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가자미와 줄가자미, 어떻게 다르길래?
돌가자미와 줄가자미, 어떻게 다르길래?
  • 김기현 기자
  • 승인 2023.09.15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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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명칭 사용 바로 잡아야
왼쪽이 돌가자미, 오른쪽이 줄가자미(출처_국립수산과학원)
왼쪽이 돌가자미, 오른쪽이 줄가자미(출처_국립수산과학원)

[현대해양] 최근 온라인상에서 돌가자미를 줄가자미로 판매한 횟집이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사연을 올린 사람은 A씨로 B횟집에서 속칭 ‘이시가리’ 1.7kg을 주문했는데 무언가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B횟집에서 줄가자미보다 시세 기준 1/2~1/4 정도 가격이 저렴한 돌가자미를 보내와 B횟집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A씨는 사기라고 주장했지만, B횟집 주인은 “손님이 ‘이시가리’를 주문했으니 ‘이시가리’를 준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시가리’는 돌가자미와 줄가자미 중 어떤 것을 지칭하는 걸까? 그리고 무엇이 다르길래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돌가자미와 줄가자미의 특징과 차이

돌가자미와 줄가자미는 같이 두고 비교해 보지 않으면 수산물을 많이 접해 보지 않은 소비자들은 충분히 헷갈릴 만큼 비슷하게 생겼다.

돌가자미는 수심 30~100m의 얕은 모래 진흙 바닥, 강 하구의 기수역(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 등에 서식하며 우리나라 전 연해에 분포해 있다. 얕은 바다에 사는 만큼 낚시로도 잡을 수 있고, 국내에서 양식도 가능한 어종으로 생산량이 줄가자미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많다. 산지 위판장을 비롯한 일반 수산시장이나 횟집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줄가자미는 심해성 어류로 수심 150~1,000m의 상대적으로 수심이 깊은 곳 진흙이나 모래 바닥에 서식하고 북태평양의 온대 해역에 널리 분포해 있다. 사는 곳의 수심이 깊은 만큼 낚시나 일반 그물로는 잡을 수 없고 주로 저인망으로 어획한다. 줄가자미는 아직 양식이 되지 않고 자연산으로만 거래되고 있어 동해안 일부 위판장이나 산지 횟집 등에서 많이 보인다. 노량진수산시장 등 수산물시장에서는 일부 소량만 판매되고 있다.

두 어종의 시세는 전국 수산시장 당일 시세 조회 플랫폼 자료에 따르면 돌가자미 자연산 특대(1kg 이상) 기준 최근 3개월 평균 1kg당 약 5만 원 정도, 줄가자미 자연산 특대(1kg 이상) 기준 최근 3개월 평균 1kg당 약 20만 원 정도다.

㈔한국어류학회는 돌가자미와 줄가자미가 같은 지역에 출현하는 유사 종 사이에서 나타나는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식성을 가지면서 특성이 달라진 것으로 판단했다.

‘통영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돌가자미와 줄가자미의 위내용물 조성’ (한국어류학회지, 남기문, 허성회, 허유심, 정재묵, 김현지, 백근욱, 163~168p, 2013)에 따르면 돌가자미의 위 내용물은 어류와 이매패류가 84% 차지했고, 줄가자미의 위 내용물은 거미불가사리가 86% 차지했다.

두 어종 모두 비늘이 없고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으나 돌가자미의 피부는 매끈하며 크고 단단한 돌기가 띠처럼 보인다. 반면 줄가자미는 사포처럼 거친 표면을 가지고 등 전체에 작은 돌기가 줄지어 퍼져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생선회는 차이를 보인다. 가자미류의 회는 광어회보다는 단단하고 가오리회보다는 부드럽다고 알려졌다.

돌가자미회는 일반 광어 같은 회처럼 매끄러운 단면을 가진 반면 줄가자미회는 엠보싱 같은 단면이 나타난다. 줄가자미 회는 뽁뽁이를 터트리는 듯한 독특한 식감과 특유의 지방질과 풍미가 느껴진다.

전문가들은 줄가자미가 다른 가자미류에 비해 맛이 좋은 이유는 압력이 높은 심해에서 자라는 이유도 있지만, 일반 가자미류에 비해 높은 지방 함량과 씹는 질감이 좋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가자미 양식 연구를 진행하는 경상북도수산자원연구원 첨단양식팀장 유동재 박사는 “돌가자미는 상대적으로 얕은 수심에 살며 먹이도 다른 어종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줄가자미는 심해성 어류로 수심 150m 이하 깊은 곳에 살아 어획이 쉽지 않다”며, “특히 산란기 전인 겨울철에 지방이 많이 축적돼 있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좋아 수요가 많으나 어획량이 적어 가격이 특히 높아진 것 같다”고 말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가격 차이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잘못된 명칭 사용 바로 잡아야

온라인에서 ‘이시가리’를 검색해보면 줄가자미가 주로 나온다. 유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위의 사연에 나온 ‘이시가리’라는 명칭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아직 적지 않은 곳에서 줄가자미를 ‘이시가리’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시가리의 어원은 일본어 ‘이시가레이(イシガレイ)’로 여기서 ‘이시(イシ)’는 돌을 뜻하고, ‘가레이(ガレイ)’는 가자미를 뜻한다. 결국 ‘이시가리’는 돌가자미를 뜻하는 말인 것이다.

반면 줄가자미는 거친 피부가 마치 상어와 비슷하다고 해서 일본어로 ‘사메가레이(サメガルイ)’라 불리며 ‘사메(サメ)’는 상어, ‘가레이(ガルイ)’는 가자미를 뜻한다. 과거 일본에서 수입하던 유통업자들 사이에서 혼용돼 부르던 말이 얼핏 비슷하게 생긴 두 어종 사이에서 잘못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사연에서 B횟집이 ‘이시가리(줄가자미)’로 표기한 것은 표기 오류로 보인다.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시장상인 등 관련 업계에서는 줄가자미, 돌가자미라는 한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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