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76. 야성의 땅, 보르네오섬에 다녀오다
청봉의 새이야기76. 야성의 땅, 보르네오섬에 다녀오다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3.12.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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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새(Oriental Pied Hornbill, 75cm)
코뿔새(Oriental Pied Hornbill, 75cm)

[현대해양]올해의 단풍은 시시했다. 은행잎은 노랗지 않고 단풍잎도 빨갛지 않아 가을답지 않았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났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다가왔음에도 더위를 느끼는 온난화된 이상(異狀) 기후 속의 서울을 잠시 잊고, 우리는 다양한 야생의 새들을 찾아 뜨거운 태양이 솟아오르는 열대우림의 땅 보르네오섬으로 향했다.

동남아시아에 있는 보르네오섬은 지구상에서 그린란드, 뉴기니에 이어서 세 번째로 큰 섬(75만 5,000km², 한반도의 약 4배)으로 16세기에는 많은 이슬람 왕국이 세워졌으며, 그 이후 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가 차례로 여기서 세력을 떨쳤다. 영국 세력이 커지면서 브루나이는 영국 보호령이 되었고, 1950년 네덜란드령 보르네오는 인도네시아령, 영국 보호령으로 있던 사라왁(Sarawak)과 사바(Sabah)는 말레이시아령이 되었으며, 브루나이(Brunei)는 1984년에 주권 국가로 독립했다.

이번 탐조 여행은 보르네오섬의 동북쪽에 있는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에서 시작하여 키나발루(Kinabalu) 공원, 포링(Poring) 온천, 키나반탄간(Kinabantangan) 강, 세필록(Sepilok) 지역의 열대우림 디스커버리 센터(Rainforest Discovery Center)까지 7박 8일의 일정으로 참여했다.

물총새(Rufous-collared Kingfisher, 몸길이
물총새(Rufous-collared Kingfisher, 몸길이
붉은 왜가리(Purple Heron, 몸길이 90cm)
붉은 왜가리(Purple Heron, 몸길이 90cm)
트로곤(Whitehead's Trogon, 몸길이 33cm)
트로곤(Whitehead's Trogon, 몸길이 33cm)

보르네오는 풍부하고 다양한 동식물들의 낙원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열대우림이 빽빽이 덮인 우뚝 솟아오른 키나발루산(동남아 최고 : 해발 4,095m)을 포함하는 고산지대에는 고도에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식물과 녹색 비둘기, 나무 까치(Bornean Treepie), 꽃을 좋아하는 선버드(Sunbird), 화려한 깃털의 트로곤(Trogon), 오색조(Barbet), 딱따구리(Wood Pecker), 묏뱀 독수리(Mountain Serpent-Eagle) 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새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습지, 키나반탄간 강가에는 울창한 맹그로브 숲이 조수간만에 따라 색다른 풍광을 자아냈고 화사한 깃털을 가진 다양한 새들의 천연 서식지가 펼쳐졌다. 흰 백로(Egret), 붉은 왜가리(Heron), 날렵한 벌잡이 새(Bee Eater), 신기한 코뿔새(Horn Bill), 다양한 물총새(KingFisher) 등을 추가로 목록에 기재할 수 있었다.

세필록 지역의 울창한 열대 우림 속에 위치한 디스커버리 센터는 자연 생태·환경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된 시설이다. 본 센터는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 해안 생태계, 야생의 새들을 포함한 동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계를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세필록 열대우림의 디스커버리 센터는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 지역 경제 발전,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다양한 야생의 새들이 살아가는 보르네오섬에서 이번 8일 탐조 기간에 180여 종의 새들을 만났다. 지난해 동기간의 한반도 겨울 탐조에서 110여 종의 새를 만났던 기록과 대비하면 보르네오섬 지역의 다양한 새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반도에서는 많은 겨울철 철새가 강이나 바닷가에서 집단으로 뭉쳐서 먹이활동 중인 철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나 보르네오섬에서는 새들의 군무를 볼 수가 없었다. 새들은 그들의 삶의 조건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군집을 이루는 습성이 있단다. 극심한 한파 속에 살아가는 남극의 펭귄, 한반도를 중간 기착지로 봄·가을에 찾아오는 도요새·물떼새들, 세계적인 서해안의 가창오리 떼의 군무 등은 군집을 이루어 열악한 생존환경을 극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새들의 본능적인 습성을 고려하면 보르네오 지역은 새들의 생존환경이 상대적으로 먹이가 풍부하고 기후가 적합한 생태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이해된다. 자연과 생태계의 아름다움으로 많은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보르네오섬도 인간 중심적인 이기심으로 인해 여러 가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 열대우림은 지구의 산소 생산, 이산화탄소 흡수, 토양 보호, 물 순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인간중심의 주거·산업 시설의 개발을 위한 열대우림의 무분별한 벌채, 이로 인한 서식지 훼손, 불법적인 벌목,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화학비료·살충제의 과다살포 등으로 아름다운 새들을 포함하여 사랑스러운 동식물들이 멸종위기의 상황에 부닥쳐 있다. 우리는 보르네오섬의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계를 사랑하며 그 자연과 생태계의 보존·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속할 수 있는 개발과 자원 관리에 앞장서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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