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식생활의 차세대 주자 ‘블루푸드’
저탄소 식생활의 차세대 주자 ‘블루푸드’
  •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승인 2023.12.0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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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현대해양]“지구온난화 시대를 넘어 지구열대화 시대로 진입했다.”

올해 인류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을 마주하게 되자 UN 사무총장은 이렇게 경고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50년간 기온상승은 지난 100년간 기온상승 추세보다 약 2배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지구 온도는 매년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온난화, 아니 지구열대화의 원인은 온실가스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구로 들어온 열기가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 온도를 점차 상승하게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해수면 상승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이 2021년 IPCC 5차 보고서를 적용해 분석한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상승폭은 2100년까지 최대 73㎝였으나, 올해 발표된 6차 보고서를 적용한 결과, 2년 만에 약 9㎝ 추가 상승해 최대 82㎝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IPCC 보고서는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해양온도 상승, 빙하 감소 등 일부의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는 먹거리로부터 나온다. 농산물 경작 시 투입되는 화학비료와 농약은 탄소를 유발하며,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먹거리 운송과정에서도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은 연간 약 13억 톤으로, 이로 인해 33억 톤에 이르는 탄소가 배출된다.

먹거리 관련 탄소배출량이 전체의 31%를 차지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탄소배출을 31%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유기농 친환경 농수축산물로 식단을 구성하고, 육류 소비시에는 탄소발자국이 큰 대동물보다 소동물 비중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로컬푸드, 온라인 유통을 이용해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푸드마일리지를 줄이고, 가공시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하며, 매끼니 먹을 만큼만 음식을 조리하거나 주문하는 습관이 요구된다.

우리는 저탄소식품으로서 수산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산물은 어획이나 양식 등 생산과정에서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자원과 에너지가 절약되며, 수질이나 토양오염에 대한 우려가 적다. 사료곡물 생산을 위한 대규모 농경지 개간이나 산림 벌채도 필요하지 않다. 어류의 경우 다른 동물처럼 소화과정에서의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해조류와 어패류는 전복 등 다른 수산물의 먹이가 되어 그 자체로 탄소 환원이 이루어진다. 2018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수산물 탄소배출량은 동물성 단백질 식품의 12%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의 경우 성장하는 과정에서 광합성작용을 통해 엄청난 양의 탄소를 흡수한다. 바다 속은 육상에서처럼 유기물의 호기성 분해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길게는 수천 년 동안 그대로 해저 속에 저장하게 된다. 이러한 해양생태계의 탄소 흡수 능력은 육상생태계에 비해 최대 50배나 높다. 지구 산소의 20%를 만들어내는 아마존 열대우림보다 바다와 해양 습지의 탄소흡수 능력이 더 뛰어난 것이다.

탄소중립 위한 저탄소 식생활 필요

수산물은 고단백 저지방의 건강식품으로서 영양학적 가치 또한 높다. 최근에는 수산물의 우수성을 ‘블루푸드(Blue Food)’로 표현하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블루푸드란 내수면 및 해면에서 양식하거나 어획한 수산물로 만든 식품을 통칭하는데, 단순한 식품의 개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식량생산, 해양생태계 보전, 건강에 좋은 영양 공급원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먹거리 관련 탄소중립을 위한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코리아 그린푸드데이’ 선포를 시작으로 작년 9월에는 ‘글로벌 그린푸드데이’, 올해 8월 ‘국산밀데이’를 선포하는 등 전 세계 35개국 610여개 기업 및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저탄소 식생활 확산에 협력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정부 및 수산 관련 단체, 국민대표와 함께 블루카본을 흡수하는 해양생태계의 보존 필요성과 저탄소 식품으로서 블루푸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저탄소 식생활 수산물데이’를 선포했다. 수산물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우리 수산물로 식단을 구성하자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가장 많은 수산물을 소비하는 국가이다. 생선과 조개류, 해조류 등 밥상에 올라오는 수산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해조류는 과거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만 소비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최근에는 저칼로리 건강식품으로 알려지고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산식품 수출 1위 품목인 김은 지난해 수출액 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7년까지 연간 1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 갯벌과 염생식물 등이 발달해 있다. 풍부한 우리 수산 자원의 수출 및 소비가 더욱 활성화 된다면 어업인들의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먹거리 탄소중립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구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고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수산물을 포함한 저탄소 식생활로 일상생활 속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 전 국민이, 나아가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함께 협력한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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