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펠릿’ 해상운송 기준에 관심 필요
‘플라스틱 펠릿’ 해상운송 기준에 관심 필요
  • 황대중 (재)한국해사협력센터 팀장
  • 승인 2024.01.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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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중 (재)한국해사협력센터 팀장
황대중 (재)한국해사협력센터 팀장

[현대해양] 

플라스틱 펠릿에 의한 환경오염
2024년 1월 8일, 포르투갈 해안을 지나던 라이베리아 기국 선박에 선적된 컨테이너 6개가 해상 유실되면서 그중 하나에 실려 있던 ‘플라스틱 펠릿’ 약 25톤이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플라스틱 펠릿은 가공되지 않은 알갱이 형태(쌀알 모양)의 플라스틱 원료로 이를 성형하여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한다. 
스페인 북서부 해안으로 떠밀려온 플라스틱 펠릿과 이 사고의 복구 모습을 보니,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형 유조선(허베이 스피리트 호)의 원유 유출로 인해 사고 현장을 복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염원은 다르지만 그 모습이 참 닮아있다.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등 굵직한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협약 제·개정의 배경에는 항상 해양사고가 있었다. 주요 외신이 이번 사고 수습과정에서 스페인 정부의 늑장 대응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점을 미루어보아 사고 현장이 어느 정도 수습되면 후속 절차로서 근본적인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펠릿 유출 Vs. 기름 유출
플라스틱 펠릿 유출 vs. 기름 유출

플라스틱 펠릿 유출에 의한 오염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X-Press호 침몰로 발생한 1,680톤 규모의 플라스틱 펠릿 유출은 스리랑카 해안의 환경오염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면서 사상 최악의 플라스틱 펠릿 오염사고로 기록된 바 있다. 

주요 플라스틱 펠릿 해상유출사고
주요 플라스틱 펠릿 해상유출사고

국제해사기구(IMO) 논의 현황
X-Press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2022년부터 IMO 산하의 해양오염방지 및 대응(PPR) 전문위원회에서 해상운송되는 플라스틱 펠릿의 유출 방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IMO 회의에서 다루는 다른 의제처럼 플라스틱 펠릿 논의의 중심에도 관련 IMO 협약의 제·개정이 다뤄진다. 그 이유는 IMO의 본질적인 영향력은 결국 선박을 직접 규제하는 국제협약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X-Press호 침몰과 플라스틱 펠릿 유출의 환경 영향성(출처 : 논문(2021) “The M/V X-Press Pearl Nurdle Spill: Contamination of Burnt Plastic and Unburnt Nurdles along Sri Lanka’s Beaches”)
X-Press호 침몰과 플라스틱 펠릿 유출의 환경 영향성(출처 : 논문(2021) “The M/V X-Press Pearl Nurdle Spill: Contamination of Burnt Plastic and Unburnt Nurdles along Sri Lanka’s Beaches”)

IMO 회의에서 세 가지 제안이 논의되고 있다. 첫 번째는 안전 측면에서 플라스틱 펠릿의 해상운송 요건을 신설하기 위해 IMDG(국제해상위험물) 코드의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펠릿을 포함시키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해양오염방지 측면에서 플라스틱 펠릿을 MARPOL 협약 부속서 Ⅲ장 규제 대상 유해물질로 지정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관련 산업계의 의견으로서 앞선 첫 번째와 두 번째 제안에 모두 반대하며 컨테이너 해상유실 사고방지 방안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의견은 석유화학 산업계를 대표하는 IMO 비정부기구인 유럽화학산업협회(CEFIC)와 위험화물자문이사회(DGAC)가 표명하였다. 

위험화물 해상운송 기준에 관한 IMO 협약
위험화물 해상운송 기준에 관한 IMO 협약

산업계 주장의 배경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험화물로서 IMO 협약 규제 대상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해당 화물의 유해성이 우선 입증되어야 하는데, 플라스틱 펠릿의 경우 단지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유출 시 해양생물에 미치는 위험성과 복구 시 어려움이 큰 것이지 펠릿 그 자체가 지닌 어떠한 환경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화물로의 지정은 섣부르다는 평가다. 크기가 매우 작은 레고(LEGO) 블록이 바다에 버려져 물고기가 이것을 섭취해 죽었다며 레고 자체를 위험화물로 취급하는 것이 적절한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플라스틱 펠릿 해상운송 기준에 관심 가져야
IMO뿐만 아니라 유엔환경계획(UNEP) 주관 하에 2025년 성안을 목표로 개발 중인 ‘유엔 플라스틱 협약’에서도 플라스틱 펠릿이 언급되고 있다. 펠릿 형태의 플라스틱은 제작 과정 및 용도를 고려할 때, 개발 중인 협약에서 강조하는 플라스틱 순환 경제와도 관련이 깊다.
펠릿 유출에 따른 해양환경 오염의 심각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필자는 현시점에서 플라스틱 펠릿의 해상운송 요건을 국제협약으로 규제하는 수순이 ‘적절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고로 피해를 본 국가는 당장 강제적인 규제 개발을 통해 사고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겠지만, 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은 심층적인 사고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우선 식별하고 현행의 산업 기준 수준에서 필요한 보완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 최종적으로 국제협약을 통해 강제화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한 절차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11월,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가 ‘플라스틱산업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산업계 선언문’을 공동 발표하며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자율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펠릿과 관련하여서는 품질 및 운송에 관한 기준은 부재하고, 펠릿을 수출입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개별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상황이다. 
만약, IMO협약 차원에서 플라스틱 펠릿에 관한 해상운송 요건이 규제된다면 플라스틱 제품 무역량이 상당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규제가 협약으로 강제화 되기 이전에 우리나라 산업계도 이번 스페인 사고를 계기로 플라스틱 펠릿 전반에 관한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안전한 해상운송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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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2024-02-08 17:22:29
관련 이슈에 대해 국내에서는 크게 접 하지 못했는데 돈 기사를 통해 IMO 동향과 최근 고려해야 되는 부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 매우 도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