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안전심판원 재결 활용 시 유의사항
해양안전심판원 재결 활용 시 유의사항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평석위원장
  • 승인 2024.01.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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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평석위원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평석위원장

[현대해양] 해양안전심판원은 해양사고에 대한 원인을 판단하고 잘못한 자들에게 징계를 가하는 준사법기관이다. 바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기가 대단히 어렵다. 침몰한 선박은 원인판단에 대한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다. 조사관이 조사를 해서 심판부에 결정을 구하면, 당사자들이 심판정에서 대심구조로 공방을 벌인다. 심판관은 조사보고서와 심판정에서의 진술과 심판변론인의 변론 등을 토대로 합의심으로 원인재결과 징계재결을 내린다. 

원인재결은 사고의 원인을 판단한 재결이고 징계재결은 이를 바탕으로 잘못이 있는 자에게 국가가 징계를 내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심은 징계재결을 통하여 선박을 운항하는 해기사에게 권고, 견책, 혹은 2개월 등의 업무정지를 내리게 된다. 징계재결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 인천, 목포, 부산, 동해에 지방 해양안전심판원이 있고, 세종시에 중앙 해양안전심판원(해심)이 있다. 1심 격인 지방해심의 재결에 불복하면 중앙해심에서 다시 다투게 된다. 지방해심의 재결 내용에서 업무정지 재결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중앙해심에 이를 시정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것이 된다. 대전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은 취소소송에 해당한다. 이에 불복하면 대법원에 최종심으로 취소소송이 제기된다. 과거에는 중앙해심을 거쳐서 대법원으로 가던 취소소송이 이제는 고등법원을 중간에 거치기 때문에 사실심을 법관으로부터 받게 되어 국민들의 재판청구권이 더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심의 재결은 민사재판이나 형사재판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우리나라에는 해사법원 및 장로선장을 활용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전문기관인 해심의 재결을 반영하게 된다. 사고 사실에 대한 판단은 해심보다 더 나은 기관이 없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다.  

그런데, 해심은 자신의 기관의 설립과 운영 목적에 맞추어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활동결과인 재결내용도 이런 한도 내에서 이해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해심원은 해양사고에 2인 이상이 개입되면 원인제공비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선박충돌사고의 경우에 각 선박의 원인제공비율이 나온다. 민사에서는 해심의 이런 원인제공비율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민사의 손해배상의 과실비율로 활용한다. 수협중앙회가 제공하는 선박공제와 선주책임공제에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민사의 손해배상은 법률적인 시각에서의 과실비율이 산정되어야 한다. 해상교통법의 적용과 해석이 민사와 해심이 다른 경우도 있다. 기관을 정지하고 바다에 표류하는 정류선(停留船)에 대한 항법이 대표적이다. 해심은 법규를 위반하면 이것이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도 지적을 해야 한다. 사고를 방지함에 설치 및 운영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선박충돌 등 해심재결의 내용은 반드시 민사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재평가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해심의 원인제공비율이 곧바로 민사의 손해배상기준이 되는 “과실비율”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해심의 원인제공비율이 민사재판에서 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다(대전고등법원 2019. 9. 18. 선고 2019누10342 판결, 중앙해심 2018. 12. 27. 제2018-022호 재결).

해심은 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느슨하다. 선원 한 명이 승선하지 않았던 선박이 항해 중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그 승선하지 않은 선원은 항해와 무관한 사람이다. 원인재결에 이런 법령 위반사항은 기재되어야 한다. 해상보험에서 보험자의 면책사유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민사나 형사에서 충돌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항이 된다. 그가 충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부두에 접안중인 선박에서 당직자가 선교에 없었다. 지나가던 선박이 자신을 충격했다. 해심은 당직을 서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민사나 형사의 시각에서는 그 행위가 손해 혹은 사고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정이 되어야 한다. 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이 지나가는 선박에 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에 그의 부작위 혹은 그의 감독자는 사고에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해심에서는 징계재결에서 이를 반영하기도 했다(부산해심 재결 제96-142호, 1996. 11. 4.). 

특히 형사사건에서 범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범죄 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높은 정도의 입증을 요구한다. 인과관계도 여기에 포함된다. 더 엄격하게 검사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한다. 해심이 인정한 인과관계는 형사의 입증정도와 비교하여 아주 낮은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재해석되어야한다.   

이렇게 해심이 자신의 고유의 목적을 위해 내린 원인재결이나 징계재결의 내용은 민사나 형사의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재해석되어 사용해야 소송의 당사자들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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