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피의 탄소흡수와 연안침식 관리 능력
잘피의 탄소흡수와 연안침식 관리 능력
  • 김영윤 해양생태기술연구소 본부장
  • 승인 2024.01.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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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해양생태기술연구소 본부장
김영윤 해양생태기술연구소 본부장

[현대해양] 연안개발과 연안침식 현황
우리나라 연안은 산업 및 경제성장 과정에서 매립, 간척, 항만, 방파제 건설 등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갯벌 면적이 1987년 대비 2018년에 22.5% 감소했고, 2021년 기준으로 자연해안선의 36%가 인공화 되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평균 상승률은 1989~2022년 동해안 연 3.44mm, 서해안 연 3.15mm, 남해안 연 2.71mm로 최근 10년간의 해수면 상승속도가 지난 34년 보다 약 1.3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해안가에 인접한 도시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구조물 주변의 침식이 가속화되고 조간대 서식지의 육지방향 이동이 차단되어 서식지도 소실되는 해안압박(Coastal squeeze) 현상이 나타난다. 
해양수산부의 연안침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국 360개 연안 중 161개소(45%)의 침식등급이 심각·우려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해수면 상승에 따라 해안선 침식이 더욱 악화되고 월파 및 침수빈도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리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안재해 및 침식 관리방안
해양수산부는 제3차 연안정비기본계획(2020~2029)에서 ‘미래 기후변화 대비 연안 적응 능력 강화’ 전략을 수립하고 세부 내용으로 재해 예방을 위한 환경 친화적 공법 확대방안을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침식 유발 기존 구조물 제거, 완충언덕 조성 등 비 시설물 공법 확대, 대규모 양빈공법 적용, 토지매입 또는 몽돌해변 조성과 같이 연안완충구역 확보 및 조성방안도 포함하고 있어 기존 강성공법(돌제, 이안제 등) 및 연성공법(지오튜브, 식재공법, 양빈 등) 중심의 관리 정책이 한 단계 진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연안재해에 적응하기 위한 관리기법으로써 기존 강성공법과 더불어 연안 자연서식지(맹그로브, 염습지, 잘피장, 사구 등)를 함께 조성하는 하이브리드 공법의 적용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연서식지를 침식관리에 활용하는 방법은 생태계의 시공간적 자연변동성 때문에 효과성 확보에 있어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스스로 시스템을 조직화하고 유지하는(Self-organizing and Self-sustaining) 순기능으로 인해 교란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자연기반해법(NbS, Nature based Solutions), 미국 육군공병단의 NNBF(Natural and Nature-based Features)기법의 매뉴얼 및 지침서에서는 자연서식지를 활용하는 연안재해 대응 및 적응기술의 적용방법과 사례들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해양수산부의 ‘블루카본 기반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조성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잘피의 탄소흡수와 연안보호 기능
잘피는 해수에 적응된 다년생 현화식물로 연간 단위면적(헥타르)당 0.43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인정하는 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잘피가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중에서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부분이 연안보호 기능이다. 
국외 발표된 연구사례들에 따르면 잘피의 파랑 감쇄 효과는 36%에 달하며 이외에도 지하줄기의 빠른 성장으로 퇴적물을 안정화시키고, 퇴적물의 재부유 방지 및 부유물의 퇴적을 촉진시켜 해수면 상승에도 적응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잘피는 다년생 식물로 생육지가 안정화되면 연속적인 태풍, 적조, 고수온의 영향으로 소멸되더라도 종자에서 발아하는 어린 개체들로 인해 생육지가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 관찰된 바 있어 환경변화에 대한 회복탄력성도 높다. 물론, 파랑에너지가 매우 큰 환경의 해역에서는 잘피장만으로 해안보호 및 연안침식 저감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 동해안에 이미 다수 설치된 수중방파제와 같은 침식방지 구조물 배후의 잘피 서식이 가능한 지역에 잘피장을 조성하면 파랑감쇄, 퇴적물 재부유 방지 및 안정화, 퇴적률 촉진을 유도하여 침식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사례로 미국 갤버스턴만(Galvaston Bay)의 연안침식 방지를 위한 지오튜브와 잘피장 조성,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Corpus Christi) 지역의 지오튜브와 잘피장 조성이 이에 해당한다. 
 

잘피의 생태적 기능과 해안보호 효과 연구 필요
국외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잘피의 파랑감쇄 및 해안보호 효과를 규명하기 위해 인공 잘피 및 자연 잘피를 이용한 실내수조 실험, 수치실험, 자연 생육지 실험 등의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었고, 이를 통해 잘피의 생육면적, 생육밀도, 지상부 생체량, 상대수심(잘피 잎의 길이와 수심 비율) 등이 파랑감쇄의 주요 영향요인으로 제시된 바 있다. 
또한, 잘피잎의 길이가 짧고 지상부 생체량이 적은 잘피장에서도 뿌리시스템을 통해 잘피장이 없는 퇴적층 대비 약 3배 높은 침식 저감효과를 보여 잘피가 퇴적물 안정화를 통한 해안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잘피 서식지가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피 생육지의 침식 저감이나 해안보호 효과를 연구한 사례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해안침식 증가 등의 영향이 체감되고 있는 현 시점이 잘피의 생태적 기능 및 해안보호 효과에 관한 다학제간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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