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단절’ 위기 처한 수산물 소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세대 간 단절’ 위기 처한 수산물 소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 장춘봉 부경대 수산과학대학 교수
  • 승인 2023.11.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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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수산과학대학 교수
부경대 수산과학대학 교수

[현대해양]지난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한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었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은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 전인 2023년 5월, 서울과 경기 지역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소비자의 63%가 수산물 소비를 줄였으며, 그중 28%는 일본산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수산물을 소비하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수산물의 특성상 중금속, 항생물질, 패류독소 등 다양한 위해요소들이 검출될 수 있어 수산물 구매 시 소비자가 신선도보다 우선하여 고려하는 선택 속성이 바로 안전성 문제이다. 특히,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행된 이후 소비자들의 수산물 선택 기준에 방사능 오염 여부가 포함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소비자가 수산물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수산물 소비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30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수산물에 대한 기피 심리가 얼마 동안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과 관련한 여러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면 할수록 그 제품에 더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 탐색 활동을 늘리게 된다. 하지만 뉴스, 블로그, 정부기관 보고서 및 민간단체의 발행물 등 다양한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역부족일 뿐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과학적인 데이터나 정보는 일반 소비자들이 수산물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는 너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학적인 데이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득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언급되어야 한다. 수산물은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외에도 양식산, 가공품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먼저 제안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즉, 수산물에 대한 오염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소비자에게 다른 안전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홍보함으로써 고려하는 제품군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다. 수산물을 식생활의 대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오래도록 유지해 온 식문화로서 지켜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습관과 식문화의 형성은 어릴 적 경험이 매우 중요하고, 부모의 식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안전성 우려로 부모들이 식탁에서 수산물을 사라지게 한다면 자녀 세대는 자연스럽게 수산물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수산물 식습관의 다양성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세대 간 단절’이 생기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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