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귀촌 활성화를 통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귀어귀촌 활성화를 통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 정준영 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장
  • 승인 2023.10.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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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력 확보, 맞춤형 정책, 통합성과 관리 3박자 갖춰야
정준영 귀어귀촌종합센터장
정준영 귀어귀촌종합센터장

[현대해양] 출산율 저하, 고령화 등 절대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우리 어촌은 급격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1970년 116만 5,232명이던 어가인구가 2022년 9만 805명으로 감소했고 2045년에는 어촌 지역의 87%가 소멸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령화와 낮은 인구 밀도는 어촌의 공공 서비스 및 인프라 부족, 경제 활력둔화의 원인이 되고 이는 다시 낮은 인구 밀도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한다. 이러한 어촌 인구소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어촌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이다.

실제 어촌 현장에서도 전통적인 어업과 양식업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어촌의 발전을 이끄는 주역들이 있다. 도시에서 어촌으로 이주한 우수 귀어귀촌인들로 그들이 어촌의 발전 방향으로 강조하는 공통된 의견이 있다. 바로 ‘우리 어촌이 어업 위주에서 탈피해 새로운 산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어촌의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정착인구 유지(귀어·귀촌) △소비·관광인구 확충(특화·관광) △관계인구 창출(투자·교류)을 사례와 함께 제시해본다.

어촌 정착인구 유지책

가장 먼저, 어촌의 인구 유지를 위한 정착인구 유지가 지속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어업 위주의 1차 산업은 노동집약적 사업으로, 젊은 청년층에게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청년층들에게는 직접적인 노동에 투입되기보다는 인공지능 등을 통해 어업의 노동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스마트양식업이 매력적일 수 있다.

스마트양식업을 추진하고 있는 우수 귀어귀촌인 김태현 씨는 경남 통영으로 2016년 귀어귀촌하여 대학교의 4차 산업 연구원에서 양식장의 어업인으로 180도 바뀐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귀어 전 가지고 있던 인공지능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마트 양식’을 추진하였고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둘 다 개선하게 되었다. 정부 역시 어업인력 감소, 고령화 등 어업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CT·드론·AI 등을 활용한 스마트 기술 접목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전국에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양식업 발달뿐만 아니라 성공한 귀어귀촌인 양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귀어귀촌 지원 역시 필요하다. 귀어귀촌인이 어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초 이론부터 현장 지식과 경험까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고 정부는 단계적 교육과정과 일자리, 주거, 창업 등 패키지 지원을 해야 한다.

제2차 귀어귀촌지원 종합계획 역시 귀어귀촌 교육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귀어귀촌 준비 초기 단계의 희망자에게 기초 이론을 귀어귀촌종합센터를 통해 제공하고 지역별 귀어학교 등을 통해 현장실습과 기술교육, 그리고 어업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는 실전 과정인 인턴십까지 연계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귀어귀촌인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어촌 활력 증진과 변화, 혁신을 위해서는 청년과 여성 귀어귀촌인 유입이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청년 귀어귀촌인을 위해 청년 어촌정착지원사업, 어선청년임대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귀어귀촌 대상별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귀촌 후 바로 어업 창업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어촌 일자리 제공과 이와 연계한 주거지원 등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촌의 매력을 알리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어촌 발전을 위한 주요 추진과제이다. 제2차 귀어귀촌지원 종합계획에서는 어촌과 귀어귀촌 인지도 제고를 위해 귀어귀촌 브랜드 개발과 크리에이터 양성 등을 전략과제로 설정했다. 귀어귀촌 희망자에게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귀어귀촌 생활과 어촌의 매력을 전달하고 귀어귀촌을 결심한 이들에게는 체계적인 맞춤형 교육과 일자리, 창업 및 주거지원 등 패키지 지원을 제공하여 귀어귀촌인 확대를 통한 어촌 정착인구 유지가 필요하다.

소비·관광인구 확충책

두 번째로는 어촌 활성화를 위해 소비·관광인구 확충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바다 환경은 관광인구를 어촌에 불러오고, 이는 어촌의 소득 증대와 발전으로 이어진다. 어촌 특화 및 관광을 통해 어촌의 소득을 증대시킨 사례가 있다. 바로 경북 포항으로 귀촌한 황성진 씨 사례다. 경북 포항의 낙후된 작은 마을이었던 방석마을은 귀촌인 한 사람으로 인해 관광 수익으로 연간 소득 1억 원이 넘는 어촌마을로 발전하였다.

황성진 씨와 방석마을의 사례처럼 새로운 소비·관광인구의 확충은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어촌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로 어촌을 도시 수준의 생활공간으로 혁신하고 어업인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어촌 신활력증진사업과 함께 어촌체험휴양마을 특화조성사업(20개소)이 선정된 바 있으며, 제2차 귀어귀촌지원 종합계획에서도 어촌체험휴양마을을 활용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어촌의 자연과 자산을 창업의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공단 역시 최근 관광소비 트랜드를 분석하고 각 어촌체험휴양마을의 특색과 차별점을 발굴하여 어촌 체험객 증가와 어촌의 어업 외 소득 증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총 125개소의 어촌체험휴양마을을 트레킹, 체험학습, 해양레저, 워케이션 등 4가지 테마로 나누고, 소비자의 여행 성향에 맞는 어촌체험 경험을 제공하여 어촌관광 활성화를 도모한다.

또한, 지역별 특산물을 활용한 특화상품 개발 지원도 새로운 소비·관광인구의 확충을 위한 사업의 일환이다. 전국 10개 어촌특화지원센터 등을 통해 개발한 감성돔 맑은탕 밀키트, 꽃게 육수팩, 간장게장 국시, 소스 등의 개발을 추진하였으며, 개발된 특화상품 등은 온라인 라이브쇼핑,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판매하여 판로개척을 위한 지원도 추진되고 있다.

향후 어촌의 발전을 위해서 황성진 씨와 같은 새로운 인구를 어촌으로 유입하고 이를 활용한 어촌 관광과 비즈니스의 활성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 개발과 판로개척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어촌에 소비·관광인구를 유입시키고 어업 외 소득 증대를 통한 어촌 활성화가 필요하다.

어촌과 관계 인구 창출책

세 번째로는 어촌과 상생하고 관계되는 인구의 창출이 필요하다. 2021년 실시한 귀어귀촌 홍보 인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어촌의 교통, 교육, 의료, 문화여가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된 여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먼저 인지하고, 매력적인 어촌을 만들어 도시민과 어촌의 접점 확대를 위해 힘쓰는 이가 있다. 2019년 전남 영광 구수대신 어촌계로 귀어귀촌 한 장문석 씨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귀어귀촌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귀어귀촌한 그는 먼저 1차 산업인 어선어업으로 귀어했다. 귀어 후에도 어촌의 지역사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귀어한지 6개월 만에 그는 마을의 어촌뉴딜300 사무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21년에는 어촌계원들과 함께 영어조합법인 ‘다락해’를 설립했다. 설립한 영어조합법인을 통해 어촌계원들과 어촌비즈니스업, 가공상품 제작 유통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장문석 씨가 추진한 사업처럼 어촌의 발전을 위해서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어촌의 매력도를 높이고 관계 인구를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촌에 정주하지는 않아도 지속적으로 투자, 협력, 소비 등을 통해 어촌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인구인 ‘관계인구’는 정주인구와 교류인구의 중간 개념으로, 특정 지역에 완전 이주·정착하지는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말하여 향후 이주·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구인 만큼 지속적인 확충이 중요하다.

정부는 어촌의 관계인구 확충을 위해 워케이션(Work + Vacation의 합성어로 근무와 휴가를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제도) 등 어촌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제2차 귀어귀촌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제시한다. 워케이션은 어촌의 관계인구가 단순히 어촌의 상품을 구매하거나 관광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촌의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는 인구 또한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례로 2022년부터 워케이션이 가능한 어촌체험휴양마을 중 하나인 인천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의 경우 민간기업 2개소에서 시설비와 사무가구 등을 투자하여 공유오피스를 조성하고 마을과 수익분배를 한 사례이다. 워케이션에 지원한 참가자들은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과 같은 아름다운 어촌에서 일과 휴가를 병행하며 근로문화의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우리 어촌은 워케이션 참가자들을 관계인구로 유치하여 새로운 상생 모델을 개발하고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우수 귀어귀촌인 이봉국 씨 같은 도시자본의 어촌 유치를 통해 어촌과 도시 간 상생 사례도 있다. 이봉국 씨는 2022년 모 투자사를 통해 1억 3천만 원의 씨드 투자를 받아 어업과 가공공장, 유통 등 사업이 더욱 확장되었고 양질의 수산물과 가공식품을 도시에 제공하게 되었다. 이렇게 어촌에 귀어귀촌을 하지 않아도 어촌에 투자하거나 어촌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도 어촌과 관계를 맺고 어촌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다.

어촌의 발전을 위해 정부 지원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업인들의 자생력 확보일 것이다. 이봉국 씨의 사례처럼 제2차 귀어귀촌지원 종합계획 역시 어촌자산 투자펀드, 어촌크라우드펀딩 도입 등을 통해 도시 자본의 어촌 유입 활성화를 언급하고 있다.

공단 역시 2023년 시범 운영하는 어촌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0개 어촌의 상품을 민간 크라우드펀딩 기업을 통해 선보이고, 도시민 소액 자본을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운영하는 교육에서 역시 양식업과 어업 등 1차 산업 관련 과목뿐만 아니라 어촌 6차 산업, 전자상거래 교육 등을 통해 귀어귀촌인들이 어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천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 워케이션 시설
인천 포내 어촌체험휴양마을 워케이션 시설

통합성과 관리, 민자·자립 제고, 맞춤형 정책 지원

앞서 우수 귀어귀촌인 사례에서 제시한 3가지(정착인구 유지, 소비 관광인구 확충, 관계인구 창출) 어촌소멸위기 대응 전략은 어촌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활동 인구를 관리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먼저, 명확한 성과 도출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먼저 통합성과 관리 및 세부 사업별 성과지표, 기여도 등을 설정하고 단계별 예산 투입 등의 정책지원을 통해 명확한 성과를 도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한다,

둘째, 민자·자립도 역시 제고되어야한다. 어촌마을 특화, 관광 등의 사업은 정부의 직접지원에서 민간 기업의 협업 운영 등으로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도시자본 유치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한 지원체계로 혁신될 필요성이 있다. 정부의 직접 지원을 통해 마을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후부터는 민간 기업 등과 협업하는 등 마을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분절된 사업구조를 통합하여 어업인 뿐만 아니라 관계인구와 귀어귀촌인까지 다양한 정책 수요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정책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맞춤형 정책 패키지는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제공되어 정책 수요자들이 적시에 정책을 확인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적절한 플랫폼 조성 및 활용 등이 논의 되어야 할 것이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는 때가 되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껍데기 안쪽을 힘껏 쪼아댄다. 하지만 여물지 않은 병아리의 부리로는 벅찬 일이기도 하다. 이때 어미 닭은 병아리가 쪼는 소리를 듣고 알을 쪼아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는 그제서야 온전한 생명을 얻게 된다. 이는 송나라 공안집 벽암록에 실린 줄탁동시(啐啄同時)다.

현재 우리 어촌은 어쩌면 알 속의 병아리와 같은 상태일지 모른다. 어촌지역의 소득 증진과 발전을 위해 알을 깨고 나가려 노력하지만 고령화, 인구감소 등 현재 상황은 어느 하나도 우리 어촌에게 녹록치 않다. 이에 정부는 줄탁동시의 어미 닭과 같이 우리 어촌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지원을 제공하고, 우리 어촌은 정부의 도움을 통해 스스로 알을 깨고 어촌 스스로 자립해 어촌 소멸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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