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남극 역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남극 역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 김태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승인 2023.12.0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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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김태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현대해양]‘남극 빙하를 녹이는 바닷물의 계절변동성 규명’ 연구

남극 빙상(Antarctic ice sheet)은 남극 대륙의 98%를 차지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얼음덩어리이다. 이 빙상의 평균 두께는 약 2.16km로 이들 빙상이 모두 녹는다면 전 지구 해수면을 58.3m 높일 수 있다. 이들 남극 빙산은 중력에 의해 연안으로 흘러 바다 위에 떠있게 되는데 이를 우리는 빙붕(Ice Shelf)이라 부른다. 빙붕이 바닷물과 접하는 아랫부분에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 빙붕 하부가 녹게 된다. 또한, 일부는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여 바다를 떠다니는 유빙이 된다. 남극 전체 빙상의 부피는 강설량 증가로 인해 늘어나기도 하지만, 남극 연안에서 빙붕의 융해 및 붕괴가 가속화되어 줄어들기도 한다.

최근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남극해 극심한 환경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수인 환남극 심층수(해수의 어는점보다 약 4℃ 높음)가 대륙사면을 넘어 남극 연안으로 유입되면 빙붕 하부를 녹이고,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을 유발한다. 특히, 최근 서남극 일부 지역에서는 남극 대륙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빙상의 양보다 빙붕 하부에서 바닷물에 녹거나, 붕괴하는 양이 더 많아 빙붕이 남극 대륙 쪽으로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관측 결과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7년까지 남극 대륙 전체에서 109±56Gt/year 속도로 빙상이 감소하였다. 특히, 더 최근인 2012년부터 2017까지는 그 속도가 더 가속화되어 빙상 감소 속도는 219±43Gt/year로 밝혀졌다. 지역적으로는 지난 25년 동안 동남극에서 5±46Gt/year로 빙붕이 증가하였지만, 서남극과 남극반도에서는 각각 94±27Gt/year와 20±15Gt/year의 속도로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서남극에서의 급격한 빙상의 감소는 수온과 염분이 높은 환남극 심층수가 해저를 따라 대륙붕으로 다량 유입되며 이들이 빙붕 하부를 급속히 융해시키기 때문이다.

아문센해에서의 활발한 연구 활동

대한민국은 1988년 킹 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를 세움으로써 본격적인 남극 연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반세기 이전부터 남극 연구를 수행해온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었다. 자체 쇄빙선이 없던 초기에 우리는 남극해 연구를 위해 선진국의 쇄빙선을 임차하거나 다른 나라의 연구에 참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9년 자체 기술로 건조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독자적 남극해 탐사와 우리가 주도하는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해져 극지 연구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극지연구소는 온난화와 빙붕 융해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를 평가하고자 아문센해(Amundsen Sea) 국제공동관측 및 연구 네트워크를 조성하여 2010년부터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활용해 2020년까지 6번의 종합 해양조사를 수행하였다. 현장 조사 동안 빙붕 전면에서 다수의 장기해양관측시스템을 설치 및 회수하여 빙붕 하부로 유입되는 환남극 심층수와 빙붕으로부터 배출되는 융빙수(Meltwater)의 변동성을 관측하였다. 특히, 2014년 겨울, 연구팀은 아문센해 닷슨-갯츠 골과 닷슨-겟츠 빙붕 전면의 30개 이상의 정점에서 해수의 수리 물리적 특성과 해류의 공간 변동성 파악을 위해 관측을 시행하였다. 또한, 닷슨 빙붕(Dotson Ice Shelf) 전면에 3기의 고해상도 계류 시스템을 설치하였으며, 이를 2016년 회수하였다. 이 회수된 계류 시스템으로부터 우리는 빙붕 하부로 유입되는 환남극 심층수 변동성을 2년 동안 연속 관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해양기원 열에너지 유입에 따른 빙붕 융해 과정 파악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빙붕 하부로 유입되어 빙붕을 융해시키는 해양기원 열에너지를 측정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들은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관측된 빙붕 하부 융해 속도에 비해 커서 해양기원 열에너지의 유입에 따른 빙붕 융해 과정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빙붕 하부로 유입되는 해양기원 열에너지의 정량적 산출을 통해 빙붕 융해에 해양의 역할을 평가할 수 있지만, 일년 중 대부분이 두꺼운 해빙으로 둘러싸여 접근할 수 없는 남극 연안에서의 관측은 해빙이 녹아 ‘폴리냐’가 형성되는 여름철로 제한되었었다. 그러나 빙붕 전면 다수의 장기 계류 시스템으로부터 성공적으로 자료를 획득함으로써, 해양기원 열에너지 유입에따른 빙붕 융해량의 정략적 평가가 가능해졌다. 고온의 환남극 심층수는 동쪽 사면을 따라 빙붕 하부로 유입되며 계절에 따라 그 양이 변하여, 남반구 여름철 빙하 하부로 유입되는 열량은 182MW m-1로 겨울철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고온수 유입량의 계절적 변동성은 해빙농도, 해빙유동, 그리고 바람의 계절성에 의해 좌우되었다. 닷슨 빙붕의 동쪽 사면을 따라 유입된 고온의 환남극 심층수는 약 2~3개월 동안 빙붕 하부에 머물며 빙붕 기저부를 융해하고 이때 생성된 저온, 저염의 융빙수는 유입된 환남극 심층수와 섞여, 빙붕의 서쪽 사면을 따라 주변 해역으로 다시 배출된다.

대한민국 극지연구 위상 높이다

본 연구는 지금까지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 관측이 매우 빈약한 해역에서 2년 이상 연속 관측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다. 우리는 이 자료부터 빙붕으로 유입되는 환남극 심층수량의 계절적 변동성과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였다. 이는 기존 학계에 보고되었던, 여름철에 국한된 자료만을 활용해 평가된 해양에 의한 빙붕 하부 융해량이 과대평가 되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 결과는 과학적 중요성과 연구의 창의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2022년 3월호에 게재되었다. 본 연구는 최근 빙하후퇴 속도가 급격히 가속화되는 등 전 지구에서 기후변화 가장 취약한 남극해에서 관측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 결과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중장기적으로 미래의 기후 및 해양환경 예측 등의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희소성이 높은 빙붕 전면 해역에서의 장기 관측자료는 중장기 기후예측 모델의 입력, 검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모델 정확성 개선 및 정교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의한 남극해 대기 및 해양순환의 변동성이 초래하는 해양환경 변화를 전망하는 데 학술적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구온난화를 진단 평가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극지 연구 후발국인 대한민국은 2010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남극에 파견하여 본격적인 남극해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이와 동시에 서남극해 아문센해에서 다학제적(多學際的)인 관측 프로그램을 극지연구소 주도로 수행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닷슨 빙붕 전면에서 고해상도 연속 관측자료를 성공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우수 연구 성과를 도출하였다. 이는 대한민국의 과학 선진국 리더십을 함양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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