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면허 개정 시급해”
“요트면허 개정 시급해”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11.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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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부족, 표준화 등 요구 잇달아…
대서양횡단 랠리(Atlantic Rally for Cruisers)대회가 시작되는 스페인의 라스팔마스 마리나(사진_김영애 선장)
대서양횡단 랠리(Atlantic Rally for Cruisers)대회가 시작되는 스페인의 라스팔마스 마리나(사진_김영애 선장)

[현대해양]최근 몇 년간 해양레저산업이 이슈다. 지난 9월 ‘한국해양레저산업협회’가 창립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 나오는 정부 정책에는 거의 빼놓지 않고 ‘해양레저사업’이나 ‘마리나사업’이 들어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양레저의 꽃이라 불리는 요트는 특수한 계층의 전유물 같이 느껴지고, 해양레저에 대해 정말로 잘 아는 전문가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해양레저산업의 발전을 원하는 관계자들의 의견도 다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현재 국내 요트면허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현재 우리나라의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는 「수상레저안전법」 제8조(면허시험), 제9조(면허시험의 면제)에 따라 실시된다. 동력수상레저기구 중 최대출력 5마력 이상이 면허대상이며 △일반조종 1급(사업자 및 시험관) △일반조종 2급(개인 조종자) △요트면허(세일링요트 조종자)로 나뉜다. 해양경찰청 수상레저과 관계자는 “2021년 취득 인원은 2만 1,313명, 2022년은 1만 9,420명으로 일반적으로 매년 2만 명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면허취득 절차는 △시험 △면제 교육 두 가지로 구분된다. ‘시험’의 경우 일반조종 1급, 2급 및 요트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것으로 필기·실기 시험, 안전교육 3시간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일반 조종면허는 24곳, 요트면허는 8곳의 민간업체에서 대행하고 있다.

‘면제 교육’은 일반조종 2급이나 요트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과정으로 자체 실기평가 점수가 60점 이상이면 합격할 수 있다. 요트의 경우 이론 22시간, 실기 18시간을 들어야 하며, 일반조종 2급의 경우 이론 20시간, 실기 16시간을 이수하면 된다. 전국에 48개소 대행기관(일반 33곳, 요트 15곳)이 존재한다.

해경청 관계자는 “해경청은 매년 시험 대행기관의 모집 공고를 하고, 시설·인적 요건 등을 확인 후 지정하고 있다”며, “대행기관에서 응시자들이 교육이나 시험을 다 이수한 후 해경으로 면허 신청을 하면, 우리가 확인해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경청은 대행기관에서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 지 등의 관리·점검의 역할도 담당한다.

면허에 대한 신뢰성 떨어져

요트에 관심이 있는 소위 해양레저인 중 다수의 사람이 우리나라의 이러한 면허발급제도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실습 시간의 부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유명한 생활 요트인이자 국내 최초 대서양횡단 랠리(Atlantic Rally for Cruisers 2018) 참가자인 김영애 선장은 “몇십만 원의 교육비를 내고 5일 동안 교육을 받으면 면허증을 남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면허제도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체계적인 요트교육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형 한국해대 해양스포츠과학과 교수는 “현재 면허교육은 민간기관에 위탁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실습 시간은 너무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진다”라며, “면허시험을 한강 등지 등 내수면에서 보는 것부터 이상한 일이다. 실제 요트는 해수면에서 타는 경우가 더 많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면허제도에는 안전교육을 서너 시간으로 해결하는데, 바다에서 주·야간은 물론 다양한 여러 상황을 직접 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 교수는 “또한 해경의 「수상레저안전법」과 해수부의 「마리나항만법」이라는 법이 서로 유사한 부분이 있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해경과 해수부의 업무 권한이 더욱 분명해져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창호 세한대 특임교수는 면허‘시험’의 수준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시험은 자동차로 대입해 보자면 코스만 있고 주행이 없는 것”이라며 “면허를 따도 제대로 요트나 파워보트 운전을 못 하고,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험 제도를 없애고 면제 교육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라며 “최소한의 이론과 실습을 통해 라이센스가 주어져야 하고, 라이센스를 받은 후에도 항해 연수를 통해 항해가 가능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한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인접국과 면허 공유가 되지 않아,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엄밀하게는 무면허라고 할 수 있다”며, “국제적 협약을 통한 표준화도 필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충환 경기도청 해양수산과 전문위원 역시 현재 면허 시스템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먼저 현재의 면허 시스템은 ‘표준화’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따금 요트가 발달한 영미 등과 비교해 우리도 면허제도를 없애자는 의견이 있는데, 이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본다”며 “우리는 요트 강국들처럼 해양과 친숙한 문화를 가지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요트를 접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최소한의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기준선을 세우는 것이 자격증제도이고, 그렇기에 자격증은 표준화를 전제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트는 체험·경험형 산업이다. 1,000시간의 요트 경험이 있다고 해도 요트의 크기, 요트의 종류, 그리고 주변 환경 등에 따라 경험은 천차만별이다”라며,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항해자가 지녀야 할 지식의 품질유지가 중요하고, 표준화가 필수적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요트교육을 하는 업체의 교육 방식과 교재·교보재는 각기 다르고 강사의 실력과 경험, 교육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라며, “표준화와 함께 이론 강의의 온라인화와 현장실습 시간을 늘리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일권 한국해양레저산업협회장이자 스타마린 대표는 “솔직히 말해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면허따기가 쉬워지면 좋은 것이지만,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어려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면허취득 절차 중 ‘시험’만 보는 경우, 시험 장소에서 30여만 원을 내면 서너 번 배를 같이 타고 남이 운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정도로 경험한 뒤 시험본다고 하는데, 그렇게 합격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이론에서 굉장히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라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자격증 외 요트교육 필요해”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체계적인 요트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미숙한 레저인구가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김영애 선장은 “바다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경을 부르게 되는데, 대다수의 신고가 그물이 요트에 걸렸다거나 기름이 부족하다는 등의 사소한 일이다”라며 “육지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문제는 경찰이나 보험회사에서 신속하게 처리해주겠지만, 요트 항해 시 생기는 문제는 많은 경우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선장은 “△악천후 조건 △탐색 및 차트 작성 △세관 및 출입국 절차 △입항 및 통관 △유지보수 및 수리 △소모품 보유 △안전 및 보안 △보건 및 의료 응급 상황 등 항해 중 직면하는 어려움은 방문하는 특정 지역과 항해자의 경험과 준비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요트 산업이 잘 확립된 북미 및 유럽 등에서는 요트학교·항해 마일리지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마일리지 기록과 로그북 작성은 요트 마스터가 되기 위해 필수적이며 모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이 진행된다”며, “스킨스쿠버의 경우에도 오픈워터부터 마스터까지 등급이 있고, 항해사도 1,2,3등 항해사가 있는 것처럼 요트도 수업 참여와 실전 항해 경험 등에 따른 레벨을 부여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재형 교수는 “전국에 40곳 정도의 마리나항이 있다. 이 중 40~50척 정도의 배가 계류할 수 있는 요트 계류장이나 요트마리나 등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라며, “혹은 요트협회의 베테랑 전문가들을 이용해 대학 등 공공성 있는 기관 등에서 요트교육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정일권 대표는 “몇 달 전 우리 배를 구매한 고객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중고 배를 팔아달라고 해서 연결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 배를 구매한 사람은 이제 막 면허를 딴 사람이었고 중고 배를 구매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바다낚시를 나갔다. 그날 그들은 낚시 중 풍랑주의보다 떴는데도 회항을 하지 않았고 결국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라며, “외국의 경우 요트를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천천히 즐기는 편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면허만 따면 바로 바다에 나가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것 같다. 그러나 면허를 따더라도 교육이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마린에서는 배를 판매할 때 한두 시간 정도 연수를 해주는데, 사실 모든 업체가 그런 것도 아니고, 또한 이러한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초보자는 배를 올리고 내리는 런칭이나 접안에서 사고를 많이 낸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런칭·접안 사고나 그물에 걸리거나 기름이 부족한 상황 등에서의 신고건수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해경청에 따르면 인적·물적 사고 외 신고건수는 통계에 남지 않기 때문.

항해하고 있는 세일링보트
항해하고 있는 세일링보트

“이력관리 등으로 자격 차등 둬야”

요트 산업이 발달한 북미 및 유럽의 경우 개인이 정식 훈련을 받고 특정 라이센스를 취득한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면허증에는 국제역량인증(ICC)나 영국 왕립요트협회(RYA) 데이 스키퍼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 라이센스를 취득한 이후에도 대부분 기술향상과 안전 지침과 규정을 최신 정보로 유지하기 위해 고급 훈련과정과 워크숍에 지속해서 참여한다.

김충환 위원은 “법으로 강제화할 순 없겠지만, 교육을 받고 꾸준히 성장함에 따라 이익이 있어야 요트교육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라며, “보험 가입을 할 때 몇 년 동안 배를 몰았는지, 최근 3년간 사고가 있었는지 등을 묻는데, 면허 따고 몇 년이 됐는데도 항해 경험은 없는 사람도 있고, 1년 만에 몇백 시간의 경험을 쌓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선처럼 이력 관리를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력에 따라 보험료 등 금융이나 원거리 항해 등을 할 때 이 이력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앞서 말한 표준화 작업 등 면허제도의 개선과 이후의 교육 지원 사업 모두 정부, 해수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라며, “해양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한다면 사용자가 면허를 취득하고 근해, 영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단체나 협회가 필요하며, 정부도 보조해주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창호 세한대 특임교수는 “클럽이 활성화되면 요트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의 공유는 물론 바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며, 그 안에서의 사회를 이루게 되기에 요트 구성원으로서의 품위와 매너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될 것이다”라며, “물론 많은 이들이 요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그에 따른 더 많은 즐거움이 더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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