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내 괴롭힘, 최고 징역 3년 벌금 3천만 원
선내 괴롭힘, 최고 징역 3년 벌금 3천만 원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4.02.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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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소유자, 선원 모두 ‘선내 괴롭힘’에 대한 이해 필요
선내 괴롭힘 금지 등이 포함된 개정 선원법이 지난달 25일부로 시행됐다.(출처_국립목포해양대학교)
선내 괴롭힘 금지 등이 포함된 개정 선원법이 지난달 25일부로 시행됐다.(출처_국립목포해양대학교)

[현대해양] 선내 괴롭힘 관련 선박소유자의 의무와 피해 선원 방지·보호 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지난달 25일부로 「선원법」 제25조의3(선내 괴롭힘 금지)과 제25조4(선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가 신설된 개정 법률안(법률 제19772호)이 발효됐다. 이는 「근로기준법」 내 제76조의2와 제76조의3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근로환경의 차이로 인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직장 내 괴롭힘’, ‘피해근로자’ 등이 「선원법」에서는 ‘선박소유자’, ‘선내 괴롭힘’, ‘피해선원’ 등으로 표현이 수정됐다. 또 선박 특성을 고려해 「선원법」 제25조의4 제2항에서 “항해 중 또는 외국 항만에 있는 경우 피해를 입은 선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선원의 의견을 들어 다음 기항 예정 항만 또는 국내 항만 입항 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법률 개정

2019년 1월 「근로기준법」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의 삽입은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으로 동료를 사망케 하는 사고가 발생 등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과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막대한 비용부담을 초래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2019년 7월 16일에 처음 시행된 후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인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기대하기 어렵고, 사용자가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제재규정이 없어 법률의 실효성이 없었다. 이에 △사용자에게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 조사의무 명시(제76조의3제2항)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 금지 의무(제76조의3제7항 신설) △사용자와 일정범위 친족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제116조제1항 신설) △사용자의 조치의무에 대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의무(제116조제2항) 등을 보완한 근로기준법(법률 제18037호, 2021년 4월 13일 개정)이 2021년 10월 14일부터 시행됐다.

「선원법」 내 선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근로기준법」보다는 4여 년 늦었음에도 업계는 비판보다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재호 법무법인 황앤씨 변호사는 “선박은 직장과 주거가 함께하는 곳이고, 항해 중 혹은 외국 항에서 임의 하선도 어려운 여건이다. 따라서 선내 괴롭힘이 발생한다면 이는 육상의 직장 내 괴롭힘 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해상과 선박이라는 근로 환경으로 인해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어서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번 개정 「선원법」 시행을 환영했다.

이번 「선원법」 개정은 2021년 7월 어기구 의원 등 11인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원법」은 선원의 근로관계에 관해 「근로기준법」의 여러 조항을 준용하고 있는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은 누락돼 선박 내 괴롭힘 발생을 예방하거나 발생 시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웠다. 「선원법」상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그에 따른 조치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선원 권리보호에 미흡했던 점이 입법적으로 보완됐다.

그런데 개정 「선원법」 시행이 불과 며칠 지난 가운데 오랜 기간 정착돼 온 선박 내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수직적 문화나 선박이라는 독립적이고 제한된 환경 등은 단시일 내 선내 괴롭힘 금지가 선내의 문화로 안착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2023년 1월부터 선원의 인권·노동권 보장 강화를 위한 교육이 의무화됐고, 그 교육영상 내 ‘선내 괴롭힘’에 관한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그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는 업계 관계자도 제한적이다.

 

괴롭힘 신고현황

2023년 5월부터는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선내 괴롭힘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선원이 선박에서 갑질, 부조리, 따돌림 등 괴롭힘을 당했을 때, 즉시 이 센터로 신고 가능하다. 아울러 상담 신청도 할 수 있다. 상담·고충처리 전문교육을 이수한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전담 인력이 직접 상담한다.

선내 괴롭힘 상담센터는 기존에 해당 선사나 선주 단체에만 신고했던 것과 비교해 선원들이 선내 괴롭힘 문제를 알리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결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선내 괴롭힘 상담센터’에 지난해 5월부터 접수된 선내 괴롭힘 신고 건은 총 3건 이었다. 이 신고 건수로 ‘선내 괴롭힘이 많지 않다든가 선내 괴롭힘 건에 대해 직장 내에서 순조롭게 해결하고 있다’고 속단하긴 어렵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육상 근무환경과 달리 선내(근무지) 구성원이 특정 학교 또는 업계 내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동기, 선·후배로 구성돼 있고, 승선 관련 학교에서부터 상명하복의 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상사 혹은 동료 등으로부터의 괴롭힘을 제3자에게 알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28일 고용노동부는 2019년 7월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로 접수된 사건은 2만 6,955건(2023년 4월말 기준)이며, 이 중 취하 등을 제외한 근로감독관이 실제 조사·수사한 사건은 1만 1,220건이었다고 발표했다. 1만 1,220건 중 근로감독관의 지도·지시 등에 따라 사용자가 조사·조치 의무를 모두 이행해 △법 위반 없음으로 처리한 사건이 약 69%였고 △개선지도 3,120건(27.9%) △검찰송치 475건(4.2%) △검찰송치건 중 기소 건 199건(1.8%) 등 법 위반이 확인돼 관련법에 따라 조치한 비율은 약 31%였다.

괴롭힘 사례

선박 내 수직적 조직문화에 익숙해 져 있는 선원의 경우 법률에서 말하는 ‘괴롭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4여 년 앞서 시행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취업규칙 표준안’ 내 △신체에 대해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행위 △지속·반복적인 욕설이나 폭언 △다른 직원들 앞에서 또는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 합리적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개인 심부름 등 사적인 용무를 지시하는 행위 △합리적 이유 없이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행위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행위 강요(복장, 음주, 장기자랑, 취미활동 등 강요)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 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상당기간 동안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는 업무와 무관한 일을 지시하거나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는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만 시키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상당기간 동안 일을 거의 주지 않는 행위 △그 밖에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직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 10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판례 입장

이세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기업 대응’이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이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함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 악화 등 이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이하 괴롭힘 예방 매뉴얼)’에서 ‘우위성’이란 피해자가 괴롭힘 행위에 대해 저항 또는 거절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정의하며 △지위의 우위 △관계의 우위 △우위성 이용 등을 꼽았다. 판례에서는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에 놓여 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다면 지위의 우위성을 인정했고(전주지방법원 2014. 8. 13. 선고 2013구합1871), 피해자가 행위자의 직상급자임에도 불구하고 행위가 발생한 상황과 맥락에서 괴롭힘이라는 판례(울산지방법원 2022. 9. 22 선고 2021가합14843)에서 볼 때 관계의 우위는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관계를 포괄하고 있다. 아울러 법원은 행위자가 피해자보다 직위가 낮으나 행위자가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제3자와 합세해 피해자를 괴롭힌 것도 관계의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2021. 9. 9. 선고 2020구합74627).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해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고 본다. ‘괴롭힘 예방 매뉴얼’에서는 폭행이나 협박, 폭언·욕설·험담, 심부름 등 사적용무 지시, 집단 따돌림, 업무에서 의도적 무시·배제, 근로계약 상 업무와 무관한 일 지시, 업무를 과도하게 부여, 원활한 업무 방해 등의 행위를 예시하고 있다.

판례에서는 행위자가 여러 직원들이 보는 가운데 공개적· 노골적인 질책을 폭언으로 평가해 괴롭힘으로 인정한 사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 6. 30 선고 2019가합400151)가 있고, 업무상 명백히 불필요한 것이거나 수행 불가능한 것을 강제하는 행위, 업무상의 합리성이 없이 능력이나 경험에서 동떨어진 정도의 낮은 업무 등도 업무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본 사례가 있다(대전고등법원 2022. 5. 12. 선고 2021나13620).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서 ‘근무환경 악화’는 면벽근무 지시 등 근무 공간을 통상적이지 않는 곳으로 지정하는 등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절한 환경이 아닌 경우를 말한다. 판례는 행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음주를 권유한 행위가 강요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근로자(피해자)가 느끼는 압박감의 정도는 다르겠으나 개인의 취향 문제로 취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22.4.28. 선고 2020도15738).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상적인 지도 또는 조언 및 충고 수준을 넘어 지속적이고 공개적인 질책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가한 행위라고 판결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6. 17. 선고 2020가단 239162).

증거자료 수집

일반적으로 뭔가를 주장하는 이가 자신에게 그 주장의 권리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선내 괴롭힘’ 분쟁이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직장 내에서 해결을 하겠으나, 이것이 불가할 경우 해양수산부·수사기관 등에 고소·고발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나아가 괴롭힘 행위로 인한 피해를 「민법」 상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이 경우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사실 △피해를 입은 사실 △괴롭힘으로 피해가 발생한 사실 등을 입증하는 자료가 요구된다. 입증 자료로써 △괴롭힘 당시의 녹취 △CCTV 영상 △관련 문서(사진, 메일, SNS 등의 대화내역 등) △같이 있었던 동료의 증언이나 진술서 △괴롭힘 이후 주변인과 나눴던 대화 내역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면 이 치료에 대한 진료기록 등이다. 하선 후에는 해당 자료 확보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승선 중에 이들 자료의 수집이 필요하다.

법원은 괴롭힘 사건에서 피해자 또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시·장소·내용 등 묘사가 구체적이고 상세하며 허위로 진술의 내용을 지어낼 동기가 보이지 않는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본다. 아울러 괴롭힘 등 발생이 인정된 판례를 보면 주로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피해자의 진술을 목격자가 뒷받침할 수 있거나 다른 피해 내용이 물리적인 증거로 뒷받침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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