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78. 2024년 달력을 만들면서···
청봉의 새이야기 78. 2024년 달력을 만들면서···
  • 청봉 송영한
  • 승인 2024.0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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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2023년, 계묘년 백로(白露)가 지났고 추분(秋分)이 가까이 다가온다. 이때쯤에는 새해 달력을 구상해 설계 및 제작 준비를 할 때가 됐다.

2012년, 임진년생인 나의 벗들과 함께 60년의 삶을 살아 다시 임진년이 되던 해였다. 나는 주변 지인과 벗들이 지난 60년 세월 동안을 나에게 베풀어 주었던 동행과 나눔의 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내가 촬영한 새(鳥) 사진으로 작은 탁상용 달력을 만들었다. 이렇게 작은 달력을 만들기 시작한 지가 벌써 11년째다.

고대로 새(鳥)는 하늘[소망]과 땅[인간] 사이[틈새]를 잇는 매개체로 선조들은 여긴 것으로 이해된다. 현재까지 북방 민족들의 조장(鳥葬), 마을 어귀에 세웠던 솟대에 앉은 새(鳥)들의 풍습은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고, 젊은이에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영감을 불러온다.

지난 한 해 동안 관찰하고 촬영·기록한 새 사진과 자료들을 분류·정리하는 일들은 간단한 일이 아니나, 새 달력을 기다리는 벗들을 생각하면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부터 2016년 말까지 필리핀 정부, 건설부의 컨설턴트로 필리핀에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그 첫해인 2013년 ‘한국의 새’를 소재로 ‘생태·환경 보존’ 및 ‘생물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나의 ‘작은 달력’이 필리핀의 관련 인사들로부터 관심과 공감을 얻었다. 필리핀의 지인들에게 4년 연속으로 ‘필리핀의 자연과 새’를 포함하는 야생의 새 사진으로 작은 달력을 제작·배포했고, 이러한 사진 촬영 활동들은 2017년 사진작가로 등단해 활동하는 계기가 됐다. 작은 달력은 생태 사진작가로서 지구, 바다, 자연, 기후변화, 생물의 다양성 등 야생에서 생명의 아름다음을 추구하는 작품(야생의 새를 주제로 하는 생태사진)의 발표 공간으로 가치를 더하게 됐다.

풍성한 가을걷이를 앞둔 농부의 마음으로 지난 한 해 동안 탐조 활동하면서 촬영해 모아둔 사진을 분류하면서 장면 하나하나를 회상해 본다.


정월이라 꽁꽁 언 한탄강에는 두루미,
오월에는 봄철새를 찾아 맑고 푸른 어청도,
가을이라 물떼새 화성호, 말똥가리 대송습지,
하늘 높이 도요새 따라 유부도
벌써 가을이 깊어 흑두루미 만나러 순천만,
겨울이면 큰고니들은 팔당댐을 찾아오고
복원된 따오기는 우포늪에서 짝을 찾고,
파도타기의 명수 세발도요는 동해 아야진,
경치 좋은 강릉 경포대는 물오리들도 즐긴다.
숭어 떼 따라 내려온 물수리는

포항 남대천에서 하늘 높이 난다.
새도 보고 님도 만나니
어와 즐거웁구나!

 

내 기억 속의 첫 달력은 단기 4291년-서기 1958년, 4월 2일 초등학교 입학하고 글자를 배워서 한글과 숫자를 읽을 수 있을 때였을 것이다. 1년 12달을 한 장 달력에 상단에는 ‘檀紀 4291年, 謹賀新年’ 가운데는 근엄한 모습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큰 인물 사진이 자리 잡았고 좌측에는 정월에서 유월까지, 우측에는 칠월부터 섣달까지 1년 365일의 달력이 눈앞에 어렴풋하다.

고대문명 발상지에서는 상형 글자를 만들고 자연의 현상과 우주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해 기록을 시작하는 것이 달력의 효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농사의 시작을 알려주는 나일(Nile)강의 범람일을 기준으로 달력을 개발하였단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달력은 약 5000년 전에 만들어진 태양력으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사용됐다.

고대 로마 공화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BC46에 광대한 로마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할 목적으로 율리우스력(Julian Calendar)을 제정해 BC 45년부터 ‘로마 달력’으로 사용했는데, 이 달력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태양력이다. 이후 16세기, 교황 13세 그레고리는 율리우스 달력의 부정확성을 보완하기 위해 윤년의 법칙을 개선한 ‘그레고리 달력’을 제정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올해의 새 달력에는 1년 365일, 나의 벗들이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마음을 달마다 날아들어 오는 새들의 모습과 함께 담았다.
 

정월에는 흰 눈 내리는 한탄강을 나는
단정학의 높은 기개(氣槪),
오월에는 딱딱한 부리로 사랑의 정을 전하는
밀화부리의 다정(多情),
칠월에는 멸종됐다 되살아난 따오기의
생명(生命) 부활(復活)
섣달에는 창공을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건강(健康)과 기상(氣像)


우리 벗들과 함께 가는 날이, 가는 달이, 가는 계절이, 가는 해가, 가는 길과 세월이 ‘늘 창조적인 영감으로 가득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2024년, 새해 달력을 만들었다.

갑진년(甲辰年) 원일(元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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