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물결, 어업인의 살결, 우리의 숨결
바다의 물결, 어업인의 살결, 우리의 숨결
  •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 승인 2023.09.1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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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서귀포수협 조합장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지난 8월 24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했다. 그간 나를 비롯한 전 국민, 아니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끝내 일어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끝내 일본은 자기네 입장에서 가장 쉬운 방법과 방향을 취하며 또 한 번 전 세계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국내 수산업계의 종사자로서 일본에 의해 벌어진 현 사태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제도권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날선 공방이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공방과 우리네 수산업계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진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고자 다양한 안건과 방향성에 대하여 심도 있는 토의를 하고 있을 터이지만, 현재 국내 수산업계가 처한 상황은 일분일초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12년 전 바다와 지금의 바다

나는 이 글에서 정쟁(政爭), 과학 맹신, 미신 추종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덜어내고 오로지 ‘서귀포수협을 통해 바라본 수산인과 수산업계’로 범위를 한정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조금 뒤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우리가 처음으로 살펴볼 곳은 약 12년 전인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그 시점이다. 그 당시 일본은 대지진으로 현재 오염수 방류가 진행 중인 원전소가 터지게 되었다. 당시 일본의 대지진은 전례가 없던 대재앙이었고, 이것이 수습되기 전까지 ‘처리되지 않은’ 원전수가 매일 약 300톤 씩 바다로 유입되었다. 물론, 이 때문에 현재 후쿠시마 원전 인근은 민간인이 접근 불가능한 지역으로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 방류를 시작한 물은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여과를 한 처리수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4일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발표한 최종보고서의 내용에 따른 것으로 다양한 국가의 연구원들이 참여하였기에 신뢰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홍석 박사가 참여하였기에 우리나라의 조사 데이터가 포함되어있고, 각 국가의 전문가들이 측정한 데이터가 서로에 의해 교차검증 되었기에 높은 데이터 신뢰도를 보장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볼 때,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기보다는 그들의 관점을 통해 일반 시민들의 심리 기저에 깔린 모종의 불안감과 우려에 대한 최소한 또는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봄직하다.

이제 우리는 과학이라든지 미지의 불안감과 우려에 대하여 미비하지만 소기의 해답을 찾아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우리가 알아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이 전례를 통해 살펴본 검증이라고 생각한다.

12년 전 전례를 통해 검증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그 시기에, 나는 수협의 실무자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대지진과 원전에 대한 내용으로 우리는 전례에 없던 수산물 소비절감을 체험하였다. 이 당시만 해도 수산물 소비에 대한 국민들이 보인 극도의 불안감과 우려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 해를 무엇도 하지 못하고 다음 해를 맞이할 때, 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우려와 근심은 한낱 기우였을까.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새 소비자들의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는 종식되었고, 우리는 서서히 예년의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이를 위하여 우리는 방사능 검출에 사활을 걸고, 투명한 방법으로 방사능 수치를 체크하는 등 수산물 안전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여왔다.

실제로 수산물의 높은 방사능으로 인해 사람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단 한 건도 접할 수 없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상궤도를 되찾을 수 있었다. 다만, 이는 수산물 소비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경제면에서 본다면 정상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수산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지금도 우리네의 일상은 바다로 향한다. 혹자는 6~7년이 지나서야 바다에 희석되어 우리 영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도 하나, 혹자는 90일이면 원전 오염수의 영향이 드러날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바다는 또 한 번 상처입고 있으며, 일본은 자국 내의 거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의 바다를 마치 자기들만의 ‘폐기물 처리장’처럼 전용하고 있다. 나는 이 점이 수산인으로서 너무나 가슴 아프고 화가 난다. 12년 전 그날 이후, 다시 한 번 힘차게 우리 모두가 함께 가꾸고 일궈온 우리네 삶의 터전을 또 다시 그들의 이익 때문에 짓밟힌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뒤숭숭한 나날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원금과 후속대책 마련 등으로 이제 어업인들에게 닥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부의 발에 맞추어 우리 역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방사능검출장비 등을 통해 안전한 수산물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수산물의 안전성을 널리 홍보하는 한편, 어업인을 위한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판매촉진 활동을 진행하여 소비 및 판매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12년 전 우리가 그랬듯이, 다시 한 번 ‘바다의 물결, 어업인의 살결, 그리고 우리의 숨결’을 지키기 위해 지난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받을 어민들의 피해를 위해, 또 안전한 수산물을 미래에도 가꾸어가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해안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하얀 숨결을 토해내며 바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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