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대 학교실습 효과 높이려면
해양·수산대 학교실습 효과 높이려면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10.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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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실습에 관한 법령, 보다 구체적 개정 필요
국립목포해양대 실습선 '새누리 호'가 원양항해실습을 위해 학교부두에서 출항하고 있다(사진출처=목포해대)
국립목포해양대 실습선 '새누리 호'가 원양항해실습을 위해 학교부두에서 출항하고 있다(사진출처=목포해대)

[현대해양] 해양·수산대 실습선에서 승선 실습하는 학생들의 실습 효과가 의문이다.

선사가 초임 해기사를 채용할 경우 실습선에서 실습(이하 학교실습)한 이들보다 업계에서 현장승선실습(이하 현장실습)을 한 이들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학교실습과 현장실습 간 실습 효과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6개월 승선실습을 가정할 때, 대략적 항해시간만 고려하더라도 현장실습이 학교실습보다 4~5배는 더 많다. 현장실습을 나간 경우라면, 화물 적·양하를 위한 계류시간을 제외하고는 통상 항해를 한다. 반면 학교실습의 경우 특정 항해기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부두 안벽에 계류하는 편이다.

해양·수산대 실습선 현황

국내에는 부경대 등 5개 수산대(어선 해기사 양성 대학을 통칭함)와 목포해양대, 한국해양대 등 2개 해양대가 존재한다. 7개 해양·수산대는 총 9척의 실습선이 있다. 수산대는 각 1척의 실습선을 보유하고 있고, 양(兩) 해양대는 각 2척의 실습선을 보유하고 있다.

7개 대학의 2023년도 실습선 운영·운항계획을 통해 각 실습선의 항해일수를 확인해 보면(<표> 참고), 5개 수산대는 항해일수가 연 90~144일이고, 양 해양대 실습선은 연 75~89일이다. 계획 상 항해일수이기에 실질적인 항해일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1년 365일 기준으로 수산대 항해일수는 약 1/3, 해양대는 1/5 수준에 그친다. 연중 약 60~80% 기간은 항해하지 않고, 안벽에 계류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선사는 현장실습을 통해 항해를 더 많이 경험한 초임 해기사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대 승선실습 관련 근거 법령

학교 실습에서 항해일수를 늘리는 방법은 없는가?

우선 해양·수산대 학교실습 제도를 살펴보면, 국내 해양·수산대 실습선 운영은 해기사 양성 목적으로 학생들의 해기사 면허 취득을 우선으로 한다. 「선박직원법」 시행령 제16조 제3항은 “지정교육기관 중 대학·전문대학의 지정받은 학과를 졸업한 자(졸업예정자를 포함한다) 또는 지정교육기관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이 인정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의 승무경력이 3년 이상인 경우에는 3급 항해사, 3급 기관사, 전자기관사 또는 3급 운항사를 받기 위한 승무경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항은 해양·수산대를 졸업할 경우, 3급 해기사 면허 발급을 위한 승무경력을 인정해 주는 예외적 조항이다. 만약 해기사 면허가 없는 이가 3급 항해사 면허를 발급 받으려고 한다면, 연안이나 원양수역을 항해하는 총톤수 500톤 이상의 상선에서 최소 5년 간 선박운항직무를 수행한 경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선원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전문대는 「선박직원법」 제2조 상 지정교육기관으로 분류된다. 「지정교육기관기준」 제8조에서 “지정교육기관의 장은 해기사 교육과정별로 항해사의 경우 12개월 이상[선장 또는 자격을 갖춘 해기사의 감독 하에 실시하는 선교당직직무 6개월(어선 항해사 양성과정은 3개월) 이상을 포함]의 승선실습을, 기관사의 경우 기관장 또는 자격을 갖춘 해기사의 감독 하에 실시하는 6개월 이상의 기관부 승선실습을 교과과정에 편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항해사의 경우 ‘승선실습’과 ‘선교당직’이 반드시 ‘항해승선실습’과 ‘항해선교당직’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은 어렵다. 실습선에서 항해 하지 않고 실습선에 타고만 있어도 승선실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보니, 학교별 항해일수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선박직원법」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선원의 훈련, 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기준협약(STCW협약,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Standards of Training, Certification and Watchkeeping for Seafarers)’이 법원이다. 이 협약의 관련 규정인 STCW협약 부속서 제2장 제1조 제2항과 부속서 제3장 제1조 제2항은 항해사나 기관사 자격을 위해 12개월 이상 승인된 ‘Onboard training(승선실습)’을 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이 문구에 대한 정의나 구체적인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법령 정비 필요

법령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법 조항은 개선이 요구된다. 법령 개정이 아니라면 정부의 유권해석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해양·수산 교육계 한 관계자는 “법령의 개정이 학교실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라고 한다. 만약 △항해 의미를 정의하고, △항해승선실습 기간을 명시하며, △항해일수 산정기준 등을 추가로 규정한다면 어떨까? 그는 “그간 사례를 보면 법령이 개정되면 학교 등 관련 기관들도 그에 맞게 자동 개선됐다”며 관련 규정 개정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더욱이 승선실습을 규정하고 있는 「지정교육기관기준」은 해양수산부 고시(제2020-126호)로서 법률이 아닌 만큼 해수부가 개정 의지만 있다면 내부적으로 쉽게 개정할 수도 있다.

항해일수 증가에 대한 해양·수산대 내부적 장애

수산대 관계자들은 실습선 항해일수 증가에 대해 몇 가지 자체적 한계를 지적했다. 우선 “학생을 가르치는 교원이 실습선에 승선하여 항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이유는 △선내 환경적으로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고, △연구시간이 물리적으로 제한되며 △정보 접근성이나 인적 교류 등 연구 환경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부연하여 “이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평가에 있어서 (비승선)타 학과 교수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데, 이런 불합리함을 무릅쓰고 누가 선뜻 항해하겠다고 나서겠냐”며 반문했다.

두 번째는 일반공무원(주로 선원)도 항해보다는 집에서 출퇴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교육 목적의 실습선에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그들이 외부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만약 항해와 출퇴근 중 하나를 선택해라고 한다면 다수가 출퇴근 근무를 택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위험의 노출이다. 항해가 시작되면 선박, 학생들의 안전사고 등을 계속적으로 살펴야 하는데, 이런 위험 또한 업무적으로 스트레스이므로 가급적 항해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사소하겠지만 실습선 내 일반공무원과 교원 간에 급여 체계의 상이성이다. 예컨대 항해로 인해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경우, 교원은 초과근무에 있어 별도 지급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반면 일반공무원은 초과근무수당을 받는다.

즉 항해하는 교원 입장에서 항해실습이 길어질수록 △연구를 위한 시간 확보도 어렵고 △경제적인 지원도 없는 가운데 △위험을 안고 가면서 △연구 평가의 불합리성 등 다중의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한편 해양대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수산대 관계자들의 언급 내용에서 △교원의 연구시간 부족 △항해보다 출퇴근 근무 선호 등은 상통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해양대 관계자는 “해양대는 실습선 전임 교원을 채용하고 있고, 이 교원들은 이미 전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수산대 교원보다는 불만이 덜 할 것이다”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해실습을 꺼리는 다른 이유도 있다”며, “학교실습에서 실습생은 각 교수별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항해실습이 길어질 경우, 학생들의 항해당직 체재나 기상악화 등으로 수업 진행이 제한되거나 여의치 않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결국 “학생들이 실습기간 중 과목별 학점을 받으려면 교수 수업을 들어야 하고 그 수업은 항해기간보다 정박·계류기간에 진행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정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교육부-해수부-5개 간 수산계 고교 공동실습선 엄무협약 체결 했다. (출처_교육부 블로그)
지난해 2월 교육부-해수부-5개 간 수산계 고교 공동실습선 엄무협약 체결 했다. (출처_교육부 블로그)

항해일수가 짧다면 학교 간 공동운항은?

학교실습에서 항해일수를 짧게 운영한다면 정박·계류용과 항해용을 나눠 운용한다던지, 학교 간 실습선 공동운항도 생각해 볼만하다. 지난해 2월 ‘교육부­해수부­5개 교육청’ 간 수산계 고교 공동실습선 건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개 수산계 고교에서 실습선 총 3척을 보유 중인데 대신해 2,500톤 급 120명 승선이 가능한 공동 실습선 1척을 건조한다는 내용이다. 총 사업비 420억 원으로 2025년 완공되면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각 학교별로 대체 건조할 경우 660억 원이 발생하는데, 이와 비교해 비용이 240억 원 절감된다고 홍보했다. 더욱이 교육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기관별 분담함에 따라 선박운영의 효율성도 높다는 평가다.

해양·수산 교육계 전문가는 “수산고에서는 실습기간이 3개월로 짧기 때문에 그나마 실습선 공동운항이 가능하지만, 대학은 12개월 동안 승선실습을 해야 하므로 공동운항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해양대 한 관계자는 “양 해양대가 공동운항 실습선을 운영하는 것은 언뜻 경비절감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현재도 2척 실습선 정원이 (실습해야 할)한 학년 학생 수보다는 부족해 일부 학생을 현장실습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양 해양대 실습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실습선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공동운항은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습선에 실습생이 많을 경우 비록 항해기간이 길어지더라도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라고 공동운항이 쉽지 않음을 주장했다.

수산대 한 관계자는 “대학 실습선의 공동운항은 종국적으로 획일적 교육으로 이어져 실습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라며, “공동운항은 결국 대학별 특화된 해기사 양성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어선 해기사에 대한 관심이 감소되고 있는 요즘 상황에서 수산대에 해기사 지원자가 거의 없어진다면, 그때는 실습선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실습선의 공동운항을 검토해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대학별 운용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군산대학교 실습선_새해림호
군산대학교 실습선_새해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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