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7. 운송인의 장기 체화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제척기간은 언제부터 개시되는가
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7. 운송인의 장기 체화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제척기간은 언제부터 개시되는가
  •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승인 2023.10.15 1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상협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들어가며

[현대해양]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 이어 제척기간에 관한 최신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0다280685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대법원 판결은 개품운송계약상 운송인이 화주를 상대로 갖는 컨테이너 초과사용료(container demurrage), 터미널 보관료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제척기간이 언제부터 개시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척기간이 개시되는 시점, 즉 기산점은 제척기간이 적용될 권리가 발생한 때부터로 본다. 다만, 개별 법령에서 일정한 권리에 대한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별도로 정한 경우에는 법령에서 정한 기산점이 적용된다. 「상법」 제814조는 개품운송계약상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에 대하여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운송물을 인도한 날”은 운송인이 운송물을 현실로 인도하거나 인도한 것으로 간주되는 날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으면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로 각각 해석된다. 운송물이 양륙항에 도착하여 인도 준비가 완료된 후 수하인에게 통지가 된 경우에는 인도 준비가 완료된 날을 “운송물을 인도할 날”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운송인이 운송물의 인도 준비를 완료하였음에도 수하인이 이를 수령하지 않아 운송인이 취득하게 되는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터미널 보관료 등의 채권은 앞서 본 “운송물을 인도할 날” 이후에 계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채권에 대해서도 “운송물을 인도할 날”로부터 1년의 제척기간이 기산된다고 볼 경우, 체화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어 인도 준비 완료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게 되면 운송인이 갖는 컨테이너 초과사용료나 터미널 보관료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발생조차 하기 전에 제소기간이 도과하여 소멸해 버리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종류의 채권에 대해서까지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운송물을 인도한 날 내지 인도할 날”로 해석할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사실관계

해상운송업을 영위하는 A는 2017. 1.경 복합운송주선업을 영위하는 B와 화물을 대한민국 광양항에서 베트남 호치민항까지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화물은 폐기물처리업자가 케이블 등 수출화물을 가장하여 해외로 반출하려고 한 폐기물이었다.

A는 위 운송계약에 따라 A의 컨테이너에 적입된 화물을 호치민항까지 운송하였으나, B 및 B가 지정한 수하인이 도착한 화물을 수령하지 않았다. 이에 화물은 A의 컨테이너에 적입된 채 베트남 호치민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보관되었다. 그 결과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및 터미널보관비 등이 발생하자, A는 위 화물이 호치민항에 도착한 후 약 2년이 경과된 시점에 B를 상대로 운송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하급심의 판단

원심은 위 운송계약에 따라 호치민항에 도착한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발생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및 터미널 보관료까지도 전부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 적용대상으로 보고, 화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나 제기된 운송계약에 기한 청구는 모두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나50624 판결).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 기산점으로서 ‘화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지나서 발생하는 채권의 제척기간 기산일은 그 채권의 발생일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그 날부터 「상법」 제814조 제1항에 정해진 권리의 존속기간인 1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즉, 대법원은 제척기간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권리가 발생하였어야 하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권리에까지 그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 권리가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검토

일반적으로 제척기간은 일정한 권리에 관하여 법률이 예정하는 존속기간으로 해석된다. 제척기간이 도과하면 그 기간의 경과만으로 곧 권리가 소멸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제척기간을 인정하는 이유는 권리자로 하여금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그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관계를 조속하게 확정하려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이 제척기간은 권리자가 신속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함에 그 취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척기간은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인 해당 권리가 발생한 때로부터 기산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욱이 수하인이 운송물을 인도 받지 않아 체화되는 경우에 운송인이 취득하게 되는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터미널 사용료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도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을 계산하면 1년이 경과한 이후에 발생하는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터미널 사용료 등에 대해서는 그 권리가 발생조차 하기 전에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하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화물의 체화 시에 운송인이 갖는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터미널 사용료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해서는 그 채권이 발생한 날부터 1년의 제척기간이 기산하게 된다고 본 것은 운송인의 송하인에 대한 권리의 행사기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해석이자 제척기간의 본질에도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로 생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