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서부수협, 작지만 알찬 수협
대천서부수협, 작지만 알찬 수협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10.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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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수협’으로 명칭변경 최대 현안
대천서부수협 류붕석 조합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과 직원들.
대천서부수협 류붕석 조합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과 직원들.

[현대해양] 충남 보령시에는 2개의 지구별 수협이 있다. 그 중 거대한 보령수협 그늘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천서부수협이 서해 중부권 수협 중 가장 알찬수협으로 인식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구성원으로 보면 보령수협이 31개 어촌계, 7,70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반면에 대천서부수협은 군헌·현포·고잠어촌계 등 3개 어촌계, 1,550명의 조합원에 불과한 작은 수협이다. 업무구역은 대천5동 1개 동이다.

수산물 위탁판매 실적을 보면 보령수협이 매년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위판 실적을 올리는 반면, 대천서부수협 위판액은 300억 원 남짓 된다. 그럼에도 대천서부수협은 작지만 반기별로 10억 원 내외의 당기순이익을 거양하고 있다. 올 상반기도 세후 8억 5,6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었다. 전기(前期)에는 10억 6,6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양했다.

이런 알짜 수협이 지난 3월부터 명칭 변경을 하겠다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통해 취임한 보령시의회 의장 출신의 어업인이 새로운 조합장으로 취임하면서 제1호 사업으로 내건 것이 바로 명칭 변경이기 때문이다. 3선을 마치고 물러난 고영욱 전 조합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류붕석 신임 조합장이다.

류 조합장은 “대천동부도 없고, 남부도 없고, 북부도 없는데 왜 우리만 유독 ‘서부’라는 꼬리를 달아야 하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래서 ‘서부’를 떼고 대천수협으로 명칭을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가하게 표출하고 있다.

류붕석 대천서부수협 조합장이 상호금융 점포에서 직원들과 함께 고객상담을 돕고 있다.
류붕석 대천서부수협 조합장이 상호금융 점포에서 직원들과 함께 고객상담을 돕고 있다.

 

조합 명칭 변경, 이전 계획 추진

그런데 난관이 있었다. 같은 어업구역이 겹치며, 같은 어항을 사용하는 보령수협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명칭 변경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조회해야 하는데, 마침 이 수협에서 반의(反意) 의견을 내놓은 것. 이에 따라 류 조합장의 첫 공약 실행에 제동이 걸렸다. 이해관계 수협의 동의를 얻어오라는 것이 관할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입장이자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천서부수협은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웃 수협에서 명칭 변경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얼까? 보령수협이 과거에 대천시수산업협조합의 명칭을 사용하다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역사와 정체성 혼동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실제로 1962년 보령어업협동조합으로 출발한 보령수협은 1986년 대천시(大川市)수산업협동조합으로 개칭했다가 1995년 지금의 보령수산업협동조합으로 바꿨다. 한편, 대천서부수협은 1978년 신흑법인어촌계로 설립됐다. 2002년에 법인어촌계가 신흑수협으로 승격됐고, 2013년에는 대천서부수협으로 명칭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여기서 보령시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령은 삼한시대부터 고구려, 신라, 고려, 조선, 대한민국까지 이어지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보령은 고대에는 보령현이라고 불리었으며, 940년에 보령군으로 승격됐다.

보령군은 1986년에 대천시와 분리됐다가 1995년에 다시 대천시와 합병해 지금의 보령시가 됐다. 이처럼 보령군과 대천시가 공존하던 때가 있었다. 이때 지금의 보령수협이 대천시수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대천서부수협의 경우 2013년에 신흑수협에서 대천서부수협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는데 이 당시에도 보령수협의 반대로 대천수협이라 하지 못하고 대천서부수협으로 명칭을 정하게 됐다고 한다.

대천항
대천항

“해수부가 적극 나서야”

류 조합장은 “보령수협이 사용했던 명칭은 대천‘시’수협이었고, 우리가 쓰려고 하는 이름은 ‘대천’으로 ‘서부’(字)만 떼려는 것이다. 동부, 남부, 북부도 없고 우리만 ‘서부’자를 달고 있는데 ‘서부’자를 떼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류 조합장은 “우리가 명칭 바꾸는 걸 다른 곳에서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양수산부가 협의를 해서 오라고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조합장은 명칭 변경의 뜻을 굽히지 않고 해수부, 수협중앙회, 지역 국회의원 등과 접촉하며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조합 명칭 변경이 대천서부수협의 최대 현안이 됐다.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대천서부수협만은 아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도화동에 본소가 있는 옹진수협도 명칭 변경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류 조합장은 2010년~2018년 보령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했고, 이 중 제7대 의회에서는 전반기 의장을 지냈다. 그는 의정활동 중에는 시정의 주요시책에 대해 건전한 비판과 효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의원들과 집행부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의정철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령시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는 평이다. 이런 경험과 활동을 바탕으로 조합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보령시 신흑동에 위치한 조합 본소를 위판장이 있는 대천5동으로 이전할 의지도 구체화 할 계획이다. 류 조합장은 “어민, 조합원 가까이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합원 수 꾸준히 늘어

대천해수욕장으로 일반에 유명한 보령은 서해안 최고의 휴양지이자 국제적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며, 매년 7월에 개최되는 보령머드축제가 유명하다. 또 보령은 리아시스식 해안을 따라 발달된 천혜의 관광 휴양지인 대천해수욕장 및 1.5km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무창포 해수욕장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 그리고 서해 바다의 풍요로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보령시에 위치한 대천서부수협은 바지락, 서해안 꽃게, 낙지, 멸치, 갈치, 대구, 병어, 키조개 등의 다양한 어종을 취급하며, 30명 조금 넘는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천서부수협은 자산이 1,200억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조합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바지락 캐기 등 맨손어업 종사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10년 전에 600여 명에 불과하던 조합원이 지금은 1,500명을 넘어서 배 이상 증가했다. 위판액도 100억 원에 불과하던 것이 300억 원대로 늘었으니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조합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외형은 작지만 속은 탄탄한 조합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류붕석 조합장(사진 왼쪽 두 번째)이 직원, 중매도인 등과 함께 상장된 꽃게를 살펴보고 있다.
류붕석 조합장(사진 왼쪽 두 번째)이 직원, 중매도인 등과 함께 상장된 꽃게를 살펴보고 있다.

“조합원 불편함 없도록 하겠다”

대천서부수협은 신용사업 지점은 본소와 아산 배방지점 등 2곳에 그친다. 신흑동 본소에 딸린 본점은 이미 오래 전에 자리를 잡아 지난 상반기에만 5억 원의 흑자를 냈으며, 2019년 개점해 역사는 짧지만 아산 배방지점 또한 대선 충당금 충족 후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또한 수협중앙회로부터 2013~2014년 연속 공제사업 C그룹 대상을 받았으며, 또 2021년까지 단체부문 4회 수상 그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류 조합장은 “임직원과 조합원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수산물 생산과 유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데, 어업인, 조합원들이 수협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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