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77. 한탄강을 찾아온 두루미, 아무르강을 찾아간 사람
청봉의 새이야기77. 한탄강을 찾아온 두루미, 아무르강을 찾아간 사람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4.01.13 0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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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가 날아오르는 철원 한탄강, 눈 내리는 날
두루미가 날아오르는 철원 한탄강, 눈 내리는 날

[현대해양] 정월 초하룻날 아침 해돋이를 한탄강 강가에서 두루미와 함께 맞이하기를 오래전부터 소망해 왔는데, 하얀 눈까지 보태어 오랜 소망이 갑진년(甲辰年) 첫날 이루어진다. 또르르 또로로 또르르···, 낮지만 굵은 목소리로 서로 아침 인사 나누는 두루미들의 평화스런 소리다. 옥색 쟁반에 구르는 푸른 옥이 내는 맑은소리같이 청초하다. 두루미는 가족 단위로 이동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을 서로에게 알려 경계하는 등 가족 공동체를 유지한다.

두루미는 거대한 내륙 습지를 형성하여 오호츠크해로 향해 흐르는 아무르강(Amur River)의 발원지인 몽골 동북부 지역과 일본 홋카이도의 동북 연안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에는 10월 하순에 한반도의 철원, 한탄강과 홋카이도에 도래하여 이듬해 3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지구상에는 약 3,000 개체가 생존하고 있는데, 겨울철에는 일본 홋카이도에 2,000여 개체와 한반도 한탄강 주변에 약 1,000 개체가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귀한 대형(몸길이 : 150cm)의 조류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두루미를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으로 분류하여 보전 활동을 국제적으로 전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202호로 지정하여 보호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겨울철마다 한반도를 찾아오는 두루미과의 두루미들은 두루미(Red-crowned Crane, 몸길이 150cm,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White-naped Crane, 몸길이 125cm, 천연기념물 제203호) 그리고 흑두루미(Hooded Crane, 몸길이 97cm, 천연기념물 제228호)들이 있다. 그들 중에 몸의 크기나 머리에 붉은 볏을 단 기품으로 단정학(丹頂鶴)으로 불리는 두루미가 으뜸이다.

철원평야에서 만난 두루미들
철원평야에서 만난 두루미들

필자는 2023년 6월에 두루미들이 여름철에 고향 땅 아무르강에서는 여름살이를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여 아무르강의 발원지인 몽골의 동북부 습지 지구를 방문하여 관찰한 적이 있다. 대초원의 광활한 습지에는 풍성한 먹이와 조용한 자연환경이 ‘겨울철 채소 경작을 위한 과밀한 비닐하우스의 설치, 과잉 화학 비료·농약 살포 등으로 인한 서식지 축소 및 먹이원의 감소’ 등 철새들의 생태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한반도 한탄강보다는 안정적이고 평온하여서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새들은 2억 2,000만 년 전에서 7,000만 년 전(쥐라기·백악기)까지 지구상에 번창하다 갑자기 멸종된 공룡을 조상으로 시조(始祖)새 시대를 거쳐 지구의 다양한 환경변화와 기후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진화 과정을 거듭하여, 현재는 지구상에 1만여 종, 3,000억 개체의 새들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생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새들은 지구의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독특한 특징과 행동을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새들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새들이 얼마나 놀라운 생명체인가를 알려 주고 있다.

지구의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몸집을 더욱 키우는 진화 전략으로 대응한 공룡에 대비하여 새들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몸을 작게 가볍게 줄이는 진화 전략으로 닥쳐올 지구의 변화와 재앙에 대응하고 있단다.

올 겨울철에도 두루미 가족은 한탄강을 찾아왔다. 두루미는 올여름에 아무르강 강가에서 만났던 그 사람을 눈 내린 한탄강에서 높이 날아 찾고 있다. 그 사람은 올여름 아무르강에서 만났던 두루미를 눈이 소복이 쌓인 한탄강에서 찾고 있다. 그 사람과 그 두루미는 높은 정을 쌓고 깊은 정이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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