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오염 원인 선저폐수 원천봉쇄한다
해양오염 원인 선저폐수 원천봉쇄한다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4.02.2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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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ESG의 새로운 변화,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

[현대해양]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를 개발했다고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선저폐수(船底廢水, Bilge)를 걸러주는 장치다. 이따금 항구에 가면 수면 위 무지갯빛 유막을 볼 수 있다. 보기엔 예쁠 수 있지만 사실 이 무지개의 주범이 선저폐수다. 황화수소, 암모니아, BTEX(벤젠, 톨루엔, 에틸렌, 크실렌) 등 유해 발암물질이 섞여 있는 선저폐수는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물고기에게 먹히며, 결국 우리 식탁까지 올라온다.  

소형선박 선저폐수 매년 2만 8,000톤
선저폐수란 선박의 기관실에서 발생해 선박 밑바닥에 고이는 액상 유성혼합물(기름 섞인 물)을 의미한다. 프로펠러와 엔진을 연결하는 구동축을 지지하는 선미관을 통해 들어오는 해수가 윤활유 등과 섞여 발생한다. 바다에 배출된 경우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기에 육상으로 옮겨 전문 처리시설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러나 현재 전국 2,044개 어촌계 중 선저폐수 저장 용기를 보유하고 있는 어촌계는 2022년 기준 85개소 뿐이다. 또한, 전국 유창업체는 46개, 공단 사업소는 14개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총톤수 100톤 미만의 소형선박에서 매년 발생하는 선저폐수는 약 2만 8,000톤. 최근 3년(2020년~2022년)간 해양오염사고는 총 707건이었고, 이 중 선저폐수 무단방류 사고가 106건을 차지했으며, 이 중 100톤 미만 건수는 79건이었다. 소규모 선박들의 경우 선저폐수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해 바다에 몰래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검거되지 않은 건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소형선박의 어민들은 선저폐수 무단방류 시 벌칙을 피하려고 주방세제를 이용해 기름띠만 제거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해양환경공단 예방대응처 담당자는 “100톤 미만 선박은 현재 약 3만 7,488척으로 우리나라 선박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노후화가 진행돼 해양오염사고 위험성이 크지만 척당 오염물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민들은 선저폐수의 대부분이 물인 것 같은 데 꼭 장치를 써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라며,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실제 어민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선저폐수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존의 기름여과장치는 대형선박용으로 다양한 유종을 분리·처리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으나 100톤 미만의 선박에 설치하기에는 크기가 크며 가격 또한 고가이기에 어민들에게 사용을 강요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 개발·보급

이에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은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를 3년여 동안 연구 개발했다. 우선 2007년부터 이미 모든 톤수 선박에 기름여과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일본의 관계기관과 어촌계를 벤치마킹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30여 개 어촌계를 방문해 선저폐수 시료를 채취·분석하고 어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후 민간업체인 ㈜거림엔지니어링, 해양경찰청 연구센터, 전남대 녹색환경지원센터 등과 협업해 나노필터, 2중필터 등의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개발한 제품은 2020년~2021년에 걸쳐 부산과 여수에서 30여척에 장착해 시범사업을 수행했다. 이 장치는 2023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ESG 실천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

그렇게 탄생한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는 기존 장치보다 가격이 65% 정도 저렴하며, 자동화 기능도 부착해 어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김태곤 해양환경공단 해양방제본부장은 “장치비용과 설치·관리 비용 포함 첫 해에 250만 원 미만, 이후 필터 교체 등의 관리 비용은 연 8만 원 정도로 첫해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육상으로 가져와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편리할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는 센서를 통해 기름을 분리하고 전용 필터를 통해 기름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작동되며, 배출수의 기름 비중은 15ppm 미만에 불과하다. 2023년 6월 16일 형식승인이 시행돼 현재 누구나 폐유저장용기 대신 설치·사용할 수 있다. 한국해양환경·에너지학회 학술대회논문집에 실린 「어선의 선저폐수 및 폐윤활유 발생량 추정 연구」(2002)는 선저폐수 적법 처리를 통해 해양환경 피해 절감 비용은 매년 약 5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 본부장은 “해양수산 신기술 도입으로 국내 100톤 미만, 5톤 이상 선박 1만 3,610여 척을 대상으로 약 340억 원의 시장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며, “또한 선저폐수를 지금까지처럼 육상에서 처리하는 비용보다 소형선박용 기름여과장치를 통해 처리할 경우 7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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