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 바로알기 12. 대중화되는 해양레저산업, 보트 계류는 가성비 높은 드라이스택으로
해양레저 바로알기 12. 대중화되는 해양레저산업, 보트 계류는 가성비 높은 드라이스택으로
  •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 승인 2023.10.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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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2023년 6월 기준 국내 등록된 자동차 수가 2,575만대를 넘어서며 인구 1.99명당 한 대 꼴로 나타났다. 2022년 3월에는 2,507만대로서 2.06명당 1대였는데 1년 동안 인구보다 차량이 더 많이 증가하며 1명대 수준까지 내려왔다. 2023년 우리나라 5,155만 명의 인구로 비교하면 약 50%의 차량 보급률이다. 반면 600만 인구의 싱가포르에서 등록된 자동차 수는 약 64만 대로써 차량 보급률은 약 10%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2022년 국가 1인당 GDP에서 한국은 3만 2,250달러로 세계 31위이나 싱가포르는 7만 9,426달러로 세계 6위에 올라있다.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2배가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음에도 국가 차량 보급률은 한국의 20%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에서 차량을 구입할 때 소요되는 주요 비용으로는 차량가액 외에 취득세, 등록세와 채권비용 등 부대비용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1,600cc급 차량가액 2,500만 원 정도의 차량을 구매한다면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부대비용이 차량가액의 10% 이내로 3,000만 원을 넘기지 않는다. 반면 싱가포르는 10년 운행할 권리의 번호판 가격(COE, Certification of Entitlement)과 등록세인 ARF(Additional Registration Fee)에 차량가격(OMV, Open Market Value)을 더해야 한다. 이 비용을 다 합치면 1,600cc급 자동차가 1억 4,000만 원을 넘게 된다. 홍콩의 경우도 등록세와 소유세가 차량가액의 40%~115%나 차지해 약 50만 홍콩달러(약 8,400만원, 1홍콩달러=171원) 상당의 자동차를 구매한다면 차량 가액만큼을 세금으로 더 내야 하며 주차장도 개인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홍콩의 주차장 임대료는 월 3,000~4,000 홍콩달러(약 67만 원) 수준이라고 하며, 매입한다면 주차장 한 칸에 200만 홍콩달러(약 3억 3,000만 원)를 차량구입을 위해 지불해야 한다.

높은 유지비용은 강력한 억제수단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국토면적이 좁은 도시 국가이므로 이러한 매우 강력한 자동차 억제정책을 가져가고 있다. 구매단계와 보유과정에 높은 비용을 요구함으로써 자동차를 늘리지 않겠다는 정책은 비교적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홍콩의 사례에서처럼 주차공간을 확보해야만 차량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은 주차 인프라에 대한 부담을 사용자에게 전가시킴으로써 차량구매를 억제하게 되는 주요한 수단이 된다.

반면 국산 자동차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에 정부가 주차장을 공영주차장 등으로 꾸준히 확보하고 있으므로 국민은 훨씬 낮은 비용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고 사용하고 있다. IT분야에는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이라는 용어가 있다.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할 때 초기 투자비용뿐만 아니라 도입 후 운영이나 유지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자동차나 보트 등의 장비를 구매할 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소비자는 장비 구매가액 외에 유지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유지비용은 시장 활성화에 효과적

자동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구매 단계의 비용뿐만 아니라 보유단계와 운영단계의 비용까지 낮춰야 한다. 도로, 주차장과 같은 인프라 이용 비용은 자동차의 운행뿐만 아니라 자동차 구매여부에 중요한 결정요인이 된다.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처럼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공동 주택의 경우 분양하는 공급면적에 다른 세대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면적인 공용면적이 포함된다. 공용면적은 복도나 엘리베이터, 계단 외에 지하주차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택 소유자의 계약면적에도 들어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주택을 구매 또는 임대한다는 의미는 주차장 1면을 함께 사용하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므로 차량 구입 시 주차장 확보비용을 추가로 지불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자국 자동차 제조산업을 가지고 있는 미국도 구매단계에서 진입장벽이 낮다. 자동차 구매 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Sales Tax, 취득세와 유사한 Property Tax, 등록세가 있다. 물론 주차장 확보도 필수가 아니며, 차량 유지비용도 낮은 편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이 가장 많은 2,627만 대가 판매되었으며 미국은 1,540만 대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173만 대가 판매되어 세계 10위권 시장규모를 갖고 있다.

레저보트 유지비용 중 가장 큰 부담은 계류비용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구매할 때 거주지에 따라 다르지만 주차장 확보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레저보트를 구입할 때는 계류장을 확보하는 것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계류장이 충분치 않을 뿐더러 홍콩과 같이 주차장인 계류장 사용에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26ft(약 8m)급 보트를 경기도 제부마리나의 해상계류장에 정박한다면 연간 약 500만 원을 계류비로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 주차장 이용에 상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문화인 우리나라에서 주차장 사용료와 같은 상시 계류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육상 계류장을 이용한다 해도 연간 약 33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고 계류장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터보트를 구매할 수도 없다. 소형보트라도 접을 수 있는 고무보트가 아닌 이상 V헐(Hull) 모양의 보트는 트레일러 위에 올려놓아야 하며 이럴 경우 차량 한 대의 크기를 넘어선다. 2019년 개정된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차구역 1면의 확장형 면적은 너비 2.6m, 길이 5.2m이다. 26ft급 보트 트레일러의 크기를 보면 너비는 2.4m이지만 길이가 8.9m로 자동차 주차구역을 크게 넘어선다. 즉, 일반 주차장에 보트 트레일러 보관이 어려우므로 보트 소유자들은 전용 계류장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레저보트를 구매하는 사람들 다수는 중산층

보트의 주차장인 전용 계류장 이용에 비용이 발생하므로 보트 소유자들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2021년 보트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리서치에서 국내 마리나 운영의 가장 큰 문제로 계류비 등 이용료가 비싸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67%로 나타났다. 주유소, 수리소 등 보트 이용에 필수 시설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34%인 것과 비교하면 계류비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용자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한편에서는 레저보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이라면 소득도 많을 텐데 이 정도가 부담이냐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레저보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바다에 나가고, 낚시 등 레저활동을‘힐링’목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이번 리서치에서도 보트 소유자들 중 가장 많았던 연간 소득 구간은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약 30.6%이며 6,000만 원에서 8,000만 원이 약 19.1%로 두 번째로 높은 구간이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연 평균 소득은 약 3,996만 원이고 2022년 기준 4인 가족의 우리나라 중위소득이 연 6,144만 원이니 우리나라에서 레저보트를 구매하고 힐링하는 사용자들은 고소득자가 아닌 중산층으로써 점차 해양레저는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보트는 선외기 장착 중소형 보트

세계 선진 해양레저 주요 국가는 세계해양협회(ICOMIA)를 통해 통계자료를 발표한다. 이들 국가의 해양레저선박 등록비율을 보면 선외기를 장착한 중소형 모터보트가 전체의 42.4%로 가장 많으며 선내기를 장착한 모터보트와 세일요트가 각각 13.6%와 12.2%로 그 뒤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외기 모터보트의 비중이 56.1%로 더 높고 세일요트의 비중은 2.8%로 매우 낮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레저보트 시장이 중소형 피싱보트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으로써 국가 계획인 마리나 항만계획도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보트 소유자들의 보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자택에 보관한다는 응답이 43.3%로 가장 많았고 마리나에 보관한다는 응답은 29.9%, 그리고 육상에 보관한다는 응답은 22.3%로 나타났다. 육상의 일반 주차장에 보관할 정도의 사이즈라면 17ft(약 5m)급 이하 소형보트로서 트레일러의 길이는 5.3미터, 너비는 2.1m 정도의 크기이다. 즉, 국내 보트 소유자가 구매한 다수의 보트는 럭셔리한 대형보트가 아닌 낚시에 적합한 소형 피싱보트라는 것이다.

레저보트는 전용 계류장에 보관해야

점차 사람들은 외부에서 자동차 주차 시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비용이 들더라도 차량을 안전한 곳에 주차하는 것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부터 예방할 수 있는 등 주차요금 대비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선명도 높은 CCTV 설치를 비롯하여 주차요금 정산과 게이트 작동 등 주차장 시스템이 네트워크로 잘 구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 티맵 등의 대기업이 참여하는 무인 주차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차량대비 크기도 크고 트레일러에 올려져 있는 레저보트야 말로 전용 계류장에 정박해야 한다. 중형 레저보트이상의 크기라면 보트 콕핏(조종석, Cockpit)이 하드탑에 선실 잠금장치까지 되어 있지만 소형 레저보트는 오픈되어 있으므로 고가의 어탐기나 무전기 등 각종장비의 도난에 취약하다. 주차장 보관 시 보트 커버를 씌워 보관하더라도 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외기 프로펠러나 트레일러의 각종 장치 등이 커버를 씌우더라도 노출되어 있어 일반인 통행이나 어린이들로부터 안전사고 우려도 높다.

 

세일요트와 대형보트는 마리나 해상계류, 중소형 보트는 육상계류가 적합

세일요트는 세일이 장착된 마스트(Mast, 돛) 높이 문제도 있지만 킬(Keel)이라는 무게추가 있어 해상계류가 적합하다. 일반차량 트레일러 이동이 불가능한 크기인 중대형보트도 해상계류가 필요하다. 이러한 대형보트와 요트는 선박의 크기와 무게 등의 문제로 높은 비용이 들더라도 해상계류가 불가피 하지만 중소형 보트는 굳이 해상계류를 할 필요가 없다. 물론 매일 항해하는 선주라면 해상계류가 편하겠지만 운항 빈도가 높지 않은 레저보트의 특성상 해상계류보다는 육상계류가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특히 창고형 실내 레저선박 보관소인 드라이스택(Drystack)은 소형선박을 적재하여 실내 보관하므로 좁은 공간에 다수의 선박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땅값이 비싼 한국에 적합한 육상계류 모델이다.

드라이스택
드라이스택

해상 계류장과 드라이스택을 모두 보유한 싱가포르 라플스 마리나(Raffles Marina)의 경우 40ft이하 보트의 해상 계류비는 3년 계약 시 연간 8,616달러(한화 약 843만 원, 1싱가포르달러=979원)이나 28ft보트의 드라이스택 이용 시 3년 계약 기준 연간 6,708달러(한화 약 656만 원)으로 줄게 된다. 여기에 영국 트라팔가 마리나(Trafalgar Marina)의 자료에 따르면 육상 계류가 해상에서 보트가 물에 잠겨 있을 때 보다 보트 관리 유지비용이 연간 약 2,022파운드(한화 333만 원, 1파운드=1,649원) 절약된다고 한다.

안전하고 저렴한 계류장 확보는 레저선박의 대중화와 안전사고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여러 일본 마린전문가로부터 일본 해양레저산업의 위기 중 하나는 드라이스택 등 육상계류장 확보를 정부가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해상 마리나를 다수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소형레저선박을 보관할 수 있는 드라이스택 등 육상계류시설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사용자가 별도의 보트계류 공간을 구해야 하고 바다의 준설이 불가피한 한국 환경에 적합한 가성비 높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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