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에서 미세먼지 연구를?
해양에서 미세먼지 연구를?
  • 임운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생태위해성연구부 책임연구원
  • 승인 2023.11.10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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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과학기술원 생태위해성연구부 책임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생태위해성연구부 책임연구원

[현대해양]대기 중에 부유하는 입자인 미세먼지 혹은 에어로졸은 사람의 건강에 대한 위해성, 시계 불량,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세계적으로도 최우선순위 환경 현안 중 하나이다.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국내의 화석연료 소비량 증가에 따라 겨울과 봄에 뿌연 하늘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각종 호흡기질환도 증가한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와 맞물려 산불로 인한 다른 형태의 미세먼지 문제가 미국과 캐나다 서부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미세먼지 연구는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각종 오염원의 배출량 산정과 모델 연구를 통해 공단, 석탄화력, 차량 등을 주오염원으로 지목했으며, 서해 백령도 등의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중국 측의 기여도를 절반으로 산정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항구도시들인 부산, 울산 등의 경우 미세먼지 오염의 37% 이상이 선박과 항만 활동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해양 미세먼지 연구

해양학의 관점에서도 미세먼지는 해양에서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되는 주요한 대기오염물질이자 태양광 반사를 통해 기후 조절에 관여하는 핵심적인 인자로, 이와 관련된 해양-대기 상호작용은 해양학이 도전하고 있는 난제 중의 하나이다. 이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측면 즉, 오염물질의 관점과 해양-대기 상호작용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되고 있다. 특히, 해양-대기 상호작용은 1980년 Martin 박사가 주창한 해양시비(Iron Fertilization: 질소와 인은 풍부하지만 미량영양염인 철이 부족하여 생산력이 낮은 해역에 철을 시비하여 해양생산력을 증대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설과 1987년 Charlson 박사가 네이처에 발표한 CLAW(Charlson, Lovelock, Andreae, Warren: 해양식물플랑크톤이 생산한 DMS가 대기 중에서 황산염이 되고, 황산염이 구름응결핵으로 작용함으로써 알베도를 높여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다) 가설로 해양의 능동적인 기후조절 역할이 주목받으면서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국제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슈퍼태풍, 가뭄, 홍수 등의 극한기후 현상들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해양-대기 상호작용 기반의 이산화탄소 제거기술과 태양광복사관리기술 등의 연구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해양 미세먼지 연구를 위해서는 육상과 달리 다양한 관측플랫폼이 필요하다. 먼저, 오염물질로서의 미세먼지 연구를 위해 선박과 항만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이동실험실 형태의 관측플랫폼이 요구된다. 또한, 대양 규모에서 발생하는 해양-대기 상호작용 연구에는 다양한 대기 관측장비가 탑재된 대형연구선이 필수적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해양 미세먼지를 포함한 해양 대기연구를 위한 다양한 관측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세먼지 오염과 해양-대기 상호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묘박지 선박활동에 의한 미세먼지 발생
묘박지 선박활동에 의한 미세먼지 발생

선박·항만 활동에 의한 해양 미세먼지

먼저, 선박과 항만 활동에 의한 해양 미세먼지 발생 관련 주목할 만한 연구들이다. 묘박지는 항만 출입항 선박들이 잠시 계류하는 공간으로 부산항의 경우 영도 서측에 지정되어 있으며 하루 100~300척의 선박들이 이용한다. 묘박 중에도 발전기를 포함한 선박 엔진이 가동되며 이에 의한 배출가스가 주변 지역으로 유입되어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KIOST 연구진들은 세계 최초로 묘박지 계류 선박 배출가스로 인한 미세먼지 생성과 전체 항만 배출 기여도에 대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에 의한 이차생성 미세먼지를 고려하면 묘박지가 항만 배출 미세먼지 발생량 대비 10% 이상 기여도가 있음을 밝혔다. 이와 함께 항만 화물 하역작업 시 차량에 의한 오염물질 배출계수 정밀산정을 위해 부산항 인근 수정산터널에서 이동관측을 했으며, 기존 고정관측 대비 신뢰성이 높은 차량 오염물질 배출계수 산정 결과를 발표했다. 선박 연료유 황함량 규제가 대폭 강화되어 항만 내 미세먼지 발생량이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화물차량에 의한 영향은 지속될 수 있음을 보고했다.

해양대기 관측실험실 운용

KIOST의 연구선들은 대부분 연 200일 이상, 이사부호의 경우 250일 이상 바다에 머무르며 종합해양관측을 실시한다. 2020년부터 해양 미세먼지 관측 시스템이 이사부호에 도입되었으며, 올해부터는 해양대기 관측실험실이 설치되어 운용 중이다. 이사부호 연구해역은 동해와 서해뿐만 아니라 태평양 그리고 인도양까지 포괄하고 있어 지역해와 대양에서 발생하는 해양-대기 상호작용을 관측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KIOST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동해에서 관측되는 미세먼지는 연안에서는 인간 활동에 의한 영향이, 동해 중심부에서는 식물플랑크톤 기원의 황산염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지역해 규모에서 CLAW 가설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또한, 서해에서는 중심부로 갈수록 중국 기원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관측되고, 동시에 식물플랑크톤 기원의 황산염 또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전 연구와 달리 중국 기원의 미세먼지 조성이 석탄 유래 황산염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유래 질산염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고했다.

시대에 따라 해양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해왔다. 두려움에 바다를 숭배하던 인류가 어느덧 정복자가 되어 마구잡이로 바다를 이용하고 있고 경제의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해양은 생명의 근원지이자 기후변화 최대 조절자로서 인류가 기대야 할 최후의 보루다. 심해에 대한 정보가 우주에 대한 정보보다 빈약하듯, 기후 조절 메커니즘으로 해양-대기 상호작용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더욱 빈약하다. KIOST에서 이제 연구의 첫발을 내딛고 있지만, 앞서있는 선진국에 비해 인력, 장비, 예산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숨 가쁘게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이제는 긴 호흡으로 인류의 당면 위기 대응을 위해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연구주제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필수적인 연구로써 해양 미세먼지 연구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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