것 경비 감안하면 최소 10억 원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곳은 소말리아 해적이 출몰하는 곳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소말리아 해적이 연안에서 2,000마일까지 진출, 어선을 공격한다는 것.

이에 대해 김도훈 국립부경대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해양수산경영학전공 교수는 “자원조사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자원감소 문제는 구조조정 등의 방법으로 국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이웃 일본에서도 구조조정은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조금만 풀어도…

또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굳이 케냐까지 가지 않아도 대화퇴(동해 중부에 위치한 얕은 퇴)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근해어선 동경 128도 이동(以東) 조업금지 조항만 없애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동경 128도 이동 조업금지 규제만 풀면 우리 아침 밥상에 오징어가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산란장은 여전히 동중국해에 있어 채낚기로는 잡기 힘들지만 어획효율이 높은 저인망 어법으로는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는 저인망어업인선, 트롤어선이 도산 직전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러면서 “대화퇴 주변 동해 중앙부에서 조사한 살오징어의 분포량은 전년과 지난 5년 평균보다 많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형트롤업계에서 동경 133도 이동 수역에서 한시적으로 시범조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해수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동경 128도 이동 조업을 금지 법 조항을 없애야 한다며 헌법소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동해안 연안 어업인들은 동경 128도 이동 조업을 합법화 하면 오징어 어획 의존율이 높은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안 경북, 강원도 연안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형트롤, 대형쌍끌이업계에서는 “동경 128도 이동조업이 아니라 한일공동수역 중 동경 133도 이동 대화퇴(북대화퇴)에서 중국, 일본을 견제하고 어업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형트롤, 대형쌍끌이가 조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중재안도 있다. 한수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는 대화퇴 조업으로 이익을 얻는 어민들이 이익의 일정율을 동해안 수산 발전 기금으로 내놓는 이른바 이익공유제를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어획으로 어장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어업인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어획으로 어장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어업인들. 사진_박종면 기자

규제 완화 시급

그러나 무엇보다 어종, 어장 변화의 핵심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꼽힌다. 기후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법으로 ‘빠른 규제 완화’를 꼽는 이가 있다. 정석근 교수는 그가 쓴 ‘되짚어보는 수산학’ 단행본에서 “기후변화 적응을 가로막는 어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TAC를 운영한다면 회유성 어종은 TAC 없애야 한다. 정착성 어종 위주로 하되 회유성 어종에 TAC를 적용하려면 한-중-일-북 등 주변국이 공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기본 자원관리 기준으로 삼으려는 TAC 제도에 대한 비판은 또 있다. 정성문 전 쌍끌이선주협회장은 “TAC 제도 근본 취지에 맞게 총량만 규제한다면 어업인들은 생산성 낮은 치어나 저가의 물고기는 어획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물고기 자원은 자연스럽게 원활한 재생산으로 이어질 것이며 풍족한 어장환경도 조성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존 동해에서 포획되는 오징어, 대구, 명태는 줄어들고, 오히려 주산지가 제주도인 방어가 더 많이 잡히는 등 바닷속 수산동물의 주 서식지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어장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이웃나라 언론 등에서는 수년 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해왔다. 일본 매체 <재팬 뉴스 오리지널>은 2022년 4월 21일 ‘아오모리현의 오징어와 고등어 급격히 감소: 일본의 바다의 변화, 어종의 변화와 지구 온난화가 다가온다’ 제하의 특집기사에서 해수온 상승에 따른 어종의 변화, 어장의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보도하는 등 해양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라는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급격히 바뀌는 어장지도

우리나라 또한 급격한 기후변화로 어장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데 비해 수산정책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기후변화 취약 품종을 분석하고, 미래 자원수준을 예측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그는 “연근해어업은 금지체장 등의 어업규제를 탄력적으로 조정·완화하고, 신규 어종 출현 시 한시어업·시험어업 제도를 적용하여 신속한 적응을 지원하겠다”며 “어선은행 도입, 감척 확대 등을 통해 어업의 진입·퇴출을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재난으로 경영에이 어려움이 발생한 업종에 대해서는 긴급경영안정자금 공급 등을 통해 경영안정을 지원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오징어 파동으로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지급, 정책자금 상환 무이자 연기, 조건부 무담보 대출 등 특단의 조치를 내려 급한 불은 껐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근본적인 원인 제거 없이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임시처방도 필요하지만 근본처방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기후변화에 따른 임시처방도 필요하지만 근본처방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_박종면 기자

급한 불 끄기도 중요하지만…

김도훈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에 긴급경영자금 지원 등은 임시방편이다. 궁극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이 기후변화에 다른 어장지도 변화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감척 보상가는 최근 3년치 어획량을 따져 정하는데 감척하려는 배의 3년치는 어려웠던 시기 3년치가 아니겠나”며 “진짜 영세한 연안 어민은 감척해도 부채 탕감도 안 되기 때문에 계속 배를 가지고 있게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업형 어선 등이 감척하게 된다. 이것이 감척의 역설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국가적으로 20~30년 감척사업을 진행하는게 아니라 5~10년 단기간에 끝내는 감척을 해야 한다. 퇴장이 용이하도록 보상을 제대로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굵고 짧게 감척사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의견에 대해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제대로 보상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중요한데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게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근본 처방이 중요하다”며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일명 ‘고데구리’라 불렸던 소형기선저인망 감척의 예를 들었다. 소형기선저인망이란 커다란 자루 모양의 그물을 한 척(외끌이) 또는 두 척(쌍끌이)의 선박으로 바다의 저층을 끌어 고기를 잡는 어구(漁具) 어법이다. 소형기선저인망은 그물로 바다 밑바닥까지 훑으면서 치어까지 싹쓸이한다고 해서 자원보호의 적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 재직 당시인 2004년 특별법을 제정하고 2005년 보상으로 완전히 퇴출시켰던 것이다. 이는 수산자원에 대한 노무현 전 해수부 장관의 치적이라 여겨지고 있다.

전례가 있는 것처럼 퇴장해야 할 때 퇴장하고 자원 상황이 나아져 진입할 수 있을 때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어업인들이 만족할 만한 구조조정다운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산업 구조개선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과원 기후변화 연구 시스템 갖춰야”

기후변화 연구가 중요하다는 충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C 교수는 “긴급 처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장기적으로 보는 연구와 안목이 필요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기후변화 연구부가 작년에 생겼는데 이는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고 밝혔다. C 교수는 “수과원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를 관측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빨리 갖추고 바뀌는 어장변화에 대한 예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수과원에서도 예보를 하고 해수부가 발 빠르게 정책을 만들고 변화시키고 어민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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