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 30’, 일률적 정책 해양대 뒤흔들어
‘글로컬대학 30’, 일률적 정책 해양대 뒤흔들어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10.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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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동남 국토 끝 … 양 해양대 다음 행방은

[현대해양]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서울·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대학 소멸론은 이제 익숙한 얘기가 됐다. 우리나라 동남 끝에 소재한 한국해양대와 서남 끝에 위치한 목포해양대 등 양(兩) 해양대의 침로도 갈팡질팡 모양새다.

지난 4월 교육부는 '글로컬(Global + Local)대학 30(이하 클로컬대학)' 정책을 발표했다. 「고등교육법」 제7조 상 국가의 교육재정 지원과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17조 상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특성화 지방대학 지정 조항이 이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다.

현 정부의 국정목표 중 하나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다. 이는 85번째 국정과제인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와 무관치 않다. 또한 2025년 대학 재정지원 사업예산의 절반과 집행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도입과도 연계돼 있다. 글로컬대학 정책은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인재를 기르고,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이 정책은 현 대학 소재지가 비수도권인 일반재정지원 대학 또는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부는 2026년까지 담대한 비전하에 스스로 전면 혁신할 의지와 역량을 갖춘 대학 30교 내외를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해 해당 대학의 대도약(Quantum Leap)을 지원한다. 지원액은 교당 5년간 약 1,000억 원이다. 지난 5월 글로컬대학 정책 지원 대상 대학 166교 중 108교(약 65%)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과 5쪽짜리 혁신기획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 6월 교육부는 예비지정 글로컬대학 19교(15개 혁신기획서)를 발표했다.

한국·목포 해양대 혁신기획서

양 해양대도 글로컬대학에 신청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글로컬대학 신청 혁신기획서를 보면, 한국해양대는 교육혁신으로 ‘신해양시대의 처음을 만드는 대학’이라는 비전하에 △수능·강의·시험·학년 없는 4무(無) △학생이 만드는 융합교과목 △학생이 선택하는 교수자 등을 추진과제로 하고, 지산학(地産學)혁신으로는 △글로벌 캠퍼스 구축 △오션스타트업타운 구축·운영 △ 해양공유협업대학 구축 등을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목포해양대는 ‘해양산업과 하나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학생친화형 대학’이라는 비전하에 학생친화구조 혁신으로서 △지역예비대학생 지원 및 해양평생교육 플랫폼 구축 △해양전문 공동장비활용 및 기업지원 플랫폼 구축 △첨단기술창업보육 및 창업기업전주기 플랫폼 구축을, 지역산학협력 혁신으로 △지역기업 연계형 프로젝트랩 운영 △고교학점제, 전공선택 자율화, 평생교육 등 오픈커리큘럼 운영, 현장교육연구 혁신으로 △항해, 기관, 공학, 융합 분야 해양특성화 모듈형 교육과정신설 △해양분야 첨단학과 신설 △외국인전담학과 신설 △기금신설 등 지역연계형 입학 및 장학제도 구축 등 세부과제들을 언급했다.

그런데 이번 예비지정 대학 목록에 양 해양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예비지정 평가를 한국연구재단에 위탁해 진행했고, △혁신성 △성과관리 △지역적 특성 3개 영역에 중점을 두고 제시한 △혁신과제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대학 전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대한민국의 대학개혁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국·목포 해양대의 입장 - 고배 마신이유? 재추진?

도근영 한국해양대 기획처장은 이번 글로컬대학 탈락 이유에 대해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기 제시했던 여러 혁신안들은 유지하되 지역사회 기여 부분은 추가 보완해서 내년에 재도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추진 방향에 있어 내년에 교육부의 입장과 평가 항목의 비중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가져갈 것이다”라며 “그때 통합이 필요한 것인지 그냥 단독으로 가도 될지 부분 등을 검토하고 내부 의견 수렴절차도 거쳐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목포해양대 한 관계자는 클로컬대학 탈락 이유에 대해 “이번 혁신기획서가 정부가 생각하는 혁신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하며, “현 상황에서 내년에 글로컬대학 신청은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교육부의 RISE사업과 함께 글로컬대학 정책 등으로 현재 교내·외에서는 학교의 독자생존과 (국립)목포대와 통합 간 공방이 치열하다면서 그러잖아도 지방대 입학생 감소로 경직된 분위기였는데 불에 기름 붓는 격이라며” 현 교내 분위기를 전했다.

예비지정 대학 19교는 이 달 6일까지 대학 구성원, 지자체, 지역 산업계 등과 함께 혁신기획서에 담긴 과제를 구체화하는 실행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한다. 여러 교수 및 학계 관계자들은 4월에 이 정책을 발표하고, 5월까지 혁신기획서를 제출, 6월에 예비지정 학교 발표 후 곧 지산학 간 실행계획서 제출 등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듯한’ 업무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해양대와 같은 특수목적대학을 타 일반대학과 함께 획일적 기준 하에 정책을 추진함에도 반대 목소리가 크다.

교육부는 10월 본지정 평가를 실시한 뒤 10월 말 최종 10개 내외 대학을 선정·발표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15일 양 해양대학의 수시경쟁률은 목포해양대는 701명 모집에 2,717명이 지원해 3.88대 1이고, 한국해양대는 1,199명 모집에 7,147명이 지원해 5.9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 대학 입시 관계자는 “학과별 경쟁률이나 대학교별 최종 등록률도 봐야겠지만 통상 6개 대학에 수시 지원을 할 수 있는 만큼 수시경쟁률 6대 1 미만은 사실상 정원 미달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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