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 “선장 해상법 학자 김인현 교수 정년 후 행보?”
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 “선장 해상법 학자 김인현 교수 정년 후 행보?”
  • 대담 송영택 발행인 글 지승현 기자
  • 승인 2024.01.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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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해양수산의 세계적 위상 제고에 온 마음 기울여

[현대해양] 영원한 캡틴(Captain) 김인현 고려대 교수가 오는 8월에 정년을 맞는다. 1999년 국립목포해대 교수를 시작으로 부산대를 거쳐 고려대까지 무려 25년간 해상법 연구·교육에 힘 써온 시간에 쉼표를 찍는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김 교수는 한 학기 후 고려대를 떠나게 되지만, 누구보다도 바다를 사랑하는 그다. 그의 앞으로 행보와 해양수산 산업 발전을 위한 진심어린 얘기들을 들어본다.
 

정년 이후 어떤 삶을 계획 중인가?

먼저 해상법 전문가로서 학문의 길을 쉽게 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가 되는데 3년 정도는 조금 더 여유 있는 강의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정년 후 상선의 선장을 제일 해보고 싶습니다. 선장으로서 하선한 지 30여 년이 지났는데, 그간 선박에도 변화가 많았습니다. 제가 유효한 선장 면허를 소지해 선장으로 불립니다만, 선박에서 선장을 해야 제대로 된 선장이지요. 저의 학문적 완성을 위해서라도 1년 정도의 선장 실무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해양칼럼니스트로서 바다 관련 칼럼은 계속 기고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지적 호기심과 학습 욕구가 높고 이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삶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상법 학맥을 어떻게 이어나갈 생각인가?

참으로 중요한 질문입니다. 고려대에서 박춘호 교수님, 채이식 교수님이 1980년대부터 해양법, 해상법을 연구해 오셨고, 제가 2009년부터 채이식 교수님의 학문을 이어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년을 한 학기 남겨둔 시점에서 학교 사정에 의해 아직 후임을 초빙하지 못했습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시험 위주로 학제가 운영되고, 변호사 시험에 해상법 문제가 출제되지 않자 해상법 강좌 존치에 부정적입니다. 이미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등에서 해상법을 강의하던 교수님들의 후임이 없습니다. 현재 수도권에서 해상법 관련 강좌는 고려대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일간지 기사에 물류, 해운, 조선 등 기사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요? 실무에서 직장인들은 해상법을 배우고자 일반대학원에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상법이 중요하다는 반증입니다. 저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해상법을 간단없이 이어가고자 합니다. 학계에서도 고려대와 같이 큰 학교가 작은 학문 분야를 꼭 살려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 중심인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도 시스템적으로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전임교수가 있어야 강의와 연구를 하고 우리 산업계의 법률문제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후임 교수를 초빙해 연구교수 1명과 연구조교 2명의 체계를 계속 유지하고, 업계에서 부소장을 2명 정도 모셔서 활력을 불어 넣으려고 합니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와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
김인현 고려대 교수와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

앞으로 연구나 집필 분야가 있다면?

해상법은 국제성이 강합니다. 우리나라 해상법이 무언지를 외국에 알려야 우리에게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습니다. 저는 2011년 영어 서적 ‘Transport Law in South Korea(한국운송법)’ 초판을 출판사 클루베르(Kluwer)를 통해 발행했습니다. 2017년 개정3판 이후 아직 개정판을 출간하지 못했는데, 정년 후 이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편찬할 예정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해상법, 선박금융법, 선박건조법 등을 참고할 수 있는 서적이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동아일보에 연재 중인 ‘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을 단행본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 일반인들이 바다의 낭만, 바다의 이점 등을 쉽게 접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해상법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처음에 해상법을 포함해 법을 배울 때 법을 분쟁해결수단으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학문적으로 성장하면서 해상법의 해상거래 촉진 역할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해양산업이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예컨대 민법 상 선박은 동산이라 ‘질권’ 설정만 할 수 있는데, 상법에서는 선박은 저당권으로 규정해 선박등기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상법이나 해운법에 산업을 촉진하는 제도를 많이 도입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해상법은 바다와 관련된 모든 법을 통괄한다고 봐야 합니다. 해상법을 상법 제5편 해상거래에만 국한해서는 안됩니다. 해상보험법은 원래 해상법의 일부입니다. 선박건조법, 선박금융법, 해사도산법, 해사경쟁법, 해운회사의 회사법의 문제, 해양법, 선박관련 안전법, 해상교통법 등 이런 모든 법률들이 해상법의 일부입니다. 수산관련 법제도도 해상법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해상법 발전을 위해 선박 혹은 해운 실무경험뿐만 아니라 민법 등 기초 하에 주변 학문들까지 폭넓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바다, 저자와의 대화’ 소개와 향후 운영방향은?

‘바다, 저자와의 대화(이하 바다, 공부모임)’의 시작 계기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이 단절된 상황에서 공부 기회를 마련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해양수산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해양인문학, 선박금융, 물류, 조선 등 주변 지식과의 통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해양수산 분야 저자 20명을 모시고 소규모로 이들의 줌(Zoom) 강의로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프랑스 낭트대학생, 일본 해운회사 감독, 바다를 항해중인 해기사 등 공부모임 회원 수가 무려 920여 명에 달합니다. 격주로 열리는 강의는 총 147강까지 마쳤고, 매번 80명에서 150여 명이 온라인으로 접촉하며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과서를 제외한 바다관련 서적이 출간되면 저자가 ‘바다, 공부모임’에서 재능기부로 발표하고, 유튜브(You Tube) 동영상으로 제작 그리고 저자의 발표 내용은 모아서 ‘바다, 저자와의 대화’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합니다. 현재 3권까지 출간됐습니다.
앞으로 ‘바다, 공부모임’은 사단법인화 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인한 친밀도의 한계를 고려해 1년에 두 차례 정도 오프라인 모임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바다, 공부모임’은 국내에서 발간되는 바다관련 서적 단행본 저자를 모두 소개하고, 저자 직강을 들으면서 저자 발표 내용을 정리하는 장(場)이 될 것입니다.
 

‘바다, 공부모임’ 외 운영하는 모임이 있다면?

해운저널읽기 모임은 ‘바다, 공부모임’의 소모임 격입니다. 저의 제자들이 중심이 돼 격주 토요일 오전 9시에 30여 명 정도가 모여 2주간 주요 해양수산 소식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해운·조선·물류저널에 나온 기사를 모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각 전문분야에 있는 제자들이 기사를 쉽게 설명 해 장점이 큰 모임입니다.
‘고려대 바다 최고위과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계 CEO급들이 공부하면서 지식수준을 높이게 됩니다. 인맥 형성도 하고요. 현재 5기까지 수료돼 이 과정 졸업생은 총 200여 명이나 됩니다. 올해 3월부터 ‘고려대 바다 최고위’ 6기 과정이 시작되며, 그 후에도 계속 이어서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 외 30명 규모의 △선박건조금융법정책 연구회 △수산해양레저법정책연구회 △해사경쟁법연구회 △선주업연구회 등 작은 연구회가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가 주도하는 공부모임으로 주일 점심시간에 모여서 온라인으로 공부합니다. 더불어 탄소중립, 스마트선박 등 업계 최근 트랜드에 발맞춰 ‘자율운항선박·탈탄소법정책연구회’가 지난해 12월 새로 출범했습니다. 올해부터 이 학회도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9월 1일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개원 10주년 기념행사
지난해 9월 1일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개원 10주년 기념행사

새해 산업계 발전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는가?

올해는 △매년 바다에서 사망자 100여 명 발생 △2016년부터 중단된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한 어민 피해 △정기선 해운영업의 국제경쟁력 확보 △선원직 매력화로 원활한 인력공급 등 업계의 해묵은 일들이 처리되고, 해양·수산발전을 위해 △선박대여업(선주업) 육성 △선박관리업 확장 △신재생에너지 벙커링 활성화 △스마트 양식 개발 △심해저 개발 △해운기업의 물류산업진출 △인공위성 활용 해양통신산업 진출 △제7광구 문제 등도 긍정적으로 모색되는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정년을 앞두고 하고픈 얘기가 있나?

제가 시골 출신임에도 고려대 교수로 있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김&장 법률사무소 정병석·이진홍·서동희 변호사님, 법무법인 ‘세경’ 최종현·김창준 변호사님들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고려대 이기수·정동윤·정찬형 교수님, 채이식 은사님, 동료인 박세민 교수님, 단국대 박영준 교수님, 한종길·박창호 후배 교수님... 해운업계에서 한국해운협회 정태순 회장님, 김영무 전 부회장님, 양창호 부회장님, 전준수 전 서강대 부총장님, 배동진 회장님, 부산항발전협의회 박인호·이승규 회장님, 팬스타 김현겸 회장님, 물류협회의 원제철 회장님 등 감사를 드려야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젊은 시절 투철한 국가관과 성실성 그리고 자부심을 키워준 한국해양대 모교에도 감사하고, 또 제2의 모교이자 직장인 고려대에도 감사합니다. 국립목포해양대에서 연구를 많이 해서 좋았고, 2년 동안 봉직한 부산대 법대도 잊지 못합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우리 해양수산, 해운물류, 조선 분야가 지금보다 규모를 2배 이상 키우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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