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저감장치, 국제적 규제와 동떨어져…
미세먼지 저감장치, 국제적 규제와 동떨어져…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12.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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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F 설비 효율적 운영 모색 필요
말라카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이 검은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다.
말라카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이 검은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다.

선박에 미세먼지 저감장치(이하 DPF, Diesel Particulate Filter, 입자상물질 배출저감설비)가 설치된 선박도 친환경선박 중 하나다. DPF를 통해 미세먼지가 저감된 배기가스는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의 관심사인 탄소중립이나 국제적 해양환경규제로써 질소산화물(NOx) 배출기준 및 황산화물(SOx) 허용 기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울러 DPF 설치 선박이 이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배기가스를 바이패스(Bypass) 라인을 통해 여과 없이 대기로 배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선박용 DPF 설치는 미세먼지 감축이라는 긍정적 영향을 주는 한편에 낮은 효용성 등의 비판도 일고 있다. 선박에 DPF 설치는 항만 내 대기질 개선 차원에서 추진됐다. 2021년 1월 「항만지역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약칭: 항만대기질법)」에 의거 ‘제1차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종합계획(2021~2025)’ 발표됐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항만에 배출되는 초미세먼지(PM2.5)를 2025년까지 2017년 기준 대비 6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7,958톤이었고 2025년에 3,163톤 이하로 저감해야 한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선박기인 대기오염물질 저감 △항만친환경화 △안전한 생활환경조성 △관리기반 구축 등 부문별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고, 선박에 기인한 대기오염물질 저감 방안으로써 선박에 DPF 장착을 추진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는 범지구적 이슈인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인간의 삶과 산업계에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은 비산먼지, 제조업, 이동 오염원이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 10μm 이하를 미세먼지(PM10), 2.5μm이하를 초미세먼지(PM2.5)로 분류한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하고 있는 1급 발암물질로서, 장기간 노출되었을 경우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안구·피부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의 ‘선박배출미세먼지 통합저감기술개발 동향(2021.3)’자료에서는 국내 미세먼지(PM2.5, PM10) 발생원에서 비도로 오염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10.1%이며, 이중 51.4%가 선박에서 발생되는 걸로 보고됐다. 또 국내에서 연료를 수급하지 않는 외국적 선박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배출량은 통계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IDTechEx의 조사 보고에 의하면, 대형 선박 1척은 자동차 7만 대 분량의 이산화탄소, 200만 대 분량의 질소산화물, 250만 대 분량의 미세먼지와 발암물질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2050 탄소중립, 국제환경규제와 따로

이렇듯 선박 내연기관 배출은 저품질 연료의 사용에 의해 유해도가 높고, 한정된 공간에 많은 양을 배출하기 때문에 항만지역 인근 대기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박에 DPF를 설치하는 것은 현재 국내에서만 적용하고, DPF 설치 선박은 국내법에 의거 친환경선박의 범주에 포함된다. 친환경선박은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친환경선박법)」 제2조제3항에서 ‘친환경 에너지 또는 연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거나 해양오염 저감 기술 또는 선박 에너지 효율향상 기술을 탑재한 선박’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온실가스(GHG, Greenhouse Gas)와 관련되므로 선박의 DPF 설치가 탄소중립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대기 중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제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7월 7일 국제해사기구(IMO)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온실가스 배출 목표가 변경됐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8년 총 배출량 보다 50% 감축키로 했던 기존 목표에서 2030년까지 최소 20%(30%까지 노력)를, 2040년까지 최소 70%(80%까지 노력)를 감축하고, 2050년경에는 순 배출량 ‘0’(Net-Zero)으로 상향 조정됐다.

국제해운 2050 탄소중립 실현 목표

아울러 1973년 IMO에서 제정한 ‘선박으로부터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evention of Marine Pollution from ships, MARPOL)’ 부속서 VI 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에 관한 규제를 담고 있고, 국제적으로 이들 물질을 통제하고 있다. DPF를 통해 걸러지는 미세먼지는 이들 물질과도 무관하다. 이런 배경에서 해운업계 K 대표는 “오랜기간 이어져 온 해운환경과 관행을 보면 국내법 또한 국제적 기준을 따라왔고, 그것으로 충분한데, DPF 기준을 별도 두고 또 이 장치를 설치한 선박을 친환경선박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업계 내부적으로 혼란을 일으킨다”며, “단도직입적으로 전기추진선과 DPF 설치 선박을 동일한 친환경선박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고, DPF 설치로 인해 무늬만 친환경선박을 양산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업계 다른 관계자로부터 “「친환경선박법」상 친환경선박 범위를 보면 DPF 설치 선박을 포함해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설치 선박도 친환경선박에 포함되는 등 범위가 넓다”면서 “이는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친환경선박 전환율 목표에 달성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은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통계의 허점을 보완하려면 통계 기준을 더 세분화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DPF 설치 선박의 행태

해운업계 J대표는 “DPF 설치 선박의 더 큰 문제는 제대로 이 장치를 활용하지 않고, 배기가스 배압의 증가로 인한 엔진의 출력 저하나 엔진의 정지 방지를 위해 비상시에 작동하는 By-Pass밸브를 통해 선박 배기가스를 여과 없이 외부로 배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해양오염 저감 및 선박에너지효율에 관한 기술기준(이하 기술기준)」 제8조에 따르면, 입자상물질 배출저감설비(미세먼지 저감장치)는 특정된 여섯 가지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용 By-Pass밸브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J대표는 “이 기준을 왜 둬야하는지, 누구를 위한 기준인지 의문이다”고 말하며, “외국은 필터의 운전상 막힘으로 인한 배압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강제재생방식 채택 등 보호 장치와 필터 재질을 고려해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DPF 내 쌓여있는 찌꺼기를 태우는 작업을 재생(Regeneration)이라 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선박용 DPF에는 자연재생방식과 강제재생방식이 있고, 국내에 선박에 공급되는 DPF는 모두 자연재생방식. 그는 “자연재생방식은 가격이 저렴하고 구조가 간단한 장점이 있지만 필터 막힘 현상이 자주 발생해 선박운항의 불안정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연재생방식 DPF에 비상 By-Pass밸브를 부착 할 경우, 일시적으로 매연 제거를 하지 않고 By-Pass 시켜 엔진 부하를 올릴 수는 있으나, 배기가스 온도가 낮아져 필터가 재생되지 않는다”며, “이는 점차적으로 필터 막힘 현상을 잦게 만들고, 새 필터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방식이다”고 꼬집었다.

더 좋은 선박용 DPF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할 수 없다면 문제다. 「기술기준」 제8조제1항에 따른 제품을 선박에 장착해야하기 때문에 만약 By-pass밸브와 같은 비상조치장치가 없는 제품이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선박에 설치가 어렵다. 시장의 자율성, 소비자 권리보호 등 차원에서 「기술기준」 제8조제1항 내 “By-pass밸브와 같은 비상조치장치” 문구에 대한 정부관계자의 유권해석이나 예외적 단서조항 삽입 등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반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2022년 10월 ‘DPF 처리시스템 및 그 운전방법’에 대한 특허 획득 관련 자료를 보면 “By-pass 일체형 시스템이 적용된 DPF가 설비의 안정적 운영과 설치 공간을 최소화 해 중소형선박 적용에 용이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 N 씨는 “강제재생방식이 강제로 필터에 쌓인 찌거기를 태우는 방식이므로 자연재생방식과 비교 시 필터 막힘이 덜 한 것은 맞으나, 강제재생방식이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고,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선박의 안정적 운항을 위해서는 재생방식을 떠나 By-pass밸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선박소유자(선박 관계자)도 By-pass밸브가 있는 DPF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DPF를 사용하지 않고 By-pass밸브를 이용해 배기가스를 무단 배출하는 행위에 대해 이치경 해수부 해사산업기술과 사무관은 “By-pass밸브는 비상 시 사용하는 것이므로 이 장치의 존재가 문제되지는 않는다”며, “그런데 만약 누군가 이를 악용한다며,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최근 10년간의 By-pass밸브 작동 기록을 보고 악용 사례를 색출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용 DPF’ 원리
‘선박용 DPF’ 원리

적정 DPF 선택

J대표는 “DPF 성능과 수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필터(Filter) 재질이다”며, “세계적으로 세라믹(Ceramic) 계열의 실리콘 카바이드(Silicon Carbide(SiC)) 필터 재질을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이 필터는 진동 및 고온에 적용되며, 매연제거성능이 97%로 수명도 길다. 반면 세라믹 계열의 근청석(Cordierite) 필터 재질은 진동 및 고온에 약하며, 배기가스 온도 350도 이상에서 재생되고 매연제거성능도 60~80%다.

DPF 제품 선택에 있어 재생방식이나 필터재질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J대표는 선박용 DPF를 선정함에 있어 △엔진 출력 100%에서 우수한 매연 제거 및 탁월한 재생 성능을 보유한 제품 △선박 적용 운영 실적이 최소 5년 이상의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제품 △선박 공급 실적이 최소 100여 대 이상의 실적 보유 업체 △필터보수 인터벌과 필터수명이 긴 제품 △보수유지가 쉬운 제품 등을 함께 검토돼야 할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DPF 설치 선박에 대한 지원

정부의 친환경선박 지원은 다양하다. 해양수산부는 매년 초 ‘제1차 친환경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에 의거 발표한다. 지난 1월 30일에 ‘2023년 환경친화적 선박 보급시행계획(해양수산부 고시 제2023-14호)’이 고시됐다. 이 고시에 따르면 2023년에는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친환경선박 보급을 위한 △친환경선박 보급촉진 △연료공급 인프라 확충 △친환경 선박시장 주도 생태계 조성에 약 3,623억 원을 투입한다. 친환경선박 보급 촉진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약 3,119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는데 이중 20척에 DPF 등 친환경설비를 장착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민간부문에서도 친환경 선박 조기전환 유인을 위한 맞춤형 인센티브로써 친환경선박 건조 시 선박 가격의 최대 10~3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친환경 설비에 대한 보조금과 이자 비용을 일부 보전하는 등 약 34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4척의 친환경선박 건조 및 302척의 친환경설비 장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국가인증 친환경선박을 신조 또는 대체 건조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지원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건조가격 200억 원 이하는 선가 30%, 200억 원 초과 300억 원 이하는 20%, 300억 원 초과 시 10%로 선박건조가격을 기준으로 차등해 지원한다.

이 사무관은 “내항선박의 경우 친환경선박으로 대체 건조 또는 신조하는 경우 선가의 10~30%를 최대 50억 원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타 부처에서 법률 개정 중이니 건으로 아직 시행 전이기는 하나 친환경선박을 취득 시 취득세 2.2%를 0.2~1.2%로 감면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DPF 설치비 지원과 관련해 해수부에서는 전년도 25척 지원했고, 올해 20척에 대해 지원한다”며, “45척 모두 관공선이고, DPF 설치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은 선박을 조달하는 경우 「친환경선박법」 제13조제1항에 따라 친환경선박으로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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