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 21회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 현장을 가다
[르포] 제 21회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 현장을 가다
  • 유승완 기자
  • 승인 2024.02.21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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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흥행했지만, 콘텐츠 개발 필요도

 

제 21회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 포스터
제 21회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 포스터

 

남당항 새조개 축제 현장

[현대해양]지난 2월 4일 오전 11시, 궁리항, 어사항, 남당항 등 홍성군 서부면 천수만 일대는 새조개를 먹으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차량이 들어서자 고무장갑을 끼고 새조개를 손질하던 아낙들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곧이어 커다란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오더니 한껏 들뜬 어르신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철새 잡으러 왔지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포구는 ‘철새’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늘을 나는 철새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개 중의 조개라고 불리는 새조개 이야기다. 어르신들은 일 년에 한 번, 겨울철에만 먹을 수 있는 새조개를 두고 ‘철새’라고 부르고 있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새조개를 두고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라고 기록했다. 또한, 패각을 비틀어 까보면 ‘ㄱ’ 자로 된 새조개의 발이 보이는데, 이것이 새의 부리와 닮았다고 하여 새조개라고도 한다. 가족, 친구와 함께, 또는 아예 고속버스를 대절해서 오는 어르신들 등 해마다 꾸준히 찾아주는 관광객들 덕분에, 남당항은 새조개의 최대 집산지로 알려져 있다. 

 

남당항 회타운 건물 앞, 새조개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남당항 회타운 건물 앞, 새조개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남당항 새조개 축제의 역사

남당항 새조개 축제 운영위원회의 정상운 위원장은 “처음부터 축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30여 년 전에는 새조개를 채취하면 일본에서 싹 쓸어갔다. 어민들은 상품성이 없는 깨진 조개만 먹을 뿐, 누군가를 나눠 주거나 외부에 판매할 만큼 물량이 남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일본에서 새조개를 전혀 수입하지 않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 자국 내에서 자급할 수 있도록 종패를 연구했다는 것이었다. 
일본으로의 수출길이 막히자 새조개의 유통 경로가 없었다. 어떻게든 소비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어촌계는 홍성군과 함께 협력하여 새조개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축제는 성공적이었지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2003년 1,156t이었던 생산량이 2010년에는 7t으로 급격히 줄어들더니 2011년에는 1t, 2012년에는 0을 기록했다. 그렇게 8년 동안 생산량은 0을 연속으로 기록했다. 새조개는 암컷과 수컷이 한 몸으로 1년 정도 자라 산란을 한다. 가장 어린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치패에서 중성패의 과정을 거쳐 다 자란 모패로 성장하면 산란하여 번식한다. 국내 대표적인 새조개 산지인 천수만 일대에서 이러한 생태순환이 끊기자 가장 힘들어진 것은 어민이었다.
정 위원장은 20여 년 전의 ‘산뻘’을 회상했다. “여기 남당항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산뻘’이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조개가 엄청 많았다고. 7물에서 10물에만 수면 위로 드러났는데, 그때 그곳에 종패가 얼마나 많이 있던지, 작은 보트를 타고 나가서 삽으로 퍼서 왔어요. 그걸 공유수면에 뿌려두면 잘 자랐어요. 그땐 치패를 따로 구할 필요가 없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조개가 하나도 안 나기 시작한 거예요. 치패가 지천으로 널려있던 ‘산뻘’을 가봐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세상이 갑자기 그렇게 바뀌었어요. 참, 알수가 없죠."

좌) 새조개 원물  우)상인이 새부리를 닮은 모양새를 설명하고 있다
좌) 새조개 원물                                                                   우)상인이 새부리를 닮은 모양새를 설명하고 있다

여수에서 치패를 구해서 뿌려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온과 해류, 서식환경이 모두 다른 여수 치패는 남당항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는 것이다. 축제판을 벌여놔도 조개가 잡히질 않으니 값비싼 물류비를 내고서라도 여수에서 새조개를 구해와서 축제의 맥을 근근이 이어갔다. 그동안 충청남도는 2017년 2월에 모패 1만 4,590패, 2018년 6월에 중성패 97만 패를 방류했고 충청남도 수산자원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부화기술을 활용해 2019년에는 치패 30만 패, 2021년 7월에는 50만 패를 생산해 각각 방류했다. 덕분에 2020년에는 25t, 2022년에는 70t, 2023년에는 100t 수준으로 어획량을 회복했다.

 

축제는 흥행, 하지만 콘텐츠 보완 필요도
 

어민들의 노력과 충청남도의 지원이 함께 모여 축제는 다시 힘을 얻고 흥행하기 시작했다. 이제 주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7~8천 명 정도가 방문한다는 새조개 축제는 홍성군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여전히 보완할 부분은 남아있었다. 기자가 남당항을 방문했을 때 느낀 것이 있다면, 온라인 매체를 비롯해 군내 입간판 등 홍보가 꽤 잘 돼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 비해서 현장은 상당히 휑한 편이었다. 화창하게 갠 날씨였음에도 남당항 방파제 길을 따라 걷는 사람은 한두 팀에 그쳤고, 꼬마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관광객은 식당 건물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축제 현장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것은 유명 연예인들을 위시한 공연 정도가 끝이었다. 사뭇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식사를 하고 있는 관광객들
식사를 하고 있는 관광객들

 

문화관광축제(Cultural Tourism Festival)란 지역의 역사나 특산물 등 문화적인 소재를 토대로 관광 자원을 개발하여 지역주민과 외부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리고, 이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일차적으로는 문화적인 소재를 잘 발굴해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이를 잘 소개하고 활용해서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지역홍보로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홍성군에서 출시한 ‘신바람 관광택시’는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할 만하다. 군에서 택시 요금의 일부를 지원하여 관광객의 편의를 봐주고 축제 접근성을 높여 군 내의 먹거리 축제와 관광명소를 연결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본 행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축제 현장에는 이렇다 할 만한 문화 콘텐츠가 부재했다. 다시 말해 군 차원에서의 문화관광 구축은 됐을지라도, 정작 남당항 축제 현장에는 오로지 ‘새조개 먹기’ 뿐이었다는 것이다. 

‘남당항 새조개 축제’는 우리 바다 자원의 적극적인 홍보 현장으로 활용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경제불황과 수온 변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때문에 우리 수산인이 삼중고를 겪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중요하다. 우리 수산물 축제에 더 적극적인 지원과 전문가의 컨설팅이 절실하다.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와서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보고, 새조개 샤부샤부와 각종 해산물 모둠에 술을 곁들여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우리 수산물과 지역문화를 알아가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음식이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중요하다. 새조개 채취방식을 이해하면 천수만의 특징을 이해하게 되고, 천수만을 가보면 새조개뿐만 아니라 바지락, 대하, 소라, 해삼 등 다양한 생물자원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생태계를 접하다 보면 서해가 보이고 국민이 우리 바다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천수만과 충남도의 자랑스러운 특산물을 알리고, 그 결실을 맺기까지 부단히 노력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축제에 투영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지역 문화관광이 시작된다. 그동안 잘 쌓아온 인지도를 통해 우리 어촌을 세계에 알리는 축제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한다.

남당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전경, 먼 배경에 남당항 회타운 건물이 보인다
남당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전경, 먼 배경에 남당항 회타운 건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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