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명자원법」 개정하고, 전문인력 육성 시스템 구축
「해양생명자원법」 개정하고, 전문인력 육성 시스템 구축
  • 이성희 해양수산부 해양수산생명자원과장
  • 승인 2023.09.15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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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양바이오산업 현황과 육성 방향

[현대해양]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 열풍을 이끌었던 재작년, 오징어 게임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었던 또 다른 K-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얘기다. 흥행을 이끈 성공 요인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홍반장으로 불리는 남자 주인공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다재다능한 인물인 홍반장에게 사람들이 매료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바다에도 홍반장과 같은 팔방미인이 있다. 바로 해양생물에서 바이오소재를 개발하여 우리에게 유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양바이오산업이다. 해양생물은 극한의 온도, 빛, 높은 압력 등 환경에 적응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생물학적·유전적 다양성을 보유하여 미래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해양바이오는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아울러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에너지·식량 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신의 선물로 불렸으나 이제는 인류를 위협하는 골칫거리가 된 플라스틱 문제 해결,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 생산 등에 해양바이오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조류를 활용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남태평양 심해 탐사 과정에서 발견한 특별한 해양미생물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조개 등 어패류를 먹어 치우며 양식업계에 피해를 주는 불가사리를 이용한 친환경 제설제가 출시되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홍합에서 추출한 접착 단백질을 이용한 의료용 접착제가 개발되기도 하였다. 해양 미세조류, 해조류 등을 원료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개발은 물론 새로운 의약품 소재 개발까지 해양바이오의 활용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해양생명자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30만여 종 이상으로 추정되는 해양생물 중 바이오소재로 개발한 자원은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양생명자원을 활용한 해양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해양생명자원 확보에 앞다투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해양바이오산업이 청색경제(Blue Economy)의 핵심이 될 것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문제 해결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간 10% 수준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해양바이오 시장은 2020년 약 7조 원에서 2027년 약 11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EU 등은 글로벌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적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 및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해양바이오산업이 아직 태동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해양바이오 기술 수준은 미국의 약 75% 수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기업이 영세하여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 생태계가 아직 형성되지 못하였다.

국내 해양바이오시장 매출액 및 고용현황_해양수산부 2022
국내 해양바이오시장 매출액 및 고용현황_해양수산부 2022

해양바이오산업, 2027년 1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

해양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해양바이오산업의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2021년 6,430억 원 수준으로, 25조 7,000억 원 규모인 국내 바이오산업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해양바이오 업체 수는 414개, 종사자 수는 4,503명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매출액 10억 원 미만인 업체가 70.8%, 종사자 수가 5명 미만인 업체가 41.6%를 차지하는 등 국내 해양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국내 해양바이오 시장도 성장잠재력이 높은 해양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에는 약 1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해양바이오산업이 예상대로 고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주요 선진국처럼 저변 확대를 위한 국가 주도의 투자 확대 및 정책적 지원 강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7월 해양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 ‘해양바이오산업 신성장 전략’을 수립하여 제시하였다. 2027년까지 해양바이오 시장 규모 1조 2,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해양바이오 핵심기술 개발, 선순환 산업 생태계 조성, 기업의 자율적 성장 지원체계 구축 등을 주요 추진전략으로 제시하였다. 기초소재 개발·고도화, 대량생산·표준화, 융복합 R&D 확대 등 해양바이오 핵심 3대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여건과 특성을 고려한 거점별 클러스터 구축 등을 통해 선순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기업 활동에 장벽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여 자율적 성장 여건을 조성하고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책과제들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로 해양바이오 핵심기술 개발과 관련하여 기술 중요도와 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기초소재 개발 및 고도화, 대량생산 및 표준화, 그리고 융·복합 R&D 등 분야별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오산업은 R&D가 시장 창출로 직결되는 산업으로 R&D 과정 전체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에 핵심기술 개발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심해저, 공해 등의 해양생명자원으로부터 기초소재 확보를 강화하고, 나노기술 등 첨단기술과 융합하여 우리가 개발한 소재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양바이오뱅크를 기반으로 해양생명자원 4,000여 종에 대해 항암·항균 등 유용 소재를 확보하고 기업에 바이오 소재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해양바이오뱅크는 해양생명자원으로부터 산업화가 가능한 유용 소재를 발굴하고 민간에 분양하는 전문 소재 은행으로서 현재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현재까지 1,144건 7,214점을 제공하였다. 앞으로는 기업계 수요를 반영하여 화장품, 항생제, 대사질환 등 목적·기능별 뱅크를 추가로 구축하고, 유용한 소재 개발 가능성이 큰 심해 해양생물에 특화된 뱅크도 구축하여 해양바이오 소재의 산업적 활용이 보다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세계바이오시장 성장 전망_식약처
세계바이오시장 성장 전망_식약처

수산 부산물의 해양바이오 자원화

또한, 유전체 분석을 확대해 2027년까지 산업적 가치가 높은 해양생물 500여 종의 유전체 정보를 확보할 계획이다. 해양바이오 소재의 대량생산, 표준화 등 산업화 촉진을 위해 인공적으로 생명 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하는 합성생물학 기반의 연구를 확대하고, 산업적 활용 가치와 기업 수요가 큰 해양 미세조류 등을 대량 배양하는 기술개발 및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는 수산 부산물의 해양바이오 자원화를 실현할 수 있는 공정 및 기술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구축하여 어촌경제 활성화 및 환경문제 개선에 기여토록 할 것이다.

해양바이오 소재를 환경, 에너지, 의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첨단기술을 활용한 융복합 R&D도 확대할 계획이다. 적조 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유용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개발, 양식장 등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치료기술 개발, 괭생이모자반 등 버려지는 해조류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개발, 심해저 고세균 기반의 바이오수소 생산기술 고도화, 홍합 단백질을 이용한 생체조직 접합제, 해조류에서 추출한 관절치료제, 미세조류 독소를 활용한 진통제 등 의약제품 소재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로 해양바이오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한 거점별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해양바이오 분야의 R&D 투자 규모를 현재 630억 원 규모에서 2027년까지 1,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정부와 민간 공동펀드를 조성하여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해양바이오뱅크의 고도화와 함께 해양바이오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해양바이오 소재에 대한 산업계의 접근과 이용이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에 투자·경영 및 연구·기술 분야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첨단 바이오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혁신 스마트 해양바이오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해양생명자원 확보 역량 강화를 위한 전용조사선 건조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별 해양수산업 및 바이오 관련 시설 등 특성을 고려하여 권역별 해양바이오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중부권, 서남해권, 동해권, 남해권 등 4개 권역을 기초소재, 기능성 제품, 의료·헬스 및 융복합 연구 등 분야로 특성화하여 관련 인프라를 지원할 계획이다.

세 번째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 활동 지원을 위해 규제 혁파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기업의 투자 확대와 사업화 성공을 위해 소재개발, 대량생산 및 표준화, 인증·제품화 등 해양바이오산업 전 단계에 걸쳐 규제를 발굴하고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해양바이오 기업들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인·허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식약처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인허가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양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해양생명자원법」을 개정하고,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많은 미래학자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이오경제 시대의 도래를 전망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지구 생물의 80%가 살고 있는 바다는 바이오경제 시대에 그야말로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바다를 기반으로 해양바이오 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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