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상 안 하나 못 하나
한일어업협상 안 하나 못 하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4.02.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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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기자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현 정부 들어 한일(韓日)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인다. 과거 정부에서 종군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동해 표기 문제 등으로 대립하며 평행선을 달리던 때와는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함께 군사훈련까지 함께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한일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업계가 있다. 바로 일본 EEZ(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가 어업활동을 했던 우리나라 수산업계다. 한일 양국은 1999년 1월 22일 (신)한일어업협정 이후 매년 협상을 통해 조업척수, 어획할당량, 조업수역, 조업기간 등 다음 연도 상대국 EEZ 입어조건에 대해 협의를 마친 뒤 상대국에 교차 입어했었다.

그런데 2016년 6월 이후 8년째 어업협상 중단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 일본 측에서 매년 해야 할 어업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측이 적극 나서느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는 것이 우리 수산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한일어업협상에 직접 나섰던 해양수산부 퇴직 공무원들이 후배들의 협상 태도와 능력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줄 것 다 주고도 협상다운 협상 한 번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날밤을 새더라도 협상장에서 협의할 건 협의하고 받아낼 건 받아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곤 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어업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얻는 것보다 우리가 얻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입어 업종 12개 업종 중 우리나라의 주력 업종은 5개 업종인 반면에 일본은 1개 업종만이 우리 수역 조업의존도가 높은 정도이다. 그럼 반대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어선끼리 좁은 우리 어장에서 각축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020년 5월에 나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업계의 일본수역 조업불가에 따른 손실은 일본 EEZ 입어 중단 기간 45개월(2016. 7. 1~2020. 3. 31)동안 어획 감소량은 연평균 6만 3,000톤, 어업수입 감소액은 연평균 609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조업을 하지 못한 8년의 기간을 곱하면 누적액은 막대한 조업손실이며, 국익손실인 것이다.

한일간 정치적인 상황이 어업협상의 걸림돌이 되었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처럼 관계가 개선되고 특히나 우리가 많은 것을 양보하고 우호적으로 일본을 대하는 외교 관계에 있을 때는 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받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일본 EEZ에서 고등어, 다랑어 등을 주로 잡았던 관련 업계 등에서는 들어가던 어장에 입어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민간교류라도 열심히 해보려 하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인 조승환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일어업협상 재개에 적극 나설 뜻을 비쳤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제 공은 강도형 신임 장관의 해수부로 넘어왔다. 해수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는 사실을 장관과 관련 공무원들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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