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운송법 개정, 배경·내용… 그 시사점
일본 해상운송법 개정, 배경·내용… 그 시사점
  • 김원각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 승인 2024.01.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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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각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김원각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현대해양] 2023년 3월 3일 일본 해상운송법이 일부 개정됐다. 이 법 개정의 직접적 계기는 2022년 4월 23일 2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시레토코유람선(知床遊覧船) 소속 유람선 카즈1호 침몰사고였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보고서에 따르면 26명(선장 1명, 갑판원 1명, 승객 24명)을 태우고 우토로항과 시레토코곶을 왕복하던 19톤의 본 유람선이 항행 중 높은 풍랑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선장의 판단미숙으로 항행을 강행하다 선수 갑판부 해치가 열리면서 선수부분부터 침수됐다. 본선은 4월 29일 시레토코 카슈니 폭포 1km지점에서 침몰했다. 
변호사, 대학교수, 소비자 단체 대표 등 14명으로 구성된 사고 대책 검토 위원회가 4월 28일 설립돼 소형선박의 여객수송안전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했고, 이후 9월 교통안전위원회의 보고서에서 해당 사고의 원인 및 문제점이 밝혀졌다. 선체구조의 문제, 당일 풍랑주의보 발표 후 출항 및 기상악화 상황에서의 운항지속, 안전관리 규정 미준수, 선장과 갑판원의 전문성 부족 및 경력미달, 구명설비 및 통신설비의 미비, 그리고 사고 발생 당일 승객 등을 발견하지 못한 수색-구조체계 등이 문제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사업자의 안전관리 체제 강화’, ‘선원의 자질 향상’, ‘감사-처분 강화’ 등 3개 분야 6개 항목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대책을 조속히 시행하고자 지난해 3월 3일 해상운송법 등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고 4월 28일 참의원 본회의 통과, 6월 11일부로 시행됐다. 개정 해상운송법 따르면 부적격 사업자를 배제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운항관리자 시험제도를 신설하는 한편 법령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는 행정처분으로 내려지는 운송안전확보명령을 위반할 경우 사업자와 선장 등 개인에게 부과되는 과태료는 모두 100만 엔 이하였으나,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를 최고 1억 엔으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개인에 대한 과태료를 150만 엔으로 가중하고, 3년 이하의 징역형도 신설한다. 사업자에 대한 행정처분으로는 ‘선박 사용중지 명령’을 신설한다. 사업허가 취소 결격기간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 더불어 2023년 4월 4일 국토교통성은 2025년 이후 건조되는 소형 여객선을 대상으로 갑판 아래 침수 확대를 방지하고자 ‘수밀 격벽’ 설치 의무화를 발표했으며, 관련 법령을 개정해 2025년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여행선의 안전이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켜 수학여행, 단체여행에서 기피되는 등 산업의 ‘평판가치’를 크게 떨어트린 사건이지만 주목할 것은 일본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다. 특히 사고의 원인 및 문제점에 대해 신속하고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조사 결과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은 즉각적인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단편적인 법 개정이 아니라 사고 원인에 대한 포괄적인 법 개정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또한 정부, 산업계, 학계, 언론 구분 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해상운송법 개정을 지지한 것은 우리나라 입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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