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대기자 남달성의 회상 12. 최신어법 참치선망어선을 타다(2부)
수산 대기자 남달성의 회상 12. 최신어법 참치선망어선을 타다(2부)
  • 남달성 대기자
  • 승인 2023.12.12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시장에 상장된 참치
어시장에 상장된 참치

[현대해양] “‘목마른 놈이 샘 판다는 격으로 1994년 처음으로 동원산업이 3억 원을 들여 인공유목 1백 개를 만들어 띄웠지요.”

동원산업 괌 기지장 이종구 씨(李鍾求 당시 38)의 말이다. 인공유목은 전래의 유목과는 달리 닻을 달아 일정한 장소에 고정하고 철판부이(자동위치 발신기)까지 시설, 우리선단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또 집어군 현상도 꽤 짭짤하다. ‘집어군이란 조업선이 야간 표박 때 배 밑바닥에 1,000~1,500 촉광의 불을 밝혀 놓으면 추광성이 강한 대량어군이 몰려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톡톡히 재미를 본 어선은 사조선단의 빅토리아호(972t 선장 공노옥 당시 33). 1995년 말 현재 중서부 태평양에서 조업하는 참치 선망어선은 모두 159. 한국 29척을 비롯 미국 42, 일본 31, 대만 44척 그리고 마이크로네시아 15척 등이다. 우리 어선 척당 어획량은 5,730t으로 다른 어떤 배보다 어획량이 많다.

1996년 말 기준 전 세계 참치조업어선은 모두 475. 연간 어획량은 160~180t. 특히 대서양에서 조업하는 스페인과 프랑스 등은 아직도 유목조업 의존율이 높고 중서부와 동부 태평양에선 스쿨피시와 유목조업을 병행했다.

우리나라가 이 어업에 손 댄 것은 지난 1971. 당시 한국수산개발공사가 이 어법 도입을 위해 김상화 씨(金相化 55·사조산업 괌 대리점 경영) 6명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비롯됐다. 그후 민영화된 수개공이 이스턴 스타호(450t, 선장 노수길)를 동부태평양으로 내보내 조업했으나 어법과 기기작동을 하는 숙련어부가 없어 실패했다.

국내 참치선망어선이 중서부 태평양에서 첫 그물을 던진 것은 1980107. 동원산업 소속 코스타 데 마필호(당시 어로장 김용문(金容文), 40)였다. 그러나 개발의 역사는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모험과 위험 수반한 어장 개척

모든 어장 개척이 모험과 위험을 수반하고 여기에 자신을 엄습하는 고독과 맞싸워야 한다. 그 당시 동원의 조업 척수는 13. 이들 어선이 잡은 참치는 연간 78,000t. 단일 회사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그 뒤를 잇는 업체는 선망어선 6척을 지닌 사조산업이었다.

특히 신라교역은 19903월 이 사업에 참여한 후발 기업이긴 하지만 최근 건조한 대형 신조선인데다 첨단시설을 갖췄다. 이처럼 파죽지세로 뻗어나던 참치 선망어업에 제동이 걸렸다. 연안국들의 입어규제와 미국 연안경비정의 선박검색 강화 그리고 나포척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서부 태평양의 2대 어장의 하나인 마이크로네시아 어장은 19952월 말 우리와 대만 어선이 입어를 못하고 있다. 자원보유국이란 점을 최대한 활용, 상상을 초월한 무리한 요구로 우리가 입어 협상을 아무리 벌이려 해도 결렬만 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보자. 마이크로네시아 당국은 경제수역 내에서 한국 선박과 자국 선박 간의 충돌이 생겼을 경우 어떠한 손실도 한국 선박이 보상을 해야 한다. 또 충돌 선박이나 소속회사가 이를 보상 못할 경우 입어선 29척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이와 관련 마이크로네시아 정부에 대해선 일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규정 신설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논리는 가령 선상에서 우리 선원과 현지 선원 간의 의견충돌로 싸움을 벌여 우리 선원이 죽더라도 마이크로네시아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지 못하고 형사소송마저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겠는가.

또 각종 보고 지연이나 어획량 기록 잘못 등 경미한 위반 때도 건당 벌금 최대 500만 달러를 무는 것은 물론 해당 선박의 몰수까지 가능하도록 새 규약을 삽입하고 있다. 더불어 대부분이 이현령비현령(耳懸 鈴鼻懸 鈴)식이다.

이와 함께 입어료도 해마다 올렸다. 마이크로네시아는 지난 1992년 척당 입어료가 65,000달러였으나 1995년에는 9만 달러로 3년 새 38.5%를 올렸다. 파푸아 뉴기니 역시 1992년 척당 154,000달러에서 1995년엔 172,000달러로 11.1% 인상됐다.

기리바티와 솔로몬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조업 중 나포되거나 벌금을 문 어선이 날로 늘고 있다. 동아제분의 참치독항선 제 309 행복호의 경우 1994831일 미국령 자비스섬 경제수역 내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경비정이 추적, 마샬군도에서 붙잡아 벌금 112만 달러를 물었다.

 

연안경비정 규제 강화

지난 1979년 남태평양 수산위원회(FFA)를 결성한 마이크로네시아 등 도서국가들은 자체방위력이 없는 점을 인식하고 미국 연안경비대에 조업 어선들의 자체경비를 의뢰했다. 그 대가로 미국 어선들은 도서국가의 영해 12해리를 빼고는 무상조업허가를 받은 것. 때문에 연안경비정은 갈수록 규제를 강화한다. 검색은 말할 나위 없이 까다롭다.

웬만한 일에도 연안국의 요청이 있으면 경비정이 출동, 혐의가 잡히면 가까운 항구로 예인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인간적인 모욕을 당하는 것이 몹시 불쾌하다.

권총을 허리춤에 찬 무장 해경대원이 선장실과 사관실을 마구 뒤져 메모 쪽지 한 장이라도 더 챙긴다. 선장실을 뒤질 때 사관이 사생활 침해라고 항의하면 슬며시 선장실을 통과한다. “주권침해가 따로 없습니다. 어째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우리 선박에 그들이 함부로 올라와 행패를 부릴 수 있습니까. 이는 정부에서 강력히 항의, 그들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라며 사조 패밀리아호 1항사 김용암 씨는 강력히 주장했다.

199411월 남북수산 소속 파이어니어호(1106t 선장 김용민 31)는 파푸아 뉴기니 경비정으로부터 무차별 기관총 세례를 받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선체 좌현에 총알구멍이 뚫렸다.

선원들의 간담이 서늘해진 것은 정한 이치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이날 밤 경비정의 수하에 파이어니어호가 즉석 응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웃지 못할 사실은 동원산업 선단 7척이 한꺼번에 나우루의 영해를 침범한 이유로 모두 112만 달러를 문 사건이다. 19939월 나우루 정부는 동원의 자이언트 김 호(1484t) 김선단의 영해침범 사실을 미국 연안 경비정에 보고하자 경비정은 이들 선단에 척당 16만 달러 씩 벌금을 물렸다.

그러나 나우루가 영해를 침범했다고 적시한 그날 오아시스 김호(1139t)는 괌에서 어획물을 전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우루의 억지주장과 미국의 동조로 꼼짝없이 벌금을 물어야 했다.

대양에 떠다니는 유목
대양에 떠다니는 유목

어획 확률 높은 유목조업

유목조업은 자연 유목에 의존한다. 동원의 엘스페스호(1042t)는 지난 113일 남위 727분 동경 15948분 산타 이사벨 북동쪽 123해리 부근에서 길이 6.7m 지름 0.8m의 자연 유목을 발견, 투망한 결과 한꺼번에 185t을 잡았고 같은 선단의 캡틴김호(1397t) 역시 200t을 어획, 짭잘한 재미를 봤다. 더불어 집어군현상도 더러 있다는 것.’ 이에 톡톡히 재미를 본 사조 선단의 빅토리아호(972t 선장 공노옥 당시 33)는 그때까지 510t을 어획, 곧 만선(어창 용적 650t) 후 전재, 입항할 계획이었다. 이 배는 보름 동안 참치 새끼 한 마리 구경 못하던 중 1990813일 파푸아 뉴기니 수역에서 표박, 다음 날 새벽녘에 잠을 깨어보니 바로 배 밑바닥에 무려 300t 가까운 어군을 발견, 잡은 참치 가운데 150t만 싣고 나머지 120t은 다른 사조 선단에 넘겼다. 일부는 선도가 나빠 폐기처분한 아이러니도 있었다.

유목조업은 대량어획 기회가 스쿨피시보다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대량어획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확률은 높다. 어떤 유목이든 발견만 하면 많게는 200~300t까지 어획이 가능하지만 적게는 5~10t에 만족해야 하는 때도 많다. 상대적으로 스쿨피시는 한 방 잘 뜨면 대량어획을 하나 작업조건이 맞지 않거나 투망 후 조임이 끝나기 전 어군이 그물을 탈출하면 물방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선장에 따라 유목어업과 스쿨피시의 선호도는 제 각각이다. 선망조업선은 한낮에 바다를 쏘다니면서 찾아낸 유목에 작살총을 쏘아 라디오 부이(자동 위치발신기)를 설치해 놓는다.

많을 땐 하루에 만도 4~5개나 된다고. 선장은 이 가운데 가장 어군이 많이 붙을만한 유목을 선정, 다른 선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잠자는 밤 11시부터 소나 및 어군탐지기를 통해 어군 밀집 여부 회유층 수온 조류세기와 방향 등을 밤새 관찰한다.

다음날 동트기 20~30분 전 네트보트가 불을 밝힌 채 투망에 나선다. 때문에 선장과 1항사는 누구보다 피곤하다. 그리고 자연현상 가운데 수온약층 문제가 선망어업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수온약층이란 서로 다른 해류와의 만남의 층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수온 28~30에서 서식 분포하는 참치는 수온 약층이 생기는 수심 150m 이하에는 생활하지 않는다. 지금은 대략 중서부 태평양의 수온약층이 150m, 동부태평양의 그것은 70~80m란 게 밝혀졌지만 그 당시엔 이같은 수온 약층대를 몰라 애를 먹었다.

참치 양망
참치 양망

만사 제치고 비행기 타고 괌으로

선원들은 항구 입항이 즐겁다고 말한다. 하역작업이 힘들긴 해도 우선 가족을 만나고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륙비를 받는 즐거움도 만만찮다. 이 가운데 하역비가 큰 몫을 차지한다. 회사가 주는 t당 하역비는 8달러. 이 돈은 직급에 관계없이 똑같이 나눠 갖는다. 선원 24~25명이 있는 조업선의 경우 한 사람에 1,600~1,800 달러씩 돌아간다.

여기에 상어꼬리 판매비와 조업 격려금 등을 합치면 2,000~2,200 달러가 된다. 물론 선장과 기관장 통신장은 별도의 기밀비가 붙어 선장은 보통 3,000~3,500 달러, 기관장은 2,500~2,800 달러, 통신장은 2,500~2,600 달러 안팎이다.

그리고 남편이 괌에 입항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인은 만사를 제치고 비행기를 타고 괌으로 달려간다. 코스타 데 마필호 김 선장의 부인 박진숙 씨(28 부산시 동구 수정동)가 세 살 배기 주영 군을 데리고 괌도에 도착한 것은 19951121일 입항 날짜를 맞춰서였다. <마지막 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