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4.03.13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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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정부 지원사업·교육기관 적극 활용 우선
해양수산부는 2023년 4월 27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이벤트홀 D에서 ‘해양수산분야 중대재해 정책동향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해사안전국장(주재), 민간 업・단체(해운선사, 하역사, 항만운송업, 수협, 조선소 등), 지방청(안전감독관, 시설담당 등), 해양경찰청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2023년 4월 27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이벤트홀 D에서 ‘해양수산분야 중대재해 정책동향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해사안전국장(주재), 민간 업・단체(해운선사, 하역사, 항만운송업, 수협, 조선소 등), 지방청(안전감독관, 시설담당 등), 해양경찰청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해양수산부).

[현대해양]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이 제정된 지 3년,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 없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한 기업체 대표의 말이다. 
지난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에 중처법이 확대 적용되자 중소업체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중대산업재해 관련 처벌은 중처법 제4조와 제5조에 열거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준수 여부가 핵심이다. 단지 2개 조항에 불가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고 전체를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음이 중소업체의 얘기다. 지난해 3개 경영자 단체 주관 설문조사에서 중처법 대응의 애로점으로 ①전문 인력 부족 ②전문 지식 부족 ③비용부담 등 순으로 많았다는 점도 이들에게 중처법 접근이 쉽지 않음을 말해 준다.  

정부 지원 사업 적극 활용
지난달 7일 ‘법무법인 율촌’이 주최한 중처법 관련 세미나에서 김관우 수석전문위원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실천 사항 6가지’라는 발표에서 소규모 사업장이 조기에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3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첫째, △산업안전대진단 △안전동행 지원사업 △산업재해예방시설 융자금 지원사업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 사업 등 정부의 정책 지원 사업의 적극적 활용이다. 둘째, 원청과의 상생협력프로그램 활용이다. 원청(주로 대기업)의 경우 협력업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처법 상 도급인으로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영책임자 스스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이다. 그는 “전국에 있는 총 217개 안전보건교육기관만 잘 활용하더라도 중처법을 이해하고 준비한 데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처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해 시민과 종사자의 안전과 건강 확보를 위함이고, 이에 정부는 이 법 제16조에 의거 △중대재해 종합예방대책 수립·시행과 발생원인 분석 △사업주, 법인 및 기관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과 중대재해 예방 기술 지원·지도 △중처법 교육 및 홍보 등을 이행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별로 중처법에 관한 컨설팅, 교육, 홍보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부산에 소재하고 있는 선박관리회사 K 대표는 <현대해양>과의 인터뷰에서 “중처법이 중소업체까지 확대 적용되어 전보다 집중해 중처법과 해운 관계 협회·기관에서 제공한 매뉴얼 등을 봤음에도 모호한 부분들이 많아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해수부는 중소선사를 위한 이런 컨설팅 지원 사업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해수부도 매년 중처법과 관련해 여러 사업들을 수행해 오고 있다. 2022년에는 중대재해 해설서 배포했고, 2023년에는 관련 업‧단체를 위해 9차례 설명회를 개최하고, 간담회도 개최했다. 또 해운·항만운송, 어업·수산, 마리나・수중레저, 박물관 등 중대산업재해 4종과 원료・제조물, 공중교통수단, 공중이용수단 등 중대시민재해 3종에 대한 매뉴얼도 배포했다. 지난 1월에는 중처법 20개 문답집을 전자책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해수부 관계자 말에 따르면 올해부터 중처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점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위험성평가 등 중대재해 설명회 △종사자 중대재해 안전교육 등 관리체계 구축 및 교육 △해운, 항만, 어업, 수산, 해양레저 각 분야별 1개소 이상 안전보건 컨설팅 △항만건설 스마트 안전장비 통합관제 플랫폼 구축 △항만하역 설비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처법 확대 적용은 수산업계에도 상당한 혼란을 주고 있다.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수산쪽은 특히나 현장에 대다수가 외국인 노동자인 가운데 이들의 교육, 사고 예방활동 등 중처법 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기에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의 지원이 더 절실한 산업분야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해수부 한 관계자는 “중처법 확대시행에 따라 어선원 5~49인 연근해어업 사업장이 약 5,000여 척으로 집계 된다”며, “이들에게 안전·보건 매뉴얼 보급, 사업주·고용 인력에 대한 교육 강화 등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어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연근해어업 30업종별 안전‧보건 표준매뉴얼을 제작해 단위수협에 보급했고, 단위수협과 어선주를 대상으로 44차례 표준매뉴얼 교육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지난해 어선원 안전보건 개선을 위해 어선안전조업법 개정 조치도 단행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필요한 것

지난달 25일 고용노동부는 중처법 확대 시행 후 한 달여 만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9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 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대원 율촌 변호사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신속히 취해야 할 조치 3가지’로서 △‘대표자=경영책임자=안전보건관리책임자’라는 사실 인지 △안전관리·감독 등 인적 체계를 수립해 작업 단위별 관리감독자 지정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중처법 따라하기’ 안내서와 서식을 참고해 중처법의 기초 형식 갖춤 등을 제언했다. 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우선적 안전보건 확보조치 2가지’로써 △재해발생 사례 정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비상상황 대비 매뉴얼 마련과 반기 1회 훈련 등을 언급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각종 수사가 진행되는데, 이 수사의 흐름을 익히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김수현 율촌 변호사는 “중대재해 수사 대응에서 사고 직후 초동 대응이 향후 수사 결과를 좌우하므로 사고 직후 1~2일간 수사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고, 현장보존 및 수사기관과 함께 현장조사 실시 등 사고 경위와 원인을 신속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한 명을 중심으로 한 가지 목소리로 수사에 대응해야 하고, 증거인멸, 진술조작은 또 다른 범죄가 되므로 일절 해서는 안 되며, 현장과 자료를 꼭 보존하면서 유족, 피재자(被災者), 외부 피해자 등과 신속한 합의도 고려해야 한다”고 5가지 유념사항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중대재해 관련 최근 수사 경향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과 중처법 위반을 동시에 수사하고, △고용노동부가 초기 변호인 입회 이전에 참고인 조사 형식으로 상당 부분 중처법 위반에 대한 내용을 확보하려고 하며, △사고 관련성과 무관하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전반에 대한 자료 및 진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업체는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같은 사람일 경우가 많아 대표자가 바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처법 수사를 동시에 받고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수사가 종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_김수현 율촌 변호사 '중대재해 수사 시 5가지 유의사항' 발표 내용 중 일부.
'중대재해 수사 시 5가지 유의사항' 발표 내용 중 일부. 출처_김수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중처법의 향방
지난해 9월 7일 임이자 국회의원(국민의힘, 상주시·문경시)이 50인 미만 기업에 중처법 적용 유예를 위한 중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달 1일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이 법안 개정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4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단체, 중소건설단체 등 14개 단체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어 2월 29일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유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22일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 유예 법안이 2월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헌법소원심판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중처법에 대한 국회의 움직임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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