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추진선박 활성화 장해 요소(Ⅱ)
전기추진선박 활성화 장해 요소(Ⅱ)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4.02.13 09: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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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승인 제도 개선 필요… 빠른 개선 위한 산업계 한 목소리 아쉬워
2022년 3월 24일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창립 발기인 대회 기념사진
2022년 3월 24일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창립 발기인 대회 기념사진

[현대해양] “국제선급(IACS) 등 국제 기준으로 형식승인을 받은 배터리, 배터리 관련 부품, 전기추진선박용 기자재 등을 국제선급이 적용되는 원양선에는 사용 가능한데 반해 국내 연안선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동일한 선박용 물건인데 선박의 운항구역에 따라 인정 및 사용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관련 업계 K임원의 말이다.


전기추진선박 형식승인시험 활성화 저해

「선박안전법(시행 2023. 6. 28.)」 제18조(형식승인 및 검정) 제1항에 의거 「선박용 물건의 형식승인 시험 및 검정에 관한 기준(이하 형식승인기준)」의 선박용 물건 또는 소형선박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는 자가 해당 선박용 물건 또는 소형선박에 대해 제9항 전단에 따라 검정을 받으려는 때에는 미리 해양수산부장관의 형식에 관한 승인(이하 “형식승인”이라 한다)을 받아야 한다. 형식승인을 받으려면 형식승인시험을 거쳐야 하고(같은 조 제2항), 전기추진선과 관련해 해양수산부 장관은 형식승인시험의 지정시험기관으로 한국전기연구원(KERI: Korea Electrotechnology Research Institute)을 정하고 있다(같은 조 제2항).

시험기준은 「형식승인기준」 제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형식승인 시험기준이 없거나 형식승인 시험기준의 적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정한 기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정한 기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정한 기준 △한국산업표준(KS) △국제연합(UN)에서 정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은 형식승인시험기관의 시설, 장비 등이 갖춰지지 않아 형식승인 시험기준에 따른 시험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시험항목에 한정해 「선박안전법 시행규칙」 제45조의3제2항제2호 및 「형식승인기준」 제8조에 의거 기술전문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대체시험 방법을 허용하거나 지정시험기관 외의 기관에서 시험한 결과를 인정할 수 있다. 전기추진선박에 사용되는 선박용 물건은 그간 사용되지 않았던 선박용 물건이므로 형식승인기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결국 「형식승인기준」 제8조에 의거 기술전문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험결과를 인정받는 절차로 이어진다.

K임원은 몇 가지 문제를 언급했다. 첫째, 전기추진선박 관련해 7명으로 기술전문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지정시험기관인 KERI의 입장을 반대할만한 전문가로 구성돼 있지 않고, 둘째, KERI가 전통적으로 해운, 조선업에 진행했던 형식승인과 검정절차 등의 절차를 무시한 채 선박안전을 무기삼아 불필요한 중복 시험을 추가해 개발자들에게 시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 업체 한 관계자는 “배터리 관련 수입의 경우 배터리 셀·모듈·팩 시스템 등 시험이 있는데, 처음에 5~7,000만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억 원으로 인상되더니 하반기에는 검사 비용이 2억 원까지 증가했다”며, “검사 비용도 비용이지만, 검사 소요시간까지 고려하면 중소기업은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KERI로부터 형식승인 시험을 통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라며 시험 통과의 기쁨과 함께 그간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K임원은 “△(재)검사로 인한 경제적 손실 △검사 시 해외제조업체의 기술 유출 우려 △국제선급 형식승인 제품 사용 불가로 인한 완성품의 품질 저하 △국제선급 형식승인 제품이나 국제선급 기준으로 검사를 받은 선박이 국내에서 운항 할 수 없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태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도 전기추진선박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2023년 7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친환경 전기선박 활성화 촉진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창용 해사산업기술과장은 “2023년부터 ①친환경 기자재 등 급변하는 기술개발 속도에 맞춘 기술검증과 행정지원을 위해 민간주도로 신기술 설비의 기술력·안정성 검증을 추진하고, ②친환경선박 신기술이 선박에 적용,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선박안전법」에 따른 기술기술 마련, ③친환경 선박 및 관련 장비·기술 활성화를 위해 사용연료, 기술, 난이도, 탄소배출 저감률 등에 따라 친환경 등급(1~5) 인정 등의 제도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선박협의회 창립 도모… 난관에 봉착

전기추진선박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이쪽 산업계의 요구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설립을 추진했던 ‘한국전기선박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전기추진선박 활성화와 발전의 기치 아래 뭔가를 할 것처럼 보였으나 현재 용두사미(龍頭蛇尾)로 흘러가는 형상이다”라고 아쉬워했다.

협의회는 2022년 3월 24일 창립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길홍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현 한경국립대 교수)이 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과 이신형 대한조선학회 회장이 공동위원장(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을 맡으며 대단한 출발을 보였다. 협의회는 ‘전기선박산업 전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전기선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산·학·연·관 협력의 시너지를 통해 전기선박산업 발전 및 세계 전기선박 허브로의 도약’이라는 설립목적 아래 △전기선박 제조기술 및 연구개발 활동 지원 △전기선박 진흥정책 개발 및 지원 △전기선박사업 및 혁신생태계 활성화 △전기선박 관련 국제 협력 및 네트워크 구축 및 B2B 플랫폼화 등을 주요사업 범위로 정했다.

협의회는 2022년 4월에 제1회 국제전기선박 포럼을 제주에서 개최했지만 같은 해 6~7월 경 예정된 창립총회 추진은 무산됐다. 한 협의회 관계자 말에 따르면 “당시 참석 인원이 너무 적어 성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협의회 추진력이 무너진 것은 두 공동위원장의 공석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조승환 공동위원장은 5월 해양수산부 장관에 오르면서 협의회 참여가 거의 불가했고, 이신형 공동위원장은 협의회를 탈퇴했다. 그사이 대한조선학회 회장이었던 이신형 전 공동위원장을 중심으로 2022년 8월 24일 ‘스마트·전기선박연구회(회장 김진환 카이스트 교수, 부회장 김종수 한국해양대 교수)’가 창립됐다.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나라호 선상에서 창립총회가 있던 날 카이스트, 한국해양대, 서울대, 인하대 등 학계와 한국조선해양, LS일렉트릭, 아비커스 등 산업계, 한국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연구계 등 산·학·연에서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학회는 2023년 2월 1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제1회 스마트·전기선박연구회 동계 학술발표회’도 성공리에 치렀다.

한편 길 위원장은 2023년 5월 제1회 국제전기선박엑스포 개최를 위해 2023년 1월 12일 ‘제1회 국제전기선박엑스포’를 위한 조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재가동의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현 협의회는 창립 전으로 실체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런 여건에서 1년에 1~2차례 행사로 연합회를 다시 뭉쳐서 살리기는 역부족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의회 발기인대회 날이나 지난해 5월 제주에서 개최된 엑스포 행사 등을 보면 ‘(사)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그늘 아래 있는 느낌이었다”며, “선박 쪽 관계자들은 자동차 업계와의 관계를 그리 탐탁하게 생각지 않아 선박 업계 간 별도 단체 조성을 추진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길 위원장은 “협의회를 당장 하나로 뭉치기는 어렵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여기 와서 보니 선사·조선소 등 업종별로 나눠지고, 대형·중소형사 등 회사 규모별로, 부산·목포·기타도시 등 지역별로 또 해양경찰, 해수부, 산자부, 과기부 등 정부 부처별로도 나눠져 있어 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기차 역사가 10여 년이 지났지만 현재 전체 차량 중 전기차 보급률이 2%가 채 되지 않는다”며 “전기선박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당장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위원장은 “오는 4월 30일부터 제주에서 개최되는 ‘국제전기선박엑스포’ 기간에 제2회 국제전기선박엑스포 개최를 추진할 것이다”라고 협의회 운영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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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현 2024-02-14 14:42:11
협의회의 실체가 각종 이권이 자리잡기 보다는 실질적인 선박 시장의 활성화가 이루어 지도록 산업계의 의지를 반영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동안 2년여 동안의 시간이 우리를 스쳐지나 왔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었이고 또 어디로 가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