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 72. 오조리 그곳에 제주도 갯벌이 있었네
김준의 어촌정담 漁村情談 72. 오조리 그곳에 제주도 갯벌이 있었네
  • 김준 박사
  • 승인 2024.0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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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오조리 1
성산일출봉에서 본 광치기해변과 오조리와 한라산
성산일출봉에서 본 광치기해변과 오조리와 한라산

[현대해양] 제주도는 사방팔방 약 250킬로미터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연안습지의 가치에 주목하지 못했다. 2023년 12월 ‘오조리갯벌’이 연안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단 한 곳도 없었다. 국제브랜드를 지향하는 제주도를 생각하면 의외다.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전 지구의 육지·해안·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정한다’는 ‘30×30 목표’에 합의했다. 그리고 일상에서 교역에 이르는 전방위에서 실천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중이다. 그 오명을 벗을 계기를 마련한 것은 해양수산부도, 제주특별자치도도 아닌 오조리 마을주민의 선택이었다.

오조리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속하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제주도 동쪽 끝 바닷가에 위치하며, 어업과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 옛 이름은 오죨개, 오졸개이다. 한자로 바뀌면서 오조을포(五照乙浦) 포기하기도 했다. 이후 19세기 중반 오조리로 정착했다. 자연마을로는 상동과 하동으로 구분된다. 오조리는 제주도 동남쪽에 위치하며, 서귀포의 동쪽 중간에 자리해 있다. 동쪽으로 종달리, 서쪽으로 수산리, 남쪽으로 고성리와 성산리, 북쪽으로 시흥리가 있다.
 

해가 가장 먼저 닿는 바다마을, ‘오·조·리’

오조(吾照)는 바다에 떠 오른 아침 해가 햇살을 펼치면 가장 먼저 닿는 마을이라는 의미이다. 오조리의 옛포구인 ‘오졸개’는 성산일출봉과 고성리 사이에 육계사주와 식산봉이 파도와 바람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자연 포구다. 1416년(태종 16) 고성리에 정의현청이 만들어질 무렵 수군기지인 수전소(水戰所)가 설치되어 군인들이 머물기도 했다. 또 적의 침입이 예상되는 요충지에 설치하여 방호임무를 수행하는 감시소인 방호소(防護所, 鎭)를 맡았다. 당시 제주에는 정의현(㫌義縣) 외에 대정현, 제주목이 있었다.

선조 34년(1601) 안무어사로 제주에 파견된 김상헌(1570~1652)이 일기체로 기록한 기행문 형식의 『남사록(南槎錄)』에는 ‘오조포는 병선을 감출 수 있다’고 했다. 또 영조 26년(1750)에 제작된 전국 군현지도첩인 『해동지도(海東地圖)』에 수록된 제주지도인 「제주삼현도(濟州三縣圖)」에는 성산일출봉과 식산봉 사이에 오조포가 있다. 그리고 숙종 28년(1902) 이형상(1653~1733) 제주목사가 부임해 제주도를 순력하고 그린 지도첩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의 ‘성산관일(城山觀日)’도 성산일출봉과 마주하는 곳에 ‘오조을포’가 기록되어 있고, 연대의 위치도 표시되어 있다. 그 포구의 현 위치는 양어장을 만들기 위해 식산봉과 연결해 쌓은 제방 끝이다. 최근까지도 오조리에서 포구로 이용한 곳이다. ‘성산관일’에는 동쪽으로 해가 뜨는 모습과 성산일출봉에 올라 즐기는 모습, 봉천수, 성산당, 진해당, 우도의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오조리나 성산리 민가 모습은 당시 없었는지 그려져 있지 않다.

제주에서는 김녕리에서 오조리까지 약 27.8㎞의 해안도로를 ‘해맞이해안도로’라고 부른다. 제주 동쪽에 해가 뜨는 방향의 해안도로로 일출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며 제주의 해양문화, 민속, 역사 등을 살필 수 있는 도로로 자동차 드라이브나 자전거도로로 좋다. 또 올레 1, 2코스를 포함하며, 일출봉 등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식산봉 앞 오조리 갯벌의 조개잡기 체험
식산봉 앞 오조리 갯벌의 조개잡기 체험

오조리의 삶터, 식산봉과 용천수

제주도 화산섬의 특성상 마을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수가 확보되어야 한다. 해안마을인 오조리의 식수는 용천수다. 양어장 인근에 주군디물, 족지물, 재성물, 엉물 등이 솟았다. 마을 안에도 얼피물, 논동네 등 용천수가 있었다. 식산봉 서북쪽 재성물은 목욕탕으로 사용되었다. 이런 많은 용천수는 보를 만들어 논을 만들고 양어장 개발과 마을진입도로 등을 만들면서 기능을 잃었다. 지금은 족지물만 용천수 역할을 하고 있다.

오조리의 공간을 보면 동북쪽 안가람, 식산봉 동북족 모살동산, 현재 새가름으로 구분한다. 옛날에는 안가람과 모살동산에서 거주해 새가름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시대에는 양어장 안쪽 용천수가 솟는 근처에 보를 쌓아 벼농사를 짓기도 했다.

오조리는 동쪽으로 성산만(바다)과 성산일출봉이 있다. 서쪽으로는 널리 알려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동검은오름, 백약이오름 등이 있다. 모두 수산리, 종달리, 시흥리, 종달리 주민들의 시난고난한 삶을 간직한 오름이다. 오조리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식반봉이라 부르는 바오름이 있다. 수중화산분출로 솟아난 성산일출봉과 함께 형성된 식산봉은 ‘바오름’이라 했다. 바위오름으로 바위로 덮여 있는 봉우리다. 이 바위는 소나무, 대나무, 동백나무, 누룩나무 등 상록수가 울창했다. 식산봉은 짚가리로 전체를 둘러싸서 군량미를 쌓아 둔 것으로 위장했다. 그만큼 많은 군사들이 머무는 곳으로 위장해 왜구의 상륙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 보면 왜구의 침입으로 백성들이 생활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조선시대 오조리에 군사시설이 마련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식산봉은 60여미터의 높이였는데 지금은 40여미터에 불과하다. 마을 앞 갯벌을 가로질러 제방을 쌓아 양어장을 만들면서 돌과 흙을 가져다 막았기 때문이다. 성산항이라는 양향이 자리할 수 있었던 우도, 성산일출봉 그리고 식산봉이 지각변동으로 제방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① 오조리에 마지막 남은 용천수 족지물 ② 식산봉 정상에서 본 성산일출봉 ③ 오조리와 성산리를 잇는 한도교
① 오조리에 마지막 남은 용천수 족지물 ② 식산봉 정상에서 본 성산일출봉 ③ 오조리와 성산리를 잇는 한도교

자연이 연출하고 인간이 기획한 연안습지보호지역

고성리에서 성산리로 이어지는 길은 성산일출봉과 함께 해맞이하기 좋은 해안이다. 광치기해변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터진목이라는 지명이 있다. 옛날에는 바닷물이 들고 나는 곳이었다가 나중에 모래가 조류에 밀려와 쌓이면서 육계사주가 되었다.

성산일출봉은 바다에서 솟은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오름이다. 주민들은 성산오름이라 부른다. 이곳이 한때 섬이었다. 터진목에 성산일출봉의 분화구 외벽이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조류에 밀려 터진목에 쌓였다. 그렇게 섬은 육지가 되었다. 한편 오조리와 성산리(반도)를 연결하는 한도교는 1994년 12월 건설되었다. 그리고 고성리와 성산리를 잇는 해안도 도로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오조리 마을 앞 성산만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해양수산부는 2023년 말 성산만의 일부인 오조리갯벌을 제주연안에서 처음으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해양수산부는 멸종위기종인 물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서식하고 있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제주 오조리 갯벌(0.24㎢)’을 지난 해 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오조리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갯벌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보전하며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청한 지역이다. 이번에 지정된 지역은 오조리 양어장과 식산봉을 둘러싼 해안으로 성산일출봉과 마주하고 있다.

이번 ‘오조리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포함되면서 해양보호구역은 습지보호지역(갯벌) 17곳, 해양생태계보호구역 16곳, 해양생물보호구역 2곳, 해양경관보호구역 1곳 등 총 36곳이 지정되었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특별자치도에 처음으로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제주도에는 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고지습지, 숨은물벵듸, 동백동산 습지 등 내륙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식산봉에서 오조리 포구에 이르는 연안의 염습지에는 다양한 염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희귀식물인 황근 20여 그루가 집단 서식하는 곳으로 멸종 위기 보호 2급에 속하는 양생식물 보호구역이다. 특히 오조리 갯벌은 살조개와 바지락이 많이 서식한다. 뱀장어, 숭어, 우럭 등을 키우기도 했다. 주민들만 아니라 외지인들이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조금 물때를 제외하고 조개잡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성산읍이 개최하는 조개잡이 축제도 개최되고 있다.

④ 오조리 연안습지에서 본 성산일출봉  ⑤ 오조리 갯벌에서 본 식산봉  ⑥ 『탐라순력도』의 ‘성산관일’에 기록된 오조을포의 위치  ⑦ 제주도 최초의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오조리 갯벌  ⑧ 『탐라순력도』의 ‘성산관일’
④ 오조리 연안습지에서 본 성산일출봉 ⑤ 오조리 갯벌에서 본 식산봉 ⑥ 『탐라순력도』의 ‘성산관일’에 기록된 오조을포의 위치 ⑦ 제주도 최초의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오조리 갯벌 ⑧ 『탐라순력도』의 ‘성산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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