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농산물과 분리될 수 있을까
수산물, 농산물과 분리될 수 있을까
  • 김기현 기자
  • 승인 2023.09.14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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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농안법」에서 수산물 분리 절차 검토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 경매 하는 모습.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가 새로운 어업관리제도와 연계해 농안법 분법작업에 들어갔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 경매.

[현대해양]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가 새로운 어업관리제도와 연계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분법을 검토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해수부는 ‘어업제도 개편에 따른 산지-소비지 직거래 활성화 방안 연구 용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농안법 개정을 검토하는 한편 산지 물량을 적기에 판매하기 위한 도매시장 기능 재정립 방안 마련이 목적이다.

이미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수산물유통법)이 있지만, 이 법은 수산물 산지 위판장 등에서 적용되는 법으로 수산물이 공영 도매시장 등으로 넘어가면 농안법의 적용을 받아 농산물과 같은 법의 적용을 받아왔다. 이번 검토로 특성이 다른 수산물과 농산물을 분리해 수산물만을 위한 법으로 개편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수부가 어떤 내용으로 연구 용역을 내놓았는지 <현대해양>이 정리해 봤다.

「농안법」 개정 검토

해수부는 연구 용역의 배경을 경매제 등 수산물의 기존 유통구조가 한계에 달해 최근 시장에 더 효율성이 좋은 유통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밝혔다. 온라인·당일 유통이 정착된 요즘 시대에 이중경매로 인한 불필요한 유통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기록상장·형식경매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해수부는 우선 용역을 통해 ‘경매제의 개편’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하기로 했다. 유통 기반시설이 부족하던 때에는 도매시장에서의 경매가 효율적이었으나 요즘 시대에는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상승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해수부는 무경매를 원칙으로 하되, 수급 불안 등 경매가 필요한 경우에만 경매를 지속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이와 함께 ‘거래행위 제한 완화’도 용역 연구 대상에 포함했다. 지금까지는 특정 주체가 수산물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등의 역할을 철저하게 구분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와 달리 지나친 규제가 원활한 유통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모든 거래주체의 산지 수집과 판매역량을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 도매시장 법인에 제3자 판매 허용, 중도매인에게도 개별 거래주체로서 도매시장 법인과 동일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의 실효성도 따져보기로 했다.

또 해수부는 어업제도 운용과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산부류에 한해서 중앙-지방 도매시장의 구분을 철폐하는 ‘관리 형태’도 함께 검토한다.

도매시장 기능 재정립

해수부는 「농안법」 개정 검토와 더불어 산지물량 적기 유통·판매를 위한 도매시장의 기능도 재정립하기로 했다. 특히 도매시장의 판매 기능을 활성화해 주요 소비지에서 대형마트 등과 경쟁하는 수산물 종합유통판매시설로 재편할 방침이다.

‘유통 공룡’이라고 불리는 대형마트들은 바이어들이 산지로 가서 생산자들과 직접 거래를 하기도 하고 위판되는 수산물들을 대량으로 구매해 도매시장과 비슷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수산물을 유통할 수 있었다. 산지 직거래가 늘어나고 신선유통의 확산·간편식 위주 수산물 소비패턴 등을 감안해 도매시장의 가공·저장·분산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외식업계 등의 거래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도매시장 내 FPC(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DC(소비지분산센터)·냉동냉장 창고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편, 해수부가 여러 관계자에게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주체에 따라 입장이 나뉘고 있다.

가락시장의 수산부류의 한 도매법인의 한 대표는 “서울시와 유통공사 측에서 ‘법인이 수집역할을 못하고 있다’라는 주장을 들었다”며, “위·수탁 판매의 원칙에 ‘법인은 출하자로부터 위탁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가 돼 있는데 수집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매인들의 목소리가 커서 정부 측에서 그들의 목소리만 듣는 것 같다. 용역 결과를 보고 중재안을 정한다고 하는데 법 개정으로 도매법인의 힘을 약하게 만들 것 같아 막막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중도매인조합 임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시대가 변하는 만큼 수산물 유통업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수부는 용역 수행사로부터 오는 12월 20일까지 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수산물 도매시장의 기능을 재정립할 방안을 강구해 시행할 계획이다.

해수부 유통정책과 김진영 주무관은 “자세한 것은 연구 용역의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번 검토는 가격 안정과 유통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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