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환경 문제 해결 위한 노력
해양환경 문제 해결 위한 노력
  • 이정석 ㈜엔이비 대표·해양생물학 박사
  • 승인 2024.03.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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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엔이비 대표·해양생물학 박사
이정석 ㈜엔이비 대표·해양생물학 박사

[현대해양] 인간 활동의 영향이 누적되어 나타난 환경 문제라고 하면 먼저 해양 오염을 떠올리게 된다. 해양 오염은 인접한 지역의 산업 활동 정도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산업단지가 크게 형성된 곳과 가까운 바다는 유기물, 영양염 뿐만 아니라 유해 중금속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의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해양 오염에 대한 기존의 정책은 주로 해수의 유기물과 영양염 농도를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해 왔고, 지난 30년간 이들의 오염도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울산, 온산과 같이 대규모의 제련소와 중화학공업단지, 그리고 항만이 인접한 해역에서는 아직까지도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오염도가 심각하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울산광역시는 2017년부터 2026년까지 1, 2차에 걸쳐 해역으로 유입되는 중금속의 오염부하를 줄이기 위해 울산만 특별관리해역에 대한 ‘연안오염 총량관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유기물이나 영양염 오염 관리 목적의 기존의 사업과 달리, 울산만에서는 중금속 오염을 총량관리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 결과는 해역의 오염을 과학적으로 관리하여 저감한 중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기후변화의 해양생태계에 대한 영향

기후변화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 난제로서, 해양생태계의 입장에서도 당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요인임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수온 상승, 산성화와 용존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해 머지않은 미래에 특정 해양생물군의 소멸이 예상된다. 필자와 공동연구진들은 2040년 즈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용존 CO2 농도(~500 ppm) 수준에서 국내산 둥근성게의 수정률이 유의하게 감소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2014년에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고, 이후 점차 많은 연구에서 기후변화의 해양생태계에 대한 영향은 지금 당면한 문제임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 해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의 아열대화와 산성화 현상은 일반인에게도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아직 우리 해양에서 이에 대한 장기적인 생물군집, 생태계 변화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기후변화는 환경의 유해물질이나 유해생물 위해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양생물에 대해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독성은 대체로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물리·화학과 생물학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또한 국내 연안 수온의 상승으로 유해 독소를 가진 플랑크톤을 비롯해 유해 생물의 출현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최근 국제협약에 따라 유해생물 유입방지를 위하여 평형수를 교환시 염소처리를 통해 외래생물을 제거하고 배출하는 선박이 크게 늘고 있다. 배출되는 평형수에 남아있는 잔류염소는 독성이 커서, 생태계 보호를 위해 반드시 0.1 ppm 이하로 낮춰 배출되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필자와 공동연구진이 발광미생물에 대해 연구한 결과, 위의 규제 농도 이하에서도 심각한 독성이 발현되어 국제학술지에 2019년 발표한 바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위해성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수온 상승과 산성화가 상기한 유해 요인의 위해성을 증가시키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미래의 환경 조건에서 나타날 여러 문제들에 대한 이해와 예측에 필요한 연구들은 보다 다양하게 계획되고 수행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해양의 역할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해양 환경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업들이 연구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해상풍력, 파력, 조력 발전 등 해양에너지 개발 사업이나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사업의 한 축으로 진행되는 이산화탄소 해저지중 저장사업, 그리고 해조류 및 이매패류 외해양식이나 염생식물 식생복원과 같은 블루카본사업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신재생에너지 생산, 탄소흡수 및 저장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반영구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과학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국내 해양에 설치되기 시작하여 현재 수많은 사업자가 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은 인허가에 필요한 주민 동의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바다는 생명줄과 같다. 아무리 훌륭한 취지를 갖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게 되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주민들은 단순한 경제적 보상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인 바다가 사업으로 인해 입게 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 과학적인 예측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가 수행하는 기존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만으로는 그 답변을 제시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2021년부터 보다 과학적인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잠재적 피해 영향을 규명하고 사전에 이를 저감할 수 있는 새로운 해역이용영향평가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현재 기존의 환경영향평가 항목에는 없던 전자기장, 수중소음 영향예측 등의 항목이 추가되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생태계 구성요소에 대한 영향과 물리, 화학, 지질학적 변화에 대한 조사, 예측 기술이 개발되어 지침서로 만들어지고 있다.

해상풍력사업의 특성에 맞는 환경평가 가이드라인 제공을 통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잠재적 피해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 결과가 제공된다면, 향후 사업 수용성 개선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 단계에 있는 CO2 해저지중저장사업이나 블루카본 사업에 대해서는 이들 사업수행을 위한 실증기술 개발과 함께, 이들 사업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영향과 환경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수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지구적인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책무를 가진 우리 해양의 건강성과 가치가 더욱 크게 지켜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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