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소멸 위기 넘어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자
어촌소멸 위기 넘어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자
  •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3.11.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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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현대해양]어업은 인류가 농경 생활을 영위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경제활동 중 하나였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수렵·채집을 통해 식량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동하던 인류가 바닷가 근처에서 어촌을 형성하고 군집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정착, 그리고 문명의 시작은 바다를 낀 어촌에서 출발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국가와 공동체 내에서 어촌의 의미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촌을 어업활동의 전진기지이자 수산물 생산처 정도로 여겼다.

수산공익직불금 지원

그러나 최근에는 어촌의 다양한 공익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어촌은 생활 정주 기반으로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국민의 해양레저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삶은 해양환경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고, 국토관리 면에서도 그 기능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어촌의 공익적 기능과 역할에 주목해 정부는 2021년부터 공익 의무를 수행한 어업인에게 ‘수산공익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어촌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인구 규모가 도시와 농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이에 따라 공동체의 인구 규모와 비례하는 교육·의료·문화·여가·복지 등 정주 여건이 도시와 농촌에 비해 떨어지며, 이는 낮은 삶의 질 만족도로 이어져 어촌을 떠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축소 사회 진행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이 축소 사회로 진행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이며, 어촌의 인구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60세 이상 어가인구 비율은 1993년 15.7%에서 지난해 62.1%까지 높아졌으며,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45년 어촌의 81.2%가 ‘소멸고위험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어촌 소멸은 일부가 아닌 대부분 어촌지역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재정 투자

정부 역시 어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어촌뉴딜300사업’에 이어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통해 어촌 인프라를 개선하고 있다. 과거의 분산된 재정 투입방식과 달리 어촌경제플랫폼, 어촌생활플랫폼 등 거점을 지정하고, 해당 거점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여 새로운 생활권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거점 어촌·어항에 수산업 생산·가공·유통·판매시설 등 경제 인프라를 조성하고, 마트와 같은 수익시설과 함께 돌봄 등의 복지서비스가 제공될 생활서비스 복합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축소 사회, 그리고 어촌 소멸의 위기를 목전에 둔 지금,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에 공감하며 지지를 보낸다. 다만 인프라 조성 지원사업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R&D 지원 확대

첫째, R&D 지원 확대를 통한 어업분야 생산·가공·유통 등 산업 전반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어촌 지역사회의 일부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줄어든 인구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기술개발을 통해 어가소득을 향상시켜고, 수산업 발전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최근 농어업 분야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산업기술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어선·기자재 도입, 스마트 양식장 확대, 로봇을 활용한 가공공장,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유통채널이 우리 어촌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복합 해양레저관광 요소 강화

둘째, 어촌의 복합 해양레저관광 요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오직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 관광프로그램을 만들고 방문객의 감성과 정취를 자극해 사람과 돈이 흐르는 곳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 어촌의 대표 수산물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놀거리, 볼거리, 쉴거리, 먹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체류형 관광 거점을 적극 육성하여야 한다.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신안군이 좋은 사례다. 신안군은 관내 섬들을 ‘1004섬’으로 브랜딩하고, 박지도와 반월도를 퍼플섬으로 명명해 보라색 성지로 조성했다. 퍼플섬의 주택 지붕과 판매 상품은 모두 보라색이고, 가방 등 보라색 물건을 지닌 관광객은 입장료가 면제된다.

이민프로그램의 도입

셋째, 적극적인 이민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 위원회에서 어촌 현장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가 바로 일손 부족이다. 외국인은 이미 우리 어촌의 주요 노동자원이자 우리의 이웃이다. 이들을 유입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 없이는 어촌소멸을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 이민정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민청 설립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이민청 설립을 통해 각 부처로 분산된 외국인 노동자 관리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농어촌 할당 비자의 쿼터를 확대하고, 해당 쿼터로 입국할 경우 일정기간 농어업 종사를 의무화하고 불법 체류자 관리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정책의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제도적 개선을 통해 보다 풍요롭고 활기찬 어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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