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 논의 시급하다
해수면 상승, 논의 시급하다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3.09.13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해기선, 국가성, 기후난민… 인류 공동의 문제
기후 변화에 대해 시위하는 사람들
기후 변화에 대해 시위하는 사람들

[현대해양]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이 침식되고, 영해기선(Baseline, 영해의 폭을 측정하기 위해 육지 쪽 기준점을 이은 선) 위치도 달라진다. 침식된 해안은 태풍이나 홍수에 더 큰 피해 원인이 될 수 있어, 재난 재해 대비를 위한 연안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지구 전체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베네치아, 네덜란드, 투발루, 키리바시 공화국, 몰디브, 방글라데시, 나우르 등 태평양 섬나라의 수몰은 이미 시작됐으며, 매년 기후 난민의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새롭게 등장한 이러한 위기상황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2050년, 여의도 면적의 88.55배가 침수”

올여름 더위는 역대급이었다. 유럽연합(EU)의 기후 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 6월 세계 평균 기온이 16.5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30년 간의(1991∼2020년) 6월 평균치보다 0.53도 높다. 7월 이란 남부 부셰르주의 페르시안걸프 국제공항 체감온도는 66.7도를 기록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덥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지난 7월 16일 낮 최고기온이 53.3도에 달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0일 개빈 슈미트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2023년 7월이 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지만, 2024년에는 더 극심한 폭염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은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전 지구에 걸쳐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2019년과 2100년 사이 지구 해수면이 약 0.6~1m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양환경공단(KOEM)의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 RCP 8.5(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해수면이 0.4m 상승 시 전국의 침수 인구는 약 4,037명이 되며, 침수면적은 256.80㎢로 이는 여의도 면적의 88.55배에 달한다. <사진 1>참고

이용희 한국해양대 교수도 비슷하게 전망했다. 그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문제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중대한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라며, “2100년까지 해수면은 43~48c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로 인해 현대 국제사회 구성국의 1/3에 해당하는 70여 개국 이상이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수면 상승이 해양법에 미치는 영향들

해수면 상승은 국제해양법(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안선이 이동함에 따라 해양법 영역 내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는데 아직 이를 다루는 기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원희 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법 연구부장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영해 기선 변동 여부, 국가성 여부, 기후난민 처우 등 세 가지 중요한 국면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첫 번째, 영해기선을 고정할 것인지 이동할 것인지의 문제다.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 외측 한계 설정 등이 다 영해기선으로부터 시작하는데, 그것이 이동하면 관할권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현재까지는 영토가 국가의 성립 요건인데, 수몰된 영토의 경우 국가로 인정할 것인지를 둔 ‘국가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난민들을 어떻게 처우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가 생긴다.

특히 인공 구조물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국제해양법 제60조 제8항은 “인공섬·시설·구조물은 섬의 지위를 가지지 아니한다. 이들은 자체의 영해를 가지지 아니하며 이들의 존재가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또는 대륙붕의 경계획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소도서개발도상국이 인공섬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서원상 국제법평론회장은 “현재 인공 구조물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선은 기후 변화로 인한 인공 구조물의 권리를 부정하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보지만, 이것이 법적으로 확립된 제도라는 의미는 아니기에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1_해양환경공단(KOEM)의 ‘해수면상승 시뮬레이터’
사진 1_해양환경공단(KOEM)의 ‘해수면상승 시뮬레이터’

답보상태인 국제적 대응

국제해양법은 1982년 채택된 다자조약으로 총 17부 320조로 이뤄져 있으며 주로 조약, 협약, 국제관습법, 사법 결정 등을 통해 확립된다. 개정은 조약 자체에 정의한 대로, 협약 당사국 간의 합의에 따라서 진행된다. 개정안이 협약 당사국이나 국제기구에 의해 발의되면 당사국 간에 토론과 협상을 하게 되며, 이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된다. 이어 제안된 개정안이 과반수 당사국의 승인을 받은 경우, 이를 승인한 국가는 비준을 위해 각자의 국내 절차를 따라야 한다.

서원상 회장은 “BBNJ(국가관할권 이원지역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 협정이나 CAOFA(중앙 북극해 공해상 비규제 어업 방지 협정) 등이 진행된 것만 봐도 우리 대표들이 굉장히 많은 의견을 개진하고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안다”라며, “얼마나 쓸모있는 아이디어로 정보나 의안을 제시하고 안건을 끌어나가는지에 따라 그 나라의 영향력이 결정되므로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제법위원회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기선이 이동하는 경우, 자연적인 변화로 이동한 기선의 이동성을 인정할 것인지로 고정할 것인지로 나눠 대립하고 있다. 물론 태평양의 소도서 국가들의 경우에는 기선이 고정되길 바란다. 이들의 경우 생존권은 물론 영토가 물에 잠겨도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이 남아 있어야 이 수역의 입어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법위원회는 현재 해수면 상승과 관련한 쟁점들에 대한 스터디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결과가 도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양희철 KIOST 해양법 정책연구소장은 “국제법위원회에서 현재 매년 회의가 열릴 때마다 다루고 있는 안건이 약 6개 정도 되는데, 해수면 상승 관련한 내용은 그중 하나다. 보통 최종보고서가 마련돼도 몇 번씩 다시 읽고 해석하는 식으로 진행되기에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양 소장은 “어쩌면 국제사법재판소의 결과가 빠를 수 있다. 몇 달 전 유엔총회에서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어떤 국제법적 의무가 각국 정부에게 있는지를 판단해달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이것도 결국 기후와 해수면의 문제와 연계될 수 있다고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2009년 12월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50년에는 최대 10억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기후난민 문제는 당장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그러나 여전히 인류의 대응은 매우 더디다.

이용희 교수는 “기후 변화에 민감한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선의 고정을 원하지만, 현재 국제법의 해석으로는 그런 답을 낼 수 없고, 그렇기에 새로운 국제법을 만들거나 기존의 국제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라며, “그러나 국제적인 합의를 위해서는 당사국의 공식적인 합의 절차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그런 노력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6차 평가 보고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6차 평가 보고서

해결방안을 둘러싼 논쟁들

‘기후난민’은 기존 국제법의 범위 내에 속하지 않는다. ‘수몰된 영토’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지금과 같은 기후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규칙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또 다른 수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새롭게 등장할 규칙에 법적 권한이 있을지, 권고에 불과할지에 대한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해양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해양력을 전개해야 하기에, 자유롭게 접근해야 할 바다가 넓은 것이 국익에는 맞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인류적인 시각으로는 일부 국가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지만, 국익적인 시각에서는 입장이 다를 수도 있기에 지금까지 이 문제가 쉽게 국제적인 합의로 가기가 어려운 것이다”라며 “그러나 기후 변화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에 우리도 이러한 문제를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양 소장은 “이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이며 이전의 국제법으로 해결이 되지 않기에 아예 새로운 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봐야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어 “또한 우리가 태평양에 진출해 순환자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선택적 경제 논리지만, 해당국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등한 가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될 것이다”라며 “새롭게 등장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인류 공동의 문제로”

김원희 부장은 해양과학기술 이전과 역량 강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도 기상청에서 태풍 피해를 예보하는 기술 등 협력 사업을 하고 있고, 기후 변화로 인해 어획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양식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라며 “국제해양법에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해양과학기술 이전과 개도국에 대한 역량강화지원 사업을 증진하려는 노력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제법에는 국제공동체가 공통을 이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고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국제법에는 개별 국가의 이익이 아닌 상위의 개념, 즉 국제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국제법이 변화해야 한다는 시대의 요청에서 제기된 ‘대세적 의무(Obligation Erga Omnes)’라는 개념이 있다.

서회장 역시 “우리의 공해가 늘어나면서 얻는 이익은 곧 어떤 국가의 권리가 축소되며 생기는 반사이익일 것이다. 그리고 국제법은 여전히 국가 주권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나, 지금은 조금 더 인류 공동의 문제해결을 위한 법으로서의 개념이 강화되고 있다”라며,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국가의 권리가 여전히 존중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향을 찾아 법규범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