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수산업과 인류의 미래
바다와 수산업과 인류의 미래
  •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 승인 2023.10.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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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진 수협중앙회장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세계 어촌 지도자들이 대한민국에 모였다. 전 세계가 공동으로 마주한 어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과 지속가능성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특정 국가와 지역을 넘어 지구촌 어촌이 함께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세계 각국의 공감대 속에 마련된 자리다.

‘하나의 바다, 하나의 어촌’이란 주제로 3일간 열린 ‘세계어촌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7개 국가의 장·차관급 대표단과 52개 국내외 기관이 부산을 찾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국가들이 머나먼 한국까지 온 이유를 이번 대회 주제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세계 모든 어촌은 바다를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바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와 바다개발과 같은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인식하고, 서둘러 연대와 협력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지구에 있는 바다는 하나고, 모두 연결돼 있다. 그래서 바다를 통해 산업을 영위하는 수산업의 경우, 직면한 위기와 문제 역시 세계 모든 나라에서 비슷하게 발생되고 있다.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수산자원 생태계의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수산업은 수산물이라는 바다자원을 통해 영위되고 있기에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수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인류의 앞날 또한 불투명하다. 수산업은 농업과 함께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식량자원을 보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바다를 보호하는 것이 곧 수산업과 인류의 발전을 위한 길인 셈이다.

바다를 지켜야 하는 이유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기원은 바다에서 시작됐고, 또 바다를 통해 인류가 삶을 지속해 나가고 있기에 바다를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명의 요람인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를 먹으며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귀중한 영양소를 공급받아 왔다. 인류가 생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바로 바다고, 거기서 나온 산물 또한 같다.

그만큼 바다와 수산물은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물고기는 인류가 존재한 이래 생존의 중요한 기반이었다”며 인류의 발달에 있어서 물고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는 채집, 수렵, 고기잡이를 통해 육류, 채소, 어류라는 식량원을 마련해 왔다. 고대 도시문명들은 강과 바다를 끼고 발달했으며, 고기잡이를 통해 고대 인류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식량과 단백질을 공급받고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도 네덜란드는 청어, 포르투갈과 노르웨이는 대구를 생산함으로써 경제기반을 마련하며 크게 성장했다. 물고기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수산물의 발견, 인류 성장 대전환

물고기의 존재는 경제적 발전 외에도 인류의 생물학적 성장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13년도 세계적 석학들이 모인 제3회 국제수산심포지엄에서 지구는 6억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육지 상의 유기체들의 성장에 필요한 미량원소들은 비에 씻겨 내려가 대부분 고갈되었다고 한다. 미량원소들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누적되었고, 인류는 두뇌 형성 필수영양소인 DHA와 미량원소를 바닷속 수산물을 통해서만 섭취가 가능해졌다. 수산물에서 합성된 DHA는 식물류에서 추출된 DHA에 비해 뇌 발달에 10배 이상의 효율성을 보인다고 한다. DHA는 태아와 유아기 뇌 발달 기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사고력 증진과 지능지수, 여러 정신질환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며 인류의 발달과 성장에 큰 진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사실들은 수산물의 발견이 인류가 성장할 수 있는 대전환 시기의 시작이었음을 시사한다.

No Fish, No Life

하지만 현재 이러한 인류와 수산물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기후변화, 바다환경 오염과 남획으로 인해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육류와 대체식품들의 등장으로 수산물의 소비조차 감소하고 있다. 수산식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한 조사에서는 2021년 육류를 수산물보다 더 섭취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51.4%, 수산물을 육류보다 더 섭취하는 비율이 5.1%로 나타났다.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 선호도에서도 육류가 61.1%를 차지하며 가장 선호되었고, 수산물은 식물성 단백질보다 선호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미래 소비층의 수산물 비선호 현상이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다.

브라이언 페이건 교수는 “No Fish, No Life”라 말하며 수산물의 공금과 소비가 감소하게 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는 재앙과 같다 말했다. 수산물이 식량원으로 경제적, 영양학적으로 인류발달에 기여한 점들을 생각해보면 수산물 섭취문화를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문제이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바다를 보호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만 한다.

해양환경 보호

해양생물들이 기후변화와 남획, 선박의 이동 등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인 바다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0년 가까운 협상 끝에 국제사회가 전 세계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해양조약(BBNJ) 체결에 합의했고, 지난 9월 20일 유엔(UN) 총회에 그 조약이 공개됐다. 2030년까지 공해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어업과 항로 설정, 심해 채굴 등을 제한함으로써 해양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조약이 발효되려면 최소 60개국의 비준과 그 내용을 국내법으로 성문화해야 한다. 이번을 기회로 인류의 미래와도 같은 바다와 수산물이 가지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우리의 미래세대가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기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세계 국가들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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