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기후 예측도 더 어려워진다
기후변화 시대, 기후 예측도 더 어려워진다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11.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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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해수온 상승과 한파 오나?”
2023년 7월 북극 해빙 두께(출처_KIOST)
2023년 7월 북극 해빙 두께(출처_KIOST)

[현대해양]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역대급 더위를 기록했던 여름의 기억이 선명한데, 이번 겨울엔 높은 해수온과 한파라는 기상이변 현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권민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Ocean Climate Prediction Center, OCPC) 센터장은 “2023년 초겨울은 1997년 이후 네 번째 슈퍼엘리뇨가, 그리고 늦겨울은 폴라보텍스(Polar Vortex)가 예상된다”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한 현상들의 발생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폴리냐(Polynya), 온난화의 역설

지난달 6일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는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NSIDC)에서 제공하는 월평균 해빙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7월 북극 동부 시베리아 북쪽 외해에서 만 1,000㎢로 남한 면적의 70%에 달하는 규모의 폴리냐(Polynya)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올겨울 한파가 유발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폴리냐란 해빙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얼음 구멍을 의미한다. 여름철 강한 바람과 높은 기온으로 인해 북극에서 자주 발생하는 폴리냐는 주로 연안에서부터 해빙이 녹기 시작하면서 발생한다. 그러나 이번에 폴리냐를 발견한 지점은 연안에서 떨어진 외해 부근의 빙하 한가운데라는 것이 특이점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난 7월 지구 해면 수면이 2022년보다 0.3도 상승(18.5도→18.8도)했고, 따뜻한 해수가 해류를 통해 유입되며 해빙이 녹은 것이다. KIOST는 북극 주변의 해빙 두께가 1m 이내로 얇아지는 것이 확인됐다며 향후 북극 폴리냐 현상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뜻해지는 데 한파는 어째서 발생하는 걸까? 지구가 따뜻해지면 해빙이 품고 있던 열을 대기 중에 방출하며 녹고, 녹은 해빙은 태양 에너지를 반사하기보단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기온차가 작아지면 북극 주변의 성층권을 도는 강력한 바람 제트기류(Jet Stream)가 약해진다.

제트기류는 찬 공기와 더운 공기의 기온차로 인해 생기는 빠른 공기의 흐름으로 겨울철 전 지구를 휘감을 정도로 위력이 강하기에 보호막처럼 북극의 찬 공기(폴라보텍스가 중위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폴라보텍스가 제트기류를 뚫고 나와 중위도까지 내려오는 것.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이 비정상적인 한파로 이어지는 이러한 현상을 ‘온난화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폴리냐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해빙이 줄고, 지구 온도는 더욱 상승하고, 다시 폴리냐가 확장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그러나 폴리냐 현상으로 인한 한파는 확실하다고 할 순 없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구 연구원은 “폴리냐는 여름철의 현상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겨울 기후까지 예측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그 사이 가을의 해빙이 어떤 패턴으로 자라는지 등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3년 7월 전지구 평균 해면 수온 (출처_KIOST)
2023년 7월 전지구 평균 해면 수온 (출처_KIOST)

4번째 ‘슈퍼 엘니뇨’ 오나?

권민호 센터장은 “폴리냐가 생겼다고 겨울에 무조건 한파가 온다는 것은 아니다. 고려할 것이 많다”라며, “그러나 올 초겨울 슈퍼 엘니뇨 현상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를 일명 ‘슈퍼엘니뇨’라고 부르는데, 기상관측이 현대화된 1950년대 이후에는 1982년, 1997년, 2015년에 3번 발생했다”라며, “이번이 네 번째 슈퍼 엘니뇨가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역의 무역풍이 잦아들며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게 유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엘니뇨 현상이 시작되면 서태평양에는 고기압으로 인한 가뭄이, 동태평양에는 저기압으로 인한 홍수가 발생한다. 또한, 엘니뇨는 기온 변화, 강수량 변화, 해수면 상승 등 이상기후 현상에도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슈퍼 엘니뇨는 전 세계의 가뭄과 홍수, 태풍, 해수면 상승, 농작물 수확량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의 예측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현재 예전까지는 없었던 현상들이 발견되고 있고 연구되고 있다”라며 “지구온난화는 다양한 극한 현상들을 불러오고 있다. 폭염과 고수온, 큰 기온차, 태풍 등이 예상되므로 꾸준한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주홍 연구원 또한 “기후 예측에는 원래부터 고려할 부분이 아주 많은데,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며 예측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이번 엘니뇨는 동태평양쪽이 많이 뜨거워지는 형태로 발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조심스러운 추측에 불과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후변화 때문에 예측인자를 북극에서도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해빙이 넓고 두껍게 분포돼 있어서 북극은 고려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는 북극 해빙으로 인해 대기의 순환이 달라지고, 또 그 대기가 내려오며 또 다른 변수들에 부딪히며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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