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위한 연구역량
기후변화 대응 위한 연구역량
  •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
  • 승인 2024.03.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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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

[현대해양]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이래 가장 높은 수온을 보였다. 이와 같은 고수온 현상은 단지 작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UN산하의 국제기구인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에서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을 이상 고수온(Marine Heatwaves)이 빈번히 발생하는 해역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한 표층해역의 지속적인 수온 상승과 장기적인 계절풍 약화로 표층과 저층의 수온차가 점점 증가하는 성층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가속화되는 해양온난화와 성층 강화 현상은 대부분의 전 세계 해양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해역에서 이와 같은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의 물리적 변화는 해양의 화학적,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의 다양한 관측 결과, 저층으로부터 표층으로의 영양염의 공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우리 해역의 기초 생산력도 눈에 띄게 감소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식물플랑크톤은 극소형의 플랑크톤이 우점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먹이사슬 내의 먹이 효율을 약화시키고 있다. 영양염과 기초생산력은 해양의 먹이사슬 중 가장 하위단계에 해당되어 이와 같은 감소 영향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단계인 수산자원에 영향을 주게 된다.

세계식량기구(FAO)에서는 세계 인구의 약 12%가 수산업에 의해 생계를 의존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40%가 넘는 약 33억 명이 평균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20% 이상을 수산물에서 제공받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 우려와 웰빙이 확대됨에 따라 수산물은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IPCC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어획 수준의 수산자원 비율이 1970년대 중반 10% 수준에서 2010년대 후반 34% 이상으로 증가하였으며, 다양한 해역에서 어업생산량 감소는 남획 및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과 함께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 평균 해양동물의 생체량(단위면적당 해양동물의 건중량 총량)은 5~17% 감소할 것이며, 수온 1℃가 상승할 때마다 해양동물의 생체량은 평균 5% 내외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어업 생산성 변화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최대 어업 수익 잠재력은 2000년 대비 2050년에 약 10~11%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어업생산성이 일관되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는 큰 감소가 나타나고, 극지방에서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우리 해역을 포함한 중위도 해역은 불확실성과 해역별 편차가 클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어획량 변동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명태, 도루묵과 같은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 급감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 수년간 오징어 어획량 감소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동해를 중심으로 난류성 어종으로 알려진 방어, 삼치, 전갱이 등의 출현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산자원의 어획량 변동은 수온 상승에 따른 어장형성 해역의 공간적 변화, 산란장 환경 변화, 산란초기 생존율, 먹이생물의 분포 등 기후변화에 의한 요인과 함께 유류비 상승, 어가인구의 감소, 불법 어업 등 다양한 기후외적인 요소가 결합된 결과로 판단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17년 수산자원연구센터를 건립하여 운영하면서 첨단 장비를 이용한 상세한 수산자원 상태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해양수산 분야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역량을 강화하고자 기후환경연구부를 신설하면서 해양기후와 수산과학 각 분야의 다학제적 연구에 시동을 건 바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수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업 현장과 정책 현장과의 기후변화의 인식 증진과 소통도 중요하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은 2022년부터 매년 우리 바다의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전망, 연구결과에 대한 내용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올해는 기후변화와 수산자원 변화를 기획 주제로 우리 해역의 기후변화가 수산자원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어업 생산성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야·기관·국가 간의 융복합적 연구와 협력이 필요하다. 어느 한 분야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라 해양기후·수산자원·어업기술·수산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머리를 맞대어야만 해결점을 향해 갈 수 있는 다학제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기후변화와 수산자원에 대한 감시·관측 능력을 향상시키고, 중장기 해양환경 및 수산자원을 전망하는 예측 능력을 고도화함과 동시에 자료 분석과 평가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수산자원의 관리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함과 동시에 현장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효율화된 어업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 수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미래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발전은 기후변화의 부정적 요인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새로운 기회로 발전 시켜야 할 것이다.

과학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어떻게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수산업 기반의 식량안보 문제는 그 결과를 달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기후변화와 어업 생산성 감소 문제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 효과적인 수산자원 이용을 위하여 어업·정책·학술 현장에서 어업인, 정책결정자, 과학자들이 서로 힘을 모아 극복해 나가야 할 수산 분야의 최우선 과제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자원 변화 원인 규명과 이에 대응하는 적응 기술 개발에 연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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