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연안 생태계 변화에 주목해야 할까?
왜 연안 생태계 변화에 주목해야 할까?
  • 이인옥 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박사
  • 승인 2023.10.10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인옥 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박사
이인옥 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박사

[현대해양] 연안 생태계 가치, 그리고 위기

연안 해역에는 전세계 인구의 23%가 거주하고 있는데, 이곳은 세계적인 초대형 도시 약 70%가 분포하는 사회경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지역이다. 연안은 인류의 생존과 복지에 필요한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의 70%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 생태학적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Costanza et al., 1997).

연안은 ‘작은 고추가 맵다’의 의미에 아주 부합하는 곳이다. 육지로부터 영양 물질을 활발하게 공급받는 이 지역은 해양에서 작은 면적을 차지함에도 해양생물 다양성의 80%를 책임지며, 생물들에게 서식처(섭이지, 산란지, 보육지)와 은신처까지 제공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연안 생태계는 인간활동 증가에 따른 몸살을 겪고 있다. 실제로 연안에 집중된 활동(간척, 댐 건설, 산업단지의 건설 등)과 이상 기후 현상은 전세계 연안의 40% 이상을 파괴하고, 연안 생태계가 가진 기능 역시 온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간활동에 의한 연안생태계의 변화는, 생물 다양성 핫스팟(hot spot)인 서식처(염습지, 갯벌, 맹그로브 숲, 산호초 군락지 등)와 기후 변화를 가장 극단적으로 겪는 극지의 연안에 더욱 치명적이다. 이런 환경 변화는 생태계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현재 연안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이 어떤 상태에 있고,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 연안 갯벌 생태계 현재와 미래, 새만금을 보자

세계 최장 방조제가 있는 새만금 갯벌은 한국 연안의 인간 활동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방조제가 완공된 이후, 새만금호 수질은 악화되었고, 그곳을 보금자리로 했던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졌다. 또한, 방조제 건설로 갯벌의 저층 및 수층 환경 변동성이 증가했다. 내측 수질 관리를 위해 해수 유통이 진행되면서 배출된 방류수는 방조제 외측 갯벌의 변동성을 더욱 증가시켰다.

새만금 방조제 남쪽 해역, 갑문이 위치한 곳에서 환경 변동성은 더 크게 나타나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우점하는 유기오염 지표종의 출현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측면은, 새만금 갯벌에서는 먹이망의 기저 에너지원, 저서미세조류의 생물량과 생산량이 한국의 다른 갯벌보다 높다는 것이었다. 특히, 방류수 배출에 따른 영양염 증가는 저서미세조류 생물량을 증가시켰고 다양한 저서생물들에게 잘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변동하는 새만금 외측 갯벌에서 생물들은 잘 먹고 살게 되는 것일까? 또, 내측 호수의 개선된 수질은 사라진 생물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일까?

새만금 방조제 내측 호수는 해수유통 그리고 상류수의 점오염원 관리로 현재 많이 개선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비점오염원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방조제 내측의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갑문 운용 방식 변화는 외측 갯벌에 어떤 변화를 만들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간의 욕심에 새만금 갯벌은 이미 많이 훼손되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갯벌 생태계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기반으로 최선의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인다.

극지 연안 생태계 현재와 미래, 남극을 보자

기후변화 영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 남극 연안의 이미지는 얼음(빙하 및 해빙)으로 대변된다. 권위있는 과학잡지 PNAS에 개제된 논문(Parkinson, 2019)에 따르면 남극 연안 전체 해빙 면적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서남극에서 심각하다.

서남극에서 해빙과 빙하의 감소는 에너지 기저인 일차생산 변화(시계열적 번무 양상과 생산량)를 일으켜, 연안 생태계 불안정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일차생산의 변화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남극 대표 생물 펭귄의 주요 먹이원인 일차소비자(동물플랑크톤과 크릴 등)의 생산은 안정된 패턴으로 시계열적 얼음 면적 변화에 따른 일차생산 패턴을 따라 반응해왔다. 그런데, 이런 규칙적인 현상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 혼란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차소비자가 영양분을 섭취하는 시기(생식 및 산란기)에 먹이가 제공되지 않으면, 이들의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다. 이차생산자의 감소는 이들을 먹이로 하는 상위 영양단계 생물의 생산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먹이망을 타고 남극 생물 전체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

저서생태계 역시 얼음 면적 감소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10년 전 서남극 반도 마리안 소만에 서식했던 남극 삿갓조개는 빙벽으로부터 거리가 다른 정점 들에서 서로 다른 먹이원을 섭취했었다.

그러나, 현재 마리안 소만 삿갓조개는 모든 정점에서 해조류를 주요 먹이원으로 섭취한다. 이는 사람이 선호하는 음식만 먹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자연생태계에서 일차 소비자에 속하는 생물들은 환경 내 풍부한 먹이원을 주로 먹게 된다. 따라서,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던 삿갓조개의 먹이원이 해조류로 단순화된 것은 이 지역 저서생태계의 기반이 단순화된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굉장히 심각한 현상이다. 지구의 온도가 계속하여 상승하고, 해조류가 생존가능한 한계온도를 벗어나게 된다면, 과연 생명이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연안생태계 관리 방향

기후변화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극지 연안 생태계의 관리가 가장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남극 연안 얼음 면적 변화는 전세계적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며 인간의 생존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므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각 국가에서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탄소의 저감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접근성의 문제로 연구가 제한 되어있는 극지의 신규 탄소원 개발에도 국제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이에 대한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