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항’ 개항 코앞,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서울항’ 개항 코앞,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12.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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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현 기자 법학박사
지승현 기자 법학박사

[현대해양]「항만법」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외국선박이 입·출항할 수 있는 무역항이 있다. 항구명은 ‘서울항’이다. 아직은 이 이름에 걸맞은 항만시설은 없다. 하지만 서울시는 1년 전부터 서울항 조성을 추진하며 한강 기능을 강화해 동북아 해양관광을 선도하려고 한다.

서울항 조성은 총 3단계로 추진 중이다. 이미 내년부터 2단계 추진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5,000톤(길이 130m, 폭 20m, 흘수 4.5m, 높이 10m)급 선박이 접·이안 할 수 있는 선착장을 착공하려고 내년도 254억 원 예산을 책정해 뒀다. 2026년까지 서울항에 국내여객터미널을 건설해 국내선을 운항하고, 2028년에는 완전한 국제항으로 변모시킨다는 청사진이다.

그런데 의외로 해운·항만·조선 업계는 조용하다. 관련 협회, 기관, 학계, 정부(해수부)도 서울항에 대해 일언도 없다. 비록 서울시 자체 추진 사업이라곤 하지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서 5,000톤 급 상선(商船)이 입·출항 하는 그림을 그리려는데, 이것을 가장 잘 그리는 이들은 남 일 보듯 우두커니 서 있는 모양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에게 맡겨두기 보다는 해운·항만·조선·해양레저· 수산 등 관련 산·학·정 전체가 일심(一心)으로 추진해야할 사안이다. 왜냐하면 한강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민 1,000만 명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 2,600만 명. 외국인 관광객 한 해 1,200만 명(코로나19 이전 최근 5년 평균) 등 약 4,000만 명이 지켜보는 엄청나게 큰 무대다.

요즘 해운·수산계는 선원직 매력화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산물 소비 1위 국가이자 해운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맡고 있어 선원문제는 곧 관련 산업계 및 국가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래서 노·사·정, 학계, 협회 등에서도 관심 갖고 연구, 홍보 등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선원직 매력화는 그 선원과 관련된 산업계의 매력화와 함께 수반돼야 한다.

한강은 매일 수 천만 명의 사람들이 마주하는 대상이다. 이곳에서 국내·외 상선, 어선, 요트 등 각종 레저선박들이 유유히 항해하고 입·출항하며, 서울항 옆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어선에서 갓 잡은 생선을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와 흥정하는 광경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런 풍경과 문화를 보며 자란 아이들이 미래 훌륭한 해양·수산인으로 성장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서울항 조성은 우리 산업계가 그간 깨려고 했지만 깨지 못했던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때 조선·수산·해운업은 이들 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와 산업부흥 등을 위해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영상매체를 제작하고 홍보한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양·해운·항만·조선·수산 등 수상관련 모든 업계가 서울시와 함께 팔을 걷고 서울항 조성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우리 각 산업계의 미래와도 결부돼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Strike while the iron is hot)”.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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