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해상여객운송 지속 가능하려면
한중 해상여객운송 지속 가능하려면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09.12 0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승현 기자 / 법학박사
지승현 기자 / 법학박사

[현대해양] 8월 12일 오전 썰렁했던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외국인들로 붐볐다. 중국 문화여유부가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 허용을 발표한 후 2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로 한중 간 중단된 해상여객운송이 3년 7개월 만에 재개된 광경이다.

한중 간 해상여객운송의 첫 단추는 199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한중수교가 체결되기 2년여 년 전에 인천-위해 간 한중 카페리항로가 처음으로 개설됐다. 한중 간 해상여객운송은 33년의 시간이 흘렀다.

법은 개인, 사회, 국가 이익을 보호하며 사회의 질서유지와 안정을 가져다준다. 이를 ‘법적 안정성’이라 한다. 한중 간 해상여객운송에 있어서, 특히 승선한 여객의 사상(死傷)에 대한 법적 안정성은 지난 33년의 시간을 무색케 할 만큼 취약하다. 현 13개 한중 간 국제여객운송사업자가 사용하는 해상여객운송약관 중 일부 확인된 약관 내용을 보면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여객이 운송인의 과실을 입증해야한다든가, 운송인의 손해배상범위가 불확실하거나 운송인에게 광범위한 면책을 부여한다거나, 약관마다 제각각인 손해배상책임금액, 제소기한, 재판관할 등등이 문제다. 이는 「해운법」 법령상 해상여객운송약관 ‘신고의무’ 및 ‘약관 내 필수기재항목’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약관 내용 검토를 간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상법」 제5편 제2장 제2절 내 해상여객운송에 관한 준용규정의 개선도 필요하다. 해상여객운송에 적용되는 「상법」 제799조 제1항은 운송인의 책임경감금지 규정이다. 언뜻 보면, 운송인인 해상여객운송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보이나, 이는 해상물품운송인에게 적용하는 조항인 만큼 해상여객운송인에게 공히 적용되는 것은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해상물품운송에서 운송인은 선박 화재나 항해과실로 운송물품이 손상됐을 때 그 손상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데, 이를 해상여객운송에도 적용하여 운송인이 여객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와 사업자간 원활한 분쟁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 또는 권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항공의 경우 국내/국제여객에 있어 분쟁해결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 선박은 국내여객만 있고 국제여객 기준은 없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한중 간 해상여객운송에 있어 대형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열린 여객수송 바닷길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관련 법령의 안정성을 점검해야 한다. 더불어 국제여객운송인 만큼 우리나라도 해상여객 및 수화물의 운송에 관한 국제협약인 ‘아테네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 항공여객운송에 있어 한중은 모두 ‘몬트리올 협약’(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고, 이 협약 하에 국가별 법률이 제정돼 있다. 중국은 이미 아테네 협약 체약국이다. 한중 간 여객운송선박 15척 중 14척의 선적(船籍)국이 아테네 협약 당사국이다. 이참에 우리나라도 아테네 협약에 비준하고 국제해상여객운송에 관한 법령들을 이 협약에 근거하여 정비해 보면 어떨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