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수협, 조합원들이 원하는 조합 만든다
김제수협, 조합원들이 원하는 조합 만든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4.01.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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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부지 내 수산용지 확보’ 숙제

[현대해양] 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와 본격화된 부동산 경기침체 등 악조건이 이어지면서 금융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0%대 연체율로 모범을 보이고 있는 수협이 있다.

김제수산업협동조합은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으로 어장을 상실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내수면 양식과 적극적인 상호금융 영업으로 난국을 타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사업으로 바다 잃어

새만금 간척사업이 30년 이상 진행중인 전북 지역은 김제, 군산, 부안 등 주민들이 생활터전인 바다를 잃는 등 피해가 집중됐다. 서울시 면적의 약 67%에 해당하는 간척지가 새롭게 조성되는 사업이 전개되면서 김제시는 37km에 달하는 해안선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

김제수협의 경우 새만금방조제 착공 전 계통판매량 실적이 2,759톤이었으나 방조제 완공 후 계통판매량은 ‘0’이 됐다. 어업인들이 조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그나마 어선세력 20척이 부안, 고창, 군산서 연안어업을 이어가곤 있지만 위판은 조업지 가까운 수협 위판장을 이용하고 있어 김제수협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 이런 가운데 돌파구를 찾은 것이 내수면 양식과 상호금융이다.

김제수협 조합원 중 양식어가는 약 200어가이며, 어종은 뱀장어, 송어, 쏘가리, 향어, 자라, 메기, 미꾸라지, 금붕어, 향붕어, 관상어 등 다양하다. 판매방식은 중개상을 통한 직접 판매를 하고 있다. 김제수협은 집하장 현장판매를 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통한 매출은 800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

김제수협 업무구역은 새만금사업의 중심지인 김제를 중심으로 서해안과 내륙지역인 전주, 완주, 무주, 진안, 장수, 남원, 임실 등 3개시, 5개군이다. 김제수협은 바다와 육지를 연계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옮겨가면서 조합원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호금융 서울 진출 성공

김제수협의 위기 극복은 놀라울 정도다. 2023년 3월 재선에 성공한 김영주 조합장이 처음 취임하던 2019년 3월 당시 김제수협 상호금융 규모는 예금 1,400억, 대출 1,20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서울 진출을 시도한 끝에 2020년 서울 동부이촌동지점, 2023년 방학동지점 등 금융점포 2개를 신설했다. 그리고 기존 김제 진봉지점, 전주 효자동서지점, 전주 태평동지점, 본점 등 총 6개 금융점포 운영과 직원들의 노력으로 전국 60위 조합이 현재 33위 상호금융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예탁금이 4,300억, 대출금 3,800억 규모로 성장한 덕분이다.

김제수협은 2022년 3월 17일 열린 수협중앙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경영개선으로 건전성 증대에 노력한 회원조합에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제수협은 2022년 3월 17일 열린 수협중앙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경영개선으로 건전성 증대에 노력한 회원조합에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영주 김제수협 조합장은 “1991년 새만금 방조제 착공으로 바다를 잃으면서 김제수협 경제사업은 사실상 끝났다. 이후 상호금융과 내수면 양식을 중심으로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내수면 양식은 정책자금 150억 원을 운영했으나 현재 300억 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또한 직원 43명, 12개 어촌계, 1,100명의 조합원을 둔 작은 수협이 일군 결과다.

김영주 김제수협 조합장이 상호금융 고객을 맞아 응대하고 있다.
김영주 김제수협 조합장이 상호금융 고객을 맞아 응대하고 있다.

김영주 조합장 취임 직후부터 흑자가 났던 건 아니다. 김 조합장 취임 1~2년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준비된 공격적 마케팅으로 3년차부터 흑자경영을 시현했다. 처음에 상혹ㅁ융 서울 진출을 발표했을 때 다들 말렸다고 한다, 매우 위험하다고. 그럼에도 조합장은 흑자 시현 자신감과 구체적 계획이 있었기에 강하게 밀어부쳤고, 개점 3년차부터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

상호금융 경영상태가 사실상 수협 경영상태를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김 조합장 취임 3년차에 11억, 4년차에 2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5년차인 2023년엔 결산 결과(잠정) 세후 10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 당기순이익이 준 이유는 예대마진폭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전국 수협 평균 연체율이 4~5%대임을 감안하면 김제수협 동부이촌동지점 연체율 0.82%, 방학동지점 연체율 0.02%는 전국 회원조합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웃 수협의 악전고투에 비해 매우 선전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을 위한 복지, 배당 등을 자랑할 수 없는 게 사실. 김제수협은 2022년 3월 17일 열린 수협중앙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경영개선으로 건전성 증대에 노력한 회원조합에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켜지지 않는 정부 약속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바로 새만금 간척사업 피해 보상이다. 김제 어업인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사라진 삶의 터전인 바다를 대신해 2,000ha(담수 1,000ha, 해수 1,000ha)의 수산용지를 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적은 피해보상금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동의했다는 것.

하지만 정부는 이 약속을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수산용지가 필요하면 유상으로 매입하라고 한다는 것. 이는 새만금개발청의 이야기다.

정부는 매립 고시 당시 어업인의 삶의 터전인 공유수면을 매립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보상금 대신 대체 수산개발 계획으로 수산양식장(2,000ha)을 개발해 피해어업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가 이후 해당 계획을 피해어업인들과 단 한 번의 협의 없이 폐기했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조합장은 “1991년 새만금 사업 초기 계획 당시 새만금 지구 내 2,000ha의 수산용지가 포함됐으나 정부가 어업인 동의 없이 기본계획을 변경해 공유수면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초 계획대로 김제 지역 어업인들을 위한 수산용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업인들은 수산용지에 새우 양식장을 설치해 새만금 사업으로 잃은 잡는 어업 손실을 기르는 어업으로 만회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김제수협은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수산용지 2,000ha는 1989년 농람수산부에서 농지조성 목적으로 수립한 새만금 간척사업 기본계획에 반영되어 있었으나, 이후 2001년 환경부, 농림부 등 소관부처가 참여한 정부합동회의에서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수산용지 조성을 유보키로 결정했다”고 공식 답변을 받았다.
 

광역폐기물 처리시설도 풀어야 할 숙제

새만금 광역폐기물 처리시설도 풀어야 할 숙제다. 새만금개발청은 군산(1구역), 김제(2구역), 부안(3구역)에 총 640만㎥의 산업페기물을 소각, 매립할 소각장과 매립장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폐기물 분진 등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피해 당사자인 지역민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관련 용역사업을 중단하고 새만금 지선의 어업인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협의과정을 거쳐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제수협은 지난해 7월 28일 수산 전문가로 구성된 ‘김제수협새만금2050자문협의회’를 구성하고 새만금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김제시 어업인들의 터전 확보를 위한 노력하고 있다.
김제수협은 지난해 7월 28일 수산 전문가로 구성된 ‘김제수협새만금2050자문협의회’를 구성하고 새만금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김제시 어업인들의 터전 확보를 위한 노력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김제수협은 새만금 때문에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새만금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김제시 어업인들의 터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새만금사업 지구 내 수산용지 2,000㏊ 확보, 내수면 어업의 안정적인 생산과 판로 확보, 생산물 부가가치 향상, 수협 청사 건립 등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제수협은 2026년 준공예정인 새만금신항에 희망을 걸고 있다. 새만금신항이 다목적항으로 지어지면 다시 이 곳에서 잡는 어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조합장은 “2026년 새만금신항 어항구 설정 후 어판장, 냉동창고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조합원들이 원하는 조합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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