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예정 공무원 위한 귀어촌 활성화 프로젝트
퇴직 예정 공무원 위한 귀어촌 활성화 프로젝트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10.17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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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상으로 나아가라 ”
실내강의
‘퇴직예정 공직자 귀어촌 과정’ 실내 강의

[현대해양] 해양수산인재개발원(원장 양병채)에서 개발한 퇴직 예정 공무원을 위한 귀어촌 활성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해양수산인재개발원에서는 지난 6월 12부터 16일까지 4박 5일간(34시간) 5년 이내 퇴직을 앞둔 전(全) 부처 국가·지자체 공무원 23명을 대상으로 ‘퇴직예정 공직자 귀어촌 과정’을 개설해 교육을 실시했다. 연수생들로부터 반응이 매우 좋았다.

퇴직예정 공직자에게 롤모델의 사례와 긍정 메시지와 체험을 통해 제2인생의 꿈과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취지였다. 유명강사진이 총출동해 △인생 제2막 설계 △은퇴자산관리 △퇴직 성공전략 △해외 어촌마을과 요트항해 △바다해설사의 삶 △살기 좋은 어촌마을 소개 △어촌정책상담사의 삶 △어촌마을 정착기 △귀어촌의 꿈 △귀어촌의 꿈 제주살이 현장 △퇴직을 위한 재무설계학습 △귀어촌 성공전략 수립 △성공한 은퇴자의 삶 △낚시어선 현장학습 등 다양한 실내 프로그램과 바다 현장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양병채 해양수산인재개발원장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귀어촌 활성화 프로젝트 과정 기획 배경은?

2022년 7월 개방직으로 원장에 취임한 후 ‘우리 해양수산인재개발원이 어떻게 해양수산부 국정과제 수행의 스태프(Staff)이자 파트너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인가’와 ‘해양수산부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심했습니다.

우리 부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그 중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어촌소멸인데 이는 무조건 다가오는 ‘확실한 미래’입니다.

우리나라 농어촌 인구감소가 심각한데 어촌은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어 어촌소멸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입니다. 2022년 말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년 전에 비해 우리 어가 수가 약 17.5%(2017년 5만 1,550 → 2022년 4만2,500가구)로 줄었습니다. 그 사이 어가 인구는 22.3%(11만 6,900명 → 9만 800명) 감소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남은 어가 인구의 연령 구조인데요. 현재 60대(34.5%) 70대(27.7%)가 어가 인구 전체의 62.2%를 차지합니다.

시간 흐름으로 예상하면 10년 후에는 최소한 현재 어가 인구의 27.7%(70대)는 더 이상 직접적인 어가활동이 불가능하며, 현재 60대 중에서도 상당수는 직접 어가활동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평균수명이 늘었다지만 80세를 넘어 상당한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어가활동을 직접 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가 인구가 국가 규모 통계를 내기에 민망한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이에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어촌소멸 문제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과정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퇴직 공무원이 연간 3만 명이라던데…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수가 120만 명이 넘습니다. 이는 연간 정년퇴직하는 공무원이 최소 3만 명 이상은 된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합니다. 이들 중 일부라도 귀어촌한다면 활성화까지는 아니어도 지역별로 새로운 활력소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부에서는 산하기관인 어촌어항공단과 함께 귀어촌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정책적 지원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2017~2019년 사이 991명-966명-959명으로 연평균 귀어 인구가 1,000명을 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공직 은퇴 후 새로운 사업이나 공동체 활동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 어촌에서는 의미와 재미에 대해 활력소가 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어촌의 영속성 확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일뿐만 아니라 국토의 균형적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기에 퇴직 공직자 중에서 일정 부분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배경이 되었습니다.

‘퇴직예정 공직자 귀어촌 과정’ 야외 학습
‘퇴직예정 공직자 귀어촌 과정’ 야외 학습

 

교육과정의 목표는?

이 교육과정에 참가한 공직자들이 귀어촌을 퇴직후 인생설계의 핵심 축으로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4박 5일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 교육과정에는 세 가지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디자인했습니다.

첫째, 5일간 교육과 체험을 통해 퇴직 후 제2인생 방향을 어촌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설계해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맨 마지막 2시간을 나의 귀어촌 액션플랜(Action plan) 작성 시간으로 구성했습니다.

둘째, 퇴직 후 어촌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공무원 출신 귀어촌인의 실제 사례를 통해 객관적이면서 현실적인 시각에서 귀어촌에 대해 성찰함과 동시에 네트워킹을 공고히 하도록 장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매 시간 강의 후 강사와 자유롭게 토의하며 인사 나누는 시간을 별도로 가졌으며, 저녁시간은 자체 네트워킹 시간을 부여하여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셋째, 귀어촌에서 의미, 재미, 경제 활동이라는 삼박자를 두루 경험하도록 콘텐츠와 강사 발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과정의 특징은?

전반적으로 기존에 시행하던 교육과정과 차별적인 특징은 강사진이 명강사나 전문강사라기보다 대부분 퇴직 공무원으로 귀어촌하여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했습니다. 강사의 강의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받고, 네트워킹도 가능하도록 과감하게 초빙했습니다. 이를 위해 낚시 어선, 보트 세일링, 집짓기, 체험마을 운영 등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분들을 강사로 모셨습니다. 강의안을 만드는 일부터 꼼꼼히 챙겨야 했기에 추가적인 공수가 많이 들었는데 강사에게 강의 팁을 전수하는 일까지 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의미(Meaning), 경제 활동(Economic activity), 재미(Fun) 측면으로 좀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정년퇴직한 공직자는 여러 기관이나 같은 기관이라도 여러 직무를 수행하면서 인사이트와 경험이 켜켜이 쌓인 전문가 그룹입니다. 그 내공과 인사이트를 제2의 인생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어촌 공동체에 적용할 수 있다면 이전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실제 퇴직한 공직자들이 합류하여 공동체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애정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례는 곳곳에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강사진과 사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과 귀어촌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첫 번째 특징인 의미(Meaning) 발견하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60세는 청년?

다음은 퇴직 후 공무원연금으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60세는 아직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고, 새롭게 도전하며 인생을 재설계도 해볼 수 있는 나이입니다. 해양수산관련한 직접적인 일을 할 수도 있고 그 외 다양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는 바다해설사라든지 아니면 낚시어선 운영 등은 취미와 경험을 살려서 충분히 가

능한 영역입니다. 그런 가능성 있는 사례와 강사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투영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 두 번째 경제활동(Economic activity) 부분입니다.

마지막은 재미(Fun)인데요. 공직생활 하는 동안 일을 재미있게 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2의 인생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기에 재미와 일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낚싯배를 구입을 하여 낚시꾼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면 취미와 경제활동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요즘 많이 대중화가 된 요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소개할 만한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도전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기에 이 과정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기존에 시행한 적이 없다보니 기획 단계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잘 나오질 않았고, 프로그램을 구체화시키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어촌소멸만은 막아보자는 심정으로 여러 전문가를 만나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귀어촌에 대한 꿈과 동경을 심어주자’는 컨셉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런 다음 귀어촌을 결심한 사람의 입장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이 있을까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정책의 포커스가 귀어라는 수산 활동과 어선을 구매하거나 주택 마련 등 대출지원에 맞춰져 있습니다. 어촌어항공단 주관의 부드러운 프로그램도 있습니다만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체계적으로 귀어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마땅한 지원책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이자가 싸거나 무이자라 하더라도 대출은 결국 갚아야 할 부채입니다. 자기자본으로 계획적으로 준비한다면 대출도 최소화하고 책임감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해양수산 전문은행인 수협은행과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귀어촌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우대금리나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개발하면 공공의 이익에도 도움 되고 수협은행의 ESG활동으로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 과정 실시 전에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수협은행 부행장님을 만나 함께 방법을 찾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나 어촌소멸은 막아야 한다는 대의와 우리원의 열정과 방향성에 공감하여 교육 전에 출시하지는 못했지만 7월 26일자로 ‘어촌청년을 응원해 적금’상품을 출시하는 결과물을 만든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과정에 바라는 점은?

이 과정이 우리 공직사회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공직생활이든 제2의 인생이든 사람의 시간은 유한하며 대략적인 인생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입니다. 어차피 직면하게 될 일이라면 막연하게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시점을 남긴 사람들에게 은퇴 후 인생에 대해서 자기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촌소멸이라는 국가적 어젠더 앞에 공직자들에게 부가적인 희생을 요구하기보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교육으로 포지셔닝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이 교육은 우리 원에서 주관하지만 타 부처 공무원들이 메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과정과 네트워킹을 통해 귀어촌해서 사는 것도 의미가 있으며, 차분히 준비하게 만드는 계기로 생각한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내년부터는 담당자들이 타 부처 교육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가 과정을 개설하랴 선발 안 된 사람들과 소통하랴 갖은 고생을 하는 그런 교육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계획은?

올해 결과를 분석해보니 퇴직 5년 이내보다는 10년 정도 남은 분들로 대상자를 넓히는 게 좋겠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퇴직이 임박한 분들은 미리 알았더라면 훨씬 체계적으로 준비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코멘트도 다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교육 대상자 확대를 위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등의 사전 협조를 얻어 홍보도 강화하고, 퇴직예정 10년 이내로 신청자 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교육생이 확정이 되면 다양한 사전학습 콘텐츠를 제공하여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로 교육에 임할 수 있는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생 공식 커뮤니티도 만들어 서로 수시로 소통하며 체계적으로 귀어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의미는?

어촌소멸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긴급하면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원이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여 본인이 귀어촌을 원하더라도 가족 설득이라는 큰 산도 넘어야 합니다. 확실하게 마음의 결정을 하더라도 퇴직 시점까지는 귀어촌 예정자이기에 당장 어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엔 우리 현실이 너무 급박합니다. 우리 원에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귀어촌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넘어 꿈과 동경의 씨앗을 최대한 많이 뿌려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퇴직예정자 공직자 귀어촌 과정이 新해양경제와 바다공동체를 리드하는 인재양성이라는 우리 원 미션의 중요성과 달성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어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양병채 해양수산인재개발원장
양병채 해양수산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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