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 살펴보니
해수부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 살펴보니
  • 지승현 기자
  • 승인 2023.09.14 06: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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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선원 규모 확대로 경제 안보 확보 해야
지난 7월 12일 조승환 해수부 장관이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7월 12일 조승환 해수부 장관이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해양] 10년 뒤, 선원 부족으로 외항상선 절반 이상이 운항 차질이 불가피하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2032년 외항상선의 경우 해기사 수요 대비 공급이 41.6%에 불과할 것이고, 선·기관장 부족으로 외항상선 1,541척 중 58%인 898척이 운항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국적 선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50세 이상 국적 선원이 전체 68%, 60세 이상은 44%로 선원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해기사 상급직과 하급직간 역삼각형 형태로 상급직 고령자 퇴직 시 대체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달 12일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적선원 규모 유지 및 확대를 위한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선원부족 원인

해수부는 선원부족의 첫 번째 원인으로 직업선호도 감소로 인한 높은 초기 이직률 발생으로 보고 있다. 취업 후 5년 내 78%가 육상직으로 이직한다는 조사에 근거해서. 이는 장기간·시간 근로, 열악한 근무환경, (육상 근로자 대비)임금의 상대적 감소, (영국 등 선도 국가 대비)임금·휴가 등 근로조건의 격차 등이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협소하고 경직된 인력 양성과 공급체계다. 일부 오션폴리텍 등 일반인 대상 해기사 양성이 있으나 대부분은 해양계열 대학 또는 고교 졸업을 통해서 해기사 면허를 취득하고 있으며, 경직적인 인력 운용으로 선원직 복귀 시 승선경력 단절이나 면허 회복을 위한 장기 교육 등을 장애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편 한국해기사협회가 청년 해기사 16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 승선에 가장 도움 되는 1순위가 승선기간 단축과 휴가 증가였고 2위는 인터넷 환경 개선, 3위는 임금 인상이었다.

정책 추진방향

해수부의 추진방향은 ‘선원이 더 오래, 더 만족스럽게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 환경을 만들고, 선원을 더 유연하게, 우수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 △2022년 기준 신규취업 5년 내 이직률을 78%에서 50%로 줄이고 △외항상선 해기사 가용인력을 9,003명에서 1만 2,000명 수준으로 증가 △신규 해기사 공급 규모를 1,553명에서 2,200명으로 증가해서 ‘국적선원 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 강화를 통해 확고한 경제안보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선원 근로환경 개선

해수부 선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승선기간 및 유급휴가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개선 △선내 초고속인터넷 구축 △원격의료 장비 설치 확대 △근로기준법상 인권보호 장치들을 「선원법」에 추가하는 것 등을 추진한다.

[승선기간/유급휴가] 현재 승선기간 6개월 기준 1개월 당 유급휴가 8일 부여를 4개월 승선에 10일 부여로 조정하는 것을 노-사-정이 협의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3개월 승선(최대 4개월)에 3개월 휴가, 일본은 4개월 승선 2개월 휴가를 부여한다. 만약 4개월 승선에 유급휴가를 매월 10일 부여할 경우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선원 휴식권이 보장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정책은 한쪽을 살리고자 다른 쪽을 죽이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부산에서 선박·선원관리업에 종사하는 S씨는 “만약 승선기간 및 유급휴가가 조정될 경우, 해외로 취업하는 선원들이 국적선사와의 근무조건 차이로 인해 대거 국적선사로 이동할 수 있고, 이 경우 해외취업선원 관련 업체는 경쟁력을 잃게 돼 하루아침에 이쪽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부터는 “승선기간과 유급휴가를 무모하게 조정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맞게 조정하는 것인데 어떤 부작용이 있겠는가? 또 지금까지 해외취업선원들이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보다 열악한 근로 조건 하에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 선원들이 편파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이므로 그 해외 선박(선사)에 계속 승선(근무)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 의견도 있었다. S씨는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하는 수준은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다”며, “탑(TOP) 급에 있는 외국회사의 근로조건을 일반적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준영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 서기관은 “정부가 선원 수급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마련한 첫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분들의 많은 지지를 요청한다”면서 “이번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은 젊은 선원의 높은 이직율, 젊은 선원이 양성되지 않을 경우 장래 국내 선·기장이 소멸된다는 위기 인식 하에 장기적 관점에서 젊은 선원(해기사)를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며 업계의 큰 그림에서 이해를 당부했다.

[초고속 인터넷] 모 선사 관계자는 “초고속 인터넷 설치가 좋기는 한지만, 이 모든 것이 선사의 비용으로 한다면 이 또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우려를 언급했다. 이에 안 서기관은 “젊은 선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사회와의 연결성 보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육상과 동일한 수준의 인터넷 환경 조정이 요구된다”며, “선박 내 간단한 위성 수신 장치 설치로 전 세계해역에서 초고속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스타링크 마리타임(Starlink Maritime, 이하 스타링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해운협회의 ‘바다의 품’ 재원 활용을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스타링크 서비스 회사인 ‘SPACE-X’사가 미국계이고, 국내 사업 인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이 회사의 국내 법인이 설립되면 바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부연했다. 스타링크가 설치될 경우 기존 선박용 인터넷 속도 대비 약 50배 빠르며, 고화질 동영상 시청과 영상통화 등 육상과 동일한 환경이 가능하다.

[원격의료] 원격의료 장비설치에 대해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원격의료 장비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총 140척에 설치됐고, 2022년까지 원격의료서비스 이용 건수가 6만 2,370건이었다. 안 서기관은 “과거 위성전화로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를 접촉해서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부산대학병원과 연계돼 전담 의사와 간호 인력이 직접 영상과 음성을 통해 진단하고 상세한 처방까지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경과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원격의료장비는 더 유용함을 발휘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선원인권] 근로기준법상 인권보호 장치들을 「선원법」에 규정하는 것에 대해 선사 K 대표는 “지난 1월 5일부터 개정 「선원법」(법률 제18697호) 제116조제3항에 따라 선원의 노동권 및 인권 보호 교육을 받고 있는데, 또 뭐가 추가됐는지”를 궁금해 했다. 이번에 추가되는 인권보호 장치는 「근로기준법」등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률에서 규정돼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체불임금 수급권 △노동위원회 구제명령 이행강제금 등이다.

해수부는 더 나아가 현 근로기준, 교육훈련, 안전보건 등 여러 내용이 혼재돼 있는 「선원법」에서 선원들의 권리 보장에 관한 사항을 대폭 보완한 내용을 분법화 해 가칭 「선원의 근로기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생애주기별 경력 경로 구축

해수부는 생애주기에 따라 해상-육상 근무를 유연하게 전환하며 해기사가 ‘해상교통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 경로 구축을 할 방침이다. 아울러 해기사 면허 승급 소요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추진한다. 예컨대 해양대 졸업 시 3급 면허를 취득한 경우 1급 면허 취득까지 현재 기준 약 10년이 소요된다면, 이를 7년 이하로 단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선·기관장이 되는 나이대가 3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낮춰진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해상교통 전문인력이 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 등에서 해상근무 경력직 선발 시 승선기간에 따른 우대조건 부여 △해기인력통합 관리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런데 면허 승급 소요기간을 단축하면서 전문인력화로 가는 것은 실무경험이 많이 요구되는 선원직에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K 대표는 “현재 해기사들의 전문성이 과거 대비 크게 떨어지는데, 승급 소요기간까지 단축시켜는 것이 적절한 정책이냐”며 의문을 던졌다. 그는 “종국적으로 승급 소요기간 단축에 따른 비 전문적 해기사 양성에 따른 위험을 순전히 선주에게 전가하는 형상이며, 정부는 이로 인한 직접적 책임 당사자가 아닌 점에서 무책임하고 무모한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안 서기관은 “우리나라 면허 승급 체계가 타 유수 국가와 비교하면 승급 소요기간이 긴 편이다”라며, “우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자는 측면이 있고, 조금 이른 승급이 젊은 선원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더해 그는 “결국 선주가 선원의 인사를 결정하는데, 만약 면허 승급이 되더라도 사내 평가에서 자질이 부족하다면 선주의 인사권으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다”며, “이 정책은 실력과 역량을 갖춘 젊은 해기인력이 제도권 때문에 승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라고 이 정책의 취지를 설명했다.

선원 실질소득 증대

해수부는 △공제제도 신설 △비과세 확대 △주택공급 정책을 내세웠다. 다행스럽게 외항상선·원양어선 선원 근로소득 비과세 금액 확대는 지난달 27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반영돼 2024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월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비과세급여 범위가 확대됐다.

선원공제제도신설은 「과학기술인공제회법」에 의거 운영하고 있는 ‘과학기술인공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해사기술인공제’ 제도를 신설해 선원의 자산형성 지원과 노후 생활안정 등을 도모하고자 함이다.

[해사기술인공제] 2022년 기준 과학기술인공제회에는 1,166개 기관회원과 10만 4,371명의 일반회원, 5,790명의 특별회원으로 총 회원수가 11만 161명(개)이고, 2023년 기준 자본예산이 4조 원, 수입이 5,719억 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정책의 접근은 나쁘지 않으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 서기관은 “해사기술인공제 제도에 대해 한국사회보험연구소에서 용역 중이다”며, “과학기술공제가 정착되기까지 10여년이 소요된 만큼 해사기술인공제가 바로 실현되기는 넘어야 할 난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외부 용역을 마치고, 내년에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서 기재부와 협의를 할 것이다”라고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주택공급] 주택공급정책의 경우 민영주택 특별공급(기관추천) 대상에 외항선원을 포함하는 것이다. 「주택법」,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4절에서 특별공급을 규정하고 있는데 민영주택 특별공급은 △85제곱미터 이하 민영주택의 특별공급 △경제자유구역내 민영주택 특별공급 △비수도권 민영주택 특별공급으로 나뉜다. 안 서기관은 “국토부와 사문화된 해외근로자에 대한 특별공급을 근거를 살려서 외항·원양 선원에게 해외근로자와 공히 이 민영주택 특별공급을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정책의 효과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특별공급 물량은 민영주택 건설량의 10% 범위로 제한되며 다른 대상자들과 경쟁에서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거주하고픈 특정 지역이 있거나 85제곱미터 초과 주택에 거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외국인선원 공급

△우수 외국인선원 선점 △외국인선원 장기체류(E-7 비자) 선발요건 완화 및 허용인원 확대 △외국인 선원(E-10 비자) 과도한 송출비 징수 등 정부의 외국인 선원 공급 정책에 대해 업계는 국내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에 왜 외국인선원 공급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안 서기관은 “이 정책은 ‘내국선원 일자리 혁신’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하는 항목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선사들은 내국선원 일자리 혁신을 위한 정책 방향성을 수긍하지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보전 없이 정책 추진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외국인선원 공급 정책은 선원 일자리 혁신 정책을 추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사의 손실을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외국인선원 승선 수를 확대함으로 손실을 메꿀 수 있는 방안이다”고 밝혔다.

내항상선 선원 정책

A선사 대표는 “선원 일자리 혁신 정책은 모두 외항선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난달 27일 기재부의 「소득세법」 개정안에서도 외항상선과 원양어선 선원의 비과세 금액 확대만 발표됐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정부의 정책방안을 보면 외항상선이나 원양어선에 승선하고 있는 젊은 선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10가지 추진 과제 기준으로 본다면 △선원 일과 삶의 균형 회복 △상급해기사 육성 △국적선원 고용 장려 △외국인선원 공급 △선원 인권·복지 △선원 자긍심 고취 △선원양성경로 다변화 등등 여러 정책들이 꼭 외항·원양의 젊은 선원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아니다. 안 서기관은 “따지고 보면 모든 선원에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이 많지만, 정책의 배경이 외항이나 원양의 젊은 선원이다 보니 그런 느낌이 있다”며, “다만 초급·청년선원 적립형 공제도입은 현재 한국사회보험연구소에서 용역 중인데, 11월 중 용역보고서가 나오면 내항선원을 위한 제도로서 관계부처 등과 협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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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준 2023-09-14 12:22:32
9.19 국내어선원 양성 컨퍼런스 개최합니다
부산에서 하는데..goformore@naver.com 메일 부탁드립니다 초대장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