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다시 8. 「청구영언」 에 나타나는 고기잡이와 뱃노래의 특성
한국 바다시 8. 「청구영언」 에 나타나는 고기잡이와 뱃노래의 특성
  •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 · 고신대 석좌교수
  • 승인 2023.09.1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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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청구영언」에는 시조가 남창 657수, 여창 192수로 모두 849수가 살려있다. 이들 시조 중에는 강호의 시가로 강과 호수에서 고기를 잡거나 낚시를 하며 살아가는 삶을 노래한 시조들이 많다. 넓은 바다를 칭하는 만경창파라는 시어는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 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는 삶을 그리는 노래보다는 강과 호수에서 낚시로 고기를 잡아 이를 술안주 삼아 즐기는 시조가 태반이다. 실질적으로 배를 타고 멀리 바다로 나가 고기잡이를 하는 상황이나 구체적 행위를 보여주는 시조는 많지 않다. 배가 등장하거나 고기 낚시가 이루어지거나 하는 시조는 40여 편으로 추정된다. 이 시조들 중에 우선 강호의 낚시를 노래하고 있는 시조를 살펴본다.

위의 시조들은 주로 강에서 낚시하고 낚은 고기를 술집에 가져와서 함께 즐기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지(柳枝)에 옥인(玉鱗)을 꿰어 들고 행화촌(杏花村)에 가리라”고 노래하는 장면은 이를 대표한다. ➁와 ➂시조작품은 행화촌(杏花村)을 찾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고기가 낚이지 않으면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로 돌아오는 상황도 있다. 또한 낚시대를 매고 강으로 내려가는 일이 흥을 돋구는 일이 되고 있다. 이렇게 강에서 고기를 낚는 일은 노래하는 주체들에게는 주업이 아니라 즐기는 소일거리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들의 노래는 어부들의 노래가 아니라 사대부들의 여유로운 삶의 일부임을 엿보게 한다. 이들의 노래에서 어업을 주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부들의 삶의 고통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소위 사대부들의 강호시가의 흥취만 짙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강호를 넘어 어촌과 먼 바다의 이미지가 나타나는 시조작품도 있다.

강호에서 어촌으로 노래의 공간이 바뀌고 있다. ➀와 ➁의 시조에서 어촌이 등장한다. 그런데 ➁에 등장하는 어촌은 긴 모래사장으로 이어진 강으로 나타나고 있어, 바로 바다에 이어진 공간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유교변(柳橋邊)에 배를 매고 고기 주고 술을 사서 명정(酩酊)케 취한 후에 애내성(欸乃聲)을 부르며 달을 띄어 돌아오니 아마도 강호지락(江湖之樂)은 이 뿐인가 하노라”라고 강호지락을 노래하고 있다. 이에 비해 ➂, ➃, ➄ 작품에 나타나는 바다는 만경창파, 만리창파, 나아가 대천 바다로 나아가는 배가 등장한다. ➂은 만경창파를 넘어가야 하는 먼 뱃길을 떠나보내는 이의 애끓는 마음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➃는 사공들이 일천 석의 전세(田稅)를 큰 배에 싣고 먼 길을 항해해서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비는 마음이 담겨 있다. ➄는 엊그제 임을 여윈 나의 마음 상태를 대천 한 바다 가운데서 일천 석을 실은 배가 노도 잃고 닻도 끊고 용총도 꺾이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하고 저문 파선 직전에서 해적을 만난 심정과 비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나타나는 바다 역시 현실적 바다라기보다는 화자의 마음의 상태를 비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조작품에 나타나는 바다시의 비현실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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