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 선진화 기회 왔다
선박금융 선진화 기회 왔다
  • 이동해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부소장·경영학 박사
  • 승인 2024.03.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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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해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부소장·경영학 박사
이동해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부소장·경영학 박사

[현대해양] 선박투자 동기는 영업 확장에 따른 선대 확대, 노후 선박 교체, 불황기 저점 투자 등으로 다양하다. 선사 입장에서 이중 가장 하고 싶은 투자는 불황기 저점 투자일 것이다.

그리스 선주나 유럽 대형 선사들은 불황기 선가가 떨어지면 경쟁적으로 선박 저점투자에 나선다. 이와 반대로 불황기가 되면 은행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해운사도 있다. 이런 해운사(海運社)는 싼값에 배를 내다 팔아야 한다. 한쪽은 돈이 없어 저가에 배를 팔아야하고 다른 한쪽은 내부에 쌓아둔 자금으로 싼값에 선박을 사들인다. 우리 국적선사들은 긴 불황기를 거치며 종종 선박을 저가로 내다 팔아야만 했고 이를 사들이는 그리스나 유럽 해운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글로벌 해운업계에 역사상 유래 없는 수익을 안겨 줬다. HMM은 팬데믹 이전 2019년 매출 5.5조원에 5,500억 원 영업 손실로 2011년 이후 9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팬데믹 발생 이후 2020년 7.4조 원, 2021년 10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을 연출했다. 해운기업들은 대규모 수익금을 활용,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대거 상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우리 해운산업 평균부채비율이 2015년 말 369%에서 2022년 9월말 56%로 급감했다. 만성적으로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재무개선 압박을 받아온 해운산업이 지금은 전체 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부채비율을 시현하고 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과거부터 우리 해운사는 내부유보자금이 늘 부족했다. 자기자금이 부족하니 선박 투자를 위해서는 언제나 은행 등을 통한 외부차입에 의존해야 했다. 외부차입 비중을 높이다 보니 자본비가 상승해 운임 경쟁에 뒤처지고 경기변동에도 취약한 구조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해운업계는 새로운 금융환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부에 유보된 자기자금과 낮은 부채비율로 선박투자 시 외부차입을 줄이고 자본비를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발생한 막대한 해운 수익은 우리 해운업계에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그러한 수익이 많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화주들이 추가로 부담한 비용이었고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어려움을 동반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를 활용해서 반드시 고질적으로 높은 외부차입 의존을 멈추고 해운 경쟁력을 고도화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사들의 체질만 강화되면 우리 선박금융도 그리스 유럽처럼 불황기에 선박 저점 투자를 지원하는 날이 올 것이다. 선박금융시장을 떠난 민간자본이 돌아오고 불황기에도 선박 저점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선박금융 선진화 기회가 드디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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