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6. 하역업자가 운송인의 책임제한사유를 주장할 수 있을까
해양수산법 판례 여행 6. 하역업자가 운송인의 책임제한사유를 주장할 수 있을까
  •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
  • 승인 2023.09.1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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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해양수산부 법률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해양수산부 법률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1. 당사자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13237

원고/항소인 H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피고/피항소인 H항만 주식회사

2. 사건의 내용

가. D발전 주식회사가 발주한 보일러 장치 공급 프로젝트에 관하여 H리미티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D산업 주식회사는 보일러 장치(‘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하여 주식회사 D코퍼레이션에 해상운송주선을 위탁하였다.

나. D코퍼레이션은 T상선 주식회사와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하여 3차례에 걸친 화물운송을 위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재용선계약에서는 선적, 적부 및 양하시 모든 비용과 책임을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조건(Full Berth Term, FBT)을 명시하고, 운임약정을 체결하였다.

다. T상선은 M쉬핑과 용선계약을 체결하였고, M쉬핑은 E마린과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선적, 양륙, 적부 및 정돈비용을 용선자가 부담하는 조건(Free In and Out, Stowed and Trimming, FIOST)으로 용선계약( ‘이 사건 주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E마린은 H리미티드로부터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하고 송하인을 H리미티드로, 수하인을 D발전으로, 통지처를 D산업으로 하는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마.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은 제6조에서 “선적항에서 선적하기 전이나 양륙항에서 양륙한 이후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는 운송인에게 어떠한 책임도 없다.”라고 정하였고, 제5조에서 “소송이 운송인의 이행보조자, 대리인 또는 하위계약자에게 제기된 경우에, 이들은 운송인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의하여 주장할 수 있는 항변 및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라고 정하였다. 제1조는 “하위계약자는 선박소유자 및 용선자 그리고 운송인이 아닌 선복제공자, 하역업자, 터미널 및 분류업자, 그들을 위한 대리인 및 이행보조자, 그리고 누구든지 운송의 이행을 보조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라고 규정한다.

바. 이 사건 선하증권은 H리미티드의 요청으로 E마린이 다시 회수하여 그 표면에 ‘서렌더(SURRENDERED)’ 스탬프를 찍고, 선하증권 원본을 회수하지 않고 운송품을 수하인에게 인도하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서렌더 선하증권이 되었다.

사. 한편 T상선은 이 사건 주된 용선계약 조건에 따라 양륙항에서의 양륙작업을 S주식회사에 도급을 주었고, 이를 다시 피고가 하도급받았다. 그런데 피고의 직원이 이 사건 화물의 양륙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화물이 추락·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송하인 H리미티드가 수리비 등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운송인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하역업자도 ‘히말라야 약관’을 주장할 수 있는지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 대리인 또는 하위계약자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 그들이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 등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이 보호받는 하위계약자에 ‘선박소유자 및 용선자, 운송인 아닌 선복제공자, 하역업자, 터미널 운영업자 및 분류업자, 그들을 위한 이행보조자와 대리인 및 누구든지 운송의 이행을 보조하는 사람이 포함된다’는 취지의 이른바 ‘히말라야 약관’이 선하증권의 이면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 그 손해가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하위계약자인 하역업자도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과 관련하여 운송인이 선하증권 약관조항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다25237 판결,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나. ‘서렌더 선하증권’ 의 이면약관의 효력이 여전히 유효한지

출발지에서 선하증권 원본을 이미 회수된 것으로 처리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켜 수하인이 양륙항에서 선하증권 원본 없이 즉시 운송품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송하인은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 원본을 발행받은 후 운송인에게 선하증권에 의한 상환청구 포기를 요청하며, 운송인은 선하증권 원본을 회수하여 그 위에 ‘서렌더' 스탬프를 찍고 선박대리점 등에 전신으로 선하증권 원본의 회수 없이 운송품을 수하인에게 인도하라는 서렌더 통지를 보내게 된다.

이와 같은 이른바 ‘서렌더 선하증권(Surrender B/L)’은 단지 운송계약과 화물인수사실을 증명하는 일종의 증거증권으로 기능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의사표시가 없다면 상환증권성의 소멸 외에 선하증권에 기재된 내용에 따른 운송에 관한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4. 이 사건의 적용

선주와 용선자 사이의 주된 용선계약과 용선자와 재용선자 사이의 재용선계약은 각각 독립된 운송계약으로서 선주와 재용선계약의 재용선자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선하증권의 발행 사실만으로 당연히 운송인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다7040 판결).

T상선이 체결한 이 사건 재용선계약은 이 사건 주된 용선계약과 별도로 이루어진 운송계약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사건 선하증권에 송하인이 H리미티드로 표시된 사정만을 가지고 H리미티드와 실제운송인인 E마린 사이에 직접 운송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운송계약을 체결한 계약운송인의 위임을 받아 운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한 실제운송인이 있을 경우, 선하증권을 발생한 실제운송인과 선하증권 소지인 사이에는 선하증권 기재에 따라 운송계약상의 채권관계가 성립하는데(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해석상 E마린이 실제운송인으로서 송하인 H리미티드에 대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에 따라 운송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기간은 이 사건 화물의 선적 시점부터 양륙 시점까지이므로, 양륙 이전 단계인 양륙항에서의 양륙작업은 E마린의 운송 책임 범위에 포함된다.

또한 이 사건 선하증권이 비록 발행 후 다시 운송인인 E마린에 회수되어 서렌더 선하증권이 되었지만, 이 사건 선하증권 발행 당시 유효하였던 운송 책임에 관한 이면약관의 내용은 여전히 효력이 있으므로, 피고는 송하인인 H리미티드를 상대로 이 사건 히말라야 약관에 따른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다.

5. 대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

생각건대, 히말라야 약관에는 ‘누구든지 운송의 이행을 보조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피고가 이행보조자로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히말라야 약관은 하역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직접적인 계약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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