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출 성과에 청룡의 기(氣)를 더하자
김 수출 성과에 청룡의 기(氣)를 더하자
  • 손재학 국립부경대 교수·전 해양수산부 차관
  • 승인 2024.01.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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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학 국립부경대 교수·전 해양수산부 차관
손재학 국립부경대 교수·전 해양수산부 차관

[현대해양] 바다의 검은 반도체 김. 계묘년 대미를 장식한 김 수출 1조원 달성은 우리나라 수산업의 경쟁력과 함께 김 산업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김은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해의(海衣)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고, 1817년 강진에 유배된 정약용의 저서 『경세유표(經世遺表)』에는 해태(海苔)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김이라 호칭하게 된 것은 1640년 김여익이 전남 광양 태인도(太仁島)에서 김의 양식법을 창안하였는데 당시 큰 시장이었던 하동장(河東場)에서는 태인도의 김가(金家)가 기른 것이라 해서 ‘김’이라 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1714년 당시 광양 현감이었던 허심(許鐔)이 지었다는 김여익의 묘표(墓表)에 기록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그 비석은 없고 내용만 전해지고 있다.

김 종주국 대한민국

조선시대에 김은 너무 귀하고 비싸서 임금이 진상하지 말라는 명을 내릴 정도였지만, 김 양식이 기술적으로 진화하면서 대량생산에 성공하고, 제품의 질적 향상을 꾀하면서 드디어 우리나라 식품산업 역사상 최초로 라면과 함께 연간 수출액 1조 원이라는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다.

이는 해외에서 김이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데다 김부각, 김스낵 등의 간식이 인기를 끈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냉동 김밥 열풍이 불면서 김 수출이 급증했고, 국내 업체들이 현지 취향에 맞춘 다양한 김스낵을 개발한 것도 한몫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세계 방사무늬김(마른김·조미김의 원료) 생산 1위, 세계 김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명실상부한 김 종주국으로서 김 수출은 지난 13년간(2010년~2022년) 물량으로는 연평균 10.1%, 금액으로는 연평균 16.5% 증가하며 반도체와 같은 수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 국민인식도 조사

그러나 지난해 7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실시한 ‘해양수산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해양수산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생태계와 인류문명에 중요’하다고 응답하였지만,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관심도는 ‘관심’이 38.5%, ‘보통’이 34.1%, ‘무관심’이 27.4%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관심도가 4.75점으로 절반을 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자주 접하지 않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것은 우리가 해양수산에 대한 인식 확산에 더욱 노력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되고 있으며, 김을 통하여 우리의 해양수산업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젊은 세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다행히 K-콘텐츠가 확산되면서 김은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 문화와 음식에 관한 세계적인 인기 속에 한국식품 소비가 문화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부경대학교가 발표한 ‘2023 해양지수’에 의하면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바다가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이 85.6%, 현 세대의 바다 체험 및 문화는 다음 세대에 이어질 것이라는 응답이 68.0%, 바다와 관련된 한국의 문화 중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50.2%가 한국의 수산물 음식 및 음식문화라고 응답했다. 

물의 신, 용

갑진년은 청룡의 해이다. 용은 권위의 상징이면서 물의 신으로서 바다를 관장하는 수호신이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영물(靈物)이다. 용이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오랜 역사의 산물로서 한반도에서는 초기 철기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하여 삼국시대에는 본격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인식되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잘 나타나는 용은 당시의 민속·신앙뿐만 아니라 사상·풍속·예술 등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용의 모습은 수 천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가며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비록 용의 문양 모티브나 철학적 사상은 중국의 영향을 받았을지 몰라도 그 표현방식이나 활용은 한반도 내 상황과 특색에 맞게 잘 적응시켜 중국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고, 그려지는 대상도 아주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곧 용을 특정 의미로만 한정해 해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의 정기를 받아

김은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가 생산하지만 이를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 124개국에 수출한 것은 단연 김 종주국인 한국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 김 수출이 역대 최대 성과로 수출 반등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을 본보기 삼아 우리 해양수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김에 대해서는 이미 「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1차 김산업 진흥 기본계획(2023년~2027년)」을 수립하고 △고품질 원료 공급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지속 성장형 산업 △국제적 수요 창출이라는 4개 추진 전략과 이에 따른 12개 세부 추진과제를 수립한 바 있으며, 주요 국가별 맞춤형 수출전략 플랫폼 구축, 국제 인증제도 확대, 한국 김 ‘K-GIM’ 명칭 세계화 등을 추진해 한국 김에 대한 세계 시장의 수요를 계속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하여 2027년까지 김 수출액 10억 달러(1조 3,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는 김산업뿐만 아니라 해양수산업 전체로 눈을 돌려 그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단의 정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해에는 우리 해양수산업이 김 수출의 성과에 청룡의 정기를 더하여 더 멀리 뻗어나가고, 젊은 세대들이 해양수산업의 가치를 잘 알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우리 모든 해양수산인의 소망을 담아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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